문명은 서서히 퍼지는 독

문명은서서히퍼지


대구는제가1957해인사원에서지낼인연었던시입니다.그때해인사에서장도로로4시간반걸렸습니다.출소마다차장이고를하던이었니다.

일이있어대구에나다가때면남은차시간을보내기위해역전에있는음악감상실’하이마트’에들르곤했습니다.그무렵주로듣던음악이라흐마니노프피아노협주곡2번이었습니다.내20대의풋풋한시절이었습니다.


〈녹색평론〉이라는격월간지가있는데,이책이대구에서행되는걸로알고있습니다.<녹색평론〉은생태환경운동순수지입니다.창간호부터구독하고있는데,저는생태에관련된많은지식과정보를여기서얻어듣습니다.이런잡지가널리읽힌다면우리가사는세상이지금보다훨씬좋아질것입니다.그래서오늘이야기의주제를생태윤리로잡았습니다.

지금세계곳곳이물난리와가뭄에시달리고있습니다.흔히기상이변이라고들하는데,그럼기상이변은어디서오는걸까요?더물을필요도없이사람들의생활형태가기상이변을불러들인것입니다.여기저기함부로버려놓은쓰레기를집중호우가아니면누가치우겠습니까?강물에떠내려가는온갖쓰레기를보고어떤생각들을하십니까?이것이현재우리들의속얼굴이고,우리한국인의현주소입니다.아무리’대-한민국’을외쳐봐야쓰레기하나치우지못한다면,4강아니라우승을한들무슨이익이있겠습니까?

기상학자들의말을들어보면,배기가스와재와산여러가지오염물질이뒤섞여만들어구름층이햇볕을가려대지와해수면을비정상적으로냉각시킵니다.자연히그위의공기는더워집니다.이것들이그지역의비구름을만들어소위게릴라성집중호우를,다시말하면신경질적으로비를쏟아붓습니다.이런구름층의부조화로일부지역에서는홍수가,다른지역에서는극심한가뭄이생깁니다.이런기상이변은갈수록심해질것입니다.

휴가철고속도로와국도를가릴것없이메운자동치들때문에평소두세시간이면갈거리를시간이넘어야겨우닿을수있습니다.그많은차들이내뿜는배기가스가어디로가겠습니까?그게결국집중호우가됩니다.

커다란생명체인우리강산을한번돌아보십시오.어느뻔한곳이없습니다.산이고들녘이고강이고상처투성이입니다.흐름과맥을죄다끊어놓았습니다.그러니공기와물의순환이제대로이루어질있겠습니까?


경제논리와개발논리로인해자연이말할수없이파괴되고소멸되어갑니다.자연이란무엇입니까?대지는모든생명체의어머니입니다.누구도대지를소유할수없습니다.대지는모든생명체의뿌리요,어머니입니다.이런어머니를그자식들인인간이마구잡이로허물고더럽히고있습니다.지구는우리인간과마찬가지로그자체의의지를지닌보다높은차원의커다란생명체입니다.그런까닭에육체적으로나정신적으로건강할때가있고병들때가있습니다.

이대지에상처를입히는것이자기자신에게상처를입히는일임을사람들은전혀모르고있습니다.오늘날전국의병원마다환지들로북새통을이루고있는데그까닭을알고계십니까?이런현상은우리들자신이어머니인대지를병들게한그보상입니다.인간은대지에서나누어진한지체이기때문입니다.모체가앓고있는데,그지체가어찌성하겠습니까?


현대인의삶은남을희생시켜가면서자신의이익을추구하는것으로이루어져있습니다.삶의기본적인진리는남을해치지않아야한다는것입니다.사람만이아니라모든살아있는것들에대해서도마찬가지입니다.모든존재는어떤방해도받지않고그자신의방법으로살아감으로써우주적인건전한조화를이룹니다.살아있는존재들은서로연결되어주고받으면서함께생명의강을이룹니다.


자연은그나름의질서를지니면서스스로정화하는자정능력을함께갖고있습니다.그런데기술문명이이질서와능력을파괴하는것입니다.문명은독약입니다.점진적인독약입니다.


현대과학기술문명의문제점은환경오염과생태계파괴로약됩니다.그리고정보과학기술의발전은전통적인세계관을물고문화의혼란을가져옵니다.돈과권력,육체적향락과경제적부만을최고의가치로여깁니다.각종비리와부정부패는바로이것에뿌리를두고있습니다.세상을끝없이시끄럽게하고짜증스럽게하는요인이바로여기에있는것입니다.


사람들이기계에의존하는습관을들이면서부터결국은기계가내리는결정을받아들이지않을수없게되었습니다.여기에는선택의여지가없습니다.우리는컴퓨터의지시에따라움직이는로봇형인간이되어가고있습니다.그러나기계는만능이아닙니다.불시에고장을일으킵니다.이때사람들은당황하며일손을놓습니다.이것이기술문명사회의한계이며실상입니다.전기,전화,수도,가스가고장나면그도시는마비됩니다.


〈장자〉외편’천지地’에이런이야기가나옵니다.한노인이밭을경작하는데,우물속으로내려가서항아리에물을길어다밭고랑에붓는작업을하고있었습니다.그러나힘만들고물이충분하지못해일에진척이없었습니다.

광경을지켜보던나그네가말했습니다.

"노인장,어째서양수기를사용하지않습니까?"

노인의대답은이렇습니다.

"양수기를이용하면편리하다는것을난들모르겠소.그러나한번기계에맛을들이기시작하면그기계에서벗어날수가없소.기계가있으면그에따라기계의일機(고장,사고)이있고기계의일이있으면반드시기계의마음機心이있게마련이오.기계가내마음속에들어오면순박함을잃게되오.순박하지못하면정신이안정을이루지못하오.불안정하면사람의도리를제대로지킬수없소.그래서나는기계의편리함을모르는것이아니나스스로그것을쓰지않소."


마하트마간디는이런말을합니다.오늘날수많은사람들이자신들의손을이상손으로사용하지않게것이가장비극이다.손은신이우리에게귀중한선물이다.기계에대한열광이지속되면결국우리는무능력하고나약해질수밖에없다.그리하여우리에게주어진고마운그생명의손을잊어버리게것을스스로저주할날이것이다"

우리는신이고마운선물을어디에쓰고있는지,어떻게쓰고있는지스스로물어야합니다.이것은머리와기계로만사는현대인들에게울리는엄숙한경종입니다.


우리가의지해살아가는이대지는단순한흙더미가아닙니다.흙과식물과동물이서로조화로운순환을통해서살아움직이는생명의원천입니다.그렇기에생태윤리가절실히요구되는것입니다.

한사람한사람이이대지의건강을위해자신의의무를깨닫고실천하는일이절실합니다.윤리는말보다도실천에그의미가있습니다.순간순간의작은결정에달려있습니다.생태계보전의요점은아주단순합니다.


현재우리가사용하는재산이나물건은우리조상들이남겨준유산입니다.그러므로이다음세대,우리의미래의필요도생각해야합니다.앉은자리에서싹쓸이를한다면우리에게는내일도희망도없습니다.지구로부터얻은물자를소중히다루는것은지구환경을돌보는일입니다.


생태윤리를위한가지실천사항을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색다른물건을보면거기에현혹되어충동적으로사들이지말아야합니다.충동구매에는반드시후회가따릅니다.그물건이지금나에게없어서는안될만큼필요한것인가를거듭거듭물어야합니다.그리고편리하다고해서대형할인매장에가는것을조심해야합니다.거기에는장바구니가아니라커다란수레가우리를기다리고있습니다.

둘째,우리가자동차를원하는이유는그자체를소유하기위해서가아니라다른장소에쾌적하고쉽게가기위해서입니다.값비싼자동차를보고그의사회적인신분이나부를생각하기보다는그것이일으키는대기오염과환경파괴를먼저생각해야합니다.배기량이적은차일수록환경을덜오염시겁니다.이것도하나의생태윤리입니다.


셋째,광고에속지말아야합니다.소비주의를부추기는광고는생태적위협입니다.광고를대할거기에말려들지말고제정신차리고멀리내려다볼있어야합니다.들여다보지말고내려다보아야합니다.들여다보면거기에빨려들기쉽기때문입니다.

캐나다는해마다17천헥타르의원시림을엄청난광고가실리는미국의신문용지를대기위해벌목하고있습니다.우리가아보는신문용지가어디서온것인지생각해보아야합니다.

비슷비슷한소식을전하는,밤낮물고뜯고죽이고사기치는소식을지겹게전하는그런신문은하나만으로도충분합니다.두세를하나로줄이는것도생태윤리의실천입니다.


텔레비전보는시간도줄여야합니다.귀중한시간과전력과체력을무가치한일에낭비하지말아야합니다.그앞에서정신을빼앗겨가며등신처럼앉아있는일상적인자신을냉엄하게주시할필요가있습니다.

넷째,필요한것만을갖고불필요한것에욕심을부리지는것도생태윤리입니다.

결론적으로말씀드리겠습니다.온세상이대량소비,대량폐기를하면서그렇게들사는데,사람이다른방식으로살아간다고한들세상에변화를가져올수있겠는가하고생각하는이들이있습니다.

그러나영적인차원에서는세상의모든것이서로연결되어있습니다.그렇기때문에우리는실제로서로에게영향을끼치고서로를변화시킬수있습니다.한마음이청정하면우주가청정해진다는말도있지않습니까?개개인이자기훈련과자기절제를받아들이지않는한현실적으로이런문제에는어떤해결책도나올수없습니다.우리가건드리지않고,있는그대로두는것이많으면많을수록우리들의삶은그만큼건강해집니다.


자연은있는그대로의궁극적인존재입니다.당장에편리하다고해서문명의연장에너무의존하면그문명의연장으로부터반을당하기쉽습니다.문명은서서히퍼지는독약임을거듭명심하시기바랍니다.문명에서질병을다른문명으로는결코치유할수없습니다.오직자연만이그병을고칠수있습니다.문명의해독제는자연밖에없습니다.

흙과나무와풀과꽃,새와짐승들을가까이하십시오.구름과별과달과바람과이슬을보고우주의아름다움과신비를느낄있어야합니다.그리고우리마음속에깃들어있는자연스러움도함께일깨워야합니다.우리가만큼살다가돌아가의지할어디인지이따금생각해보아야합니다.

<제목:생태윤리,강사:법정스님의강연,장소:경북대학교강당,날자:2003년10월4일>

법정스님의법문집에서읽은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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