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에게는초청장이나안내장이수없이날아든다.행사초청장과학회안내장이주류를이루는데,본인과특별히관련이없는것들도많다.요즘교수생활이어찌나바쁜지특별히관심이가지않는초청장이나안내장은읽어볼시간도없다.이런초청장이나안내장은받자마자쓰레기통으로직행한다.
보낸사람의성의를생각하면바로버린다는것이미안한일이지만,나와관련이없는내용을알리고있는데굳이읽어볼이유가없다.초청장이나안내장은그일에꼭필요한사람에게만전달되었으면하는바람이다.그리고이왕쓰는글이니단어하나라도좀신경을써서격에맞게썼으면하는바람도있다.
얼마전,연구소개소를알리며개소식에참석해달라는초청장을받은적이있다.그첫머리는"한학기를마무리하시느라구슬땀을흘리고계실교수님께당부의말씀을드립니다."로시작하고있었다.바쁘시지만개소식에꼭참석해달라는것을’당부’라는단어를써서강조하고있는것이다.
개소식에참석해달라고동료교수들에게부탁하는글에’당부’라는말은어울리지않는다.’당부’는말로써부탁하는것이되어찌어찌해달라고강하게부탁하는것이다.부탁자체만으로도상대에게부담을줄수있는데,그것도강하게부탁을하는것이니그만큼부담이커질수밖에없다.우리의상식으로는대하기어려운사람이나윗사람에게부담을강하게요구하는것은예의에어긋나는일이다.그러므로’당부’라는말은예의를차려야할대상이나윗사람에게쓰기에거북하다.
개소식초청장을받은동료교수중에는어렵게대해야할사람도있고,또나이나지위상윗사람도있을수있다.그렇기때문에이경우에단단히부탁을강요하는듯한느낌을주는’당부’라는단어는적절하지않다.여기에는무슨일을완곡히청하거나맡길때쓰는’부탁’이라는단어가어울린다.
‘부탁’에는예의를차려야할대상이나윗사람에게써서는안된다는제약이없다.아랫사람이나윗사람을막론하고무엇을청할때’부탁’이라는말을쓸수있다."이대리나대신회의에참석좀해주겠나?부탁하네.""사장님,제결혼에주례를서주실수없는지요?부탁드립니다."와같은식으로쓸수있는것이다.
‘부탁’이라는말은’드리다’와어울려쓰이기도한다."사장님께부탁드리고싶은것은거래처사장님을한번만나달라는것입니다"와같이어려운상대나윗사람에게무엇을간곡히부탁을할때에는특별히’드리다’를써서높이는것이다.
‘부탁’이라는말대신에‘청(請)’이라는말을쓸수도있다.’청’도‘부탁’과마찬가지로상대가누구냐에관계없이쓸수있다."김대리에게청이하나있는데들어주겠는가?","부장님께청이하나있습니다"와같은문장이자연스럽다.그리고‘청’은‘드리다’와도어울려"사장님께감히청을하나드려도될지모르겠습니다"와같이쓸수도있다.
‘부탁’이라는단어를써야할자리에‘당부’라는단어를쓴것은‘당부’에사용장의제약이있다는것을몰랐기때문일것이다.우리말에는‘당부’나‘수고하다’‘욕보다’등과같이어른에게사용하기가거북한단어가적지않다.’당부’리는한단어를잘못사용하여상대의마음을불쾌하게만들이유가없다.그리고스스로를무지한사람으로만들이유도없다.
<조항범의말이인격이다에서발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