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아버지께서는살아생전매일노트에무엇인가를열심히적으셨다.하루도빼놓지않고기록하는아버지의모습을보며대체무엇을그리열심히쓰시느냐고물어보아도아버지는대답하지않으셨다.
나와형제들은가끔씩우리아버지가소설가로데뷔하시려나보다고우스갯소리를하기도했다.그래도아버지는아무런대꾸도없이묵묵히노트만채우고계셨다.
다른때에는늘호탕하시고무엇이든마음에담아두는일없이시원시원한성격이셨으므로그런아버지께서비밀을갖고계실것이라는것은생각할수없는일이었지만적어도아버지는그노트에대해서만큼은철저하게비밀을지키셨다.
우리도역시차츰아버지의노트에대해잊어버리게되었다.그리고몇년의세월이흐른뒤아버지가돌아가시고난다음에나는아버지의유품을정리하다가손때가타서너덜너덜해진노트를한권발견하게되었다.처음에는그것이무엇인지알지못했으나이내그것이그토록비밀스럽게간직하던아버지의노트라는것을깨닫게되었다.
대체무슨내용을적어놓았을까궁금해진나는그제서야그의노트를펴볼수있었다.그런데그노트에는뭇밖에도가족들의이름과친구들의이름,그리고낯선사람들의이름만이적혀있을뿐별다른특징을찾을수가없었다.
아버지께서평소너무나비밀스럽고소중하게그노트를간직해오시던것에비하면노트에적힌내용은아니,내용이랄것도없는그이름들은너무사소한것이어서나는다소실망하지’않을수없었다.
그러나이런내모습을본어머니는나에게다가와노트를건네받으시고는한장씩넘기면서추억에잠기시는듯했다."어머니는이노트에적힌사람들의이름에대해알고계세요?“"그래,이건너희아버지의기도노트란다.매일밤한사람씩이름을적으며조용히감사의기도를올리곤하셨지"
궁금해진나는어머니께다시여쭈어보았다."그럼이낯선분들은누구신가요?"
"이분들은아버지에게상처를주신분들이란다.아버지는매일그들을용서하는기도를올리며그들을진정으로용서해달라고간구하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