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저기흰셔츠입은아줌마는왜저렇게뚱뚱해?"

뉴욕의한쇼핑몰푸드코트에서있었던일이다.내옆테이블에서피자를먹던눈이파란꼬마아이가엄마에게묻는다.엄마는자세를고쳐앉더니아이의눈을쳐다보며말했다.

‘사람들중에는뚱뚱한사람도있고，마른사람도있는거란다.그건이상한게아니야이해했지?’

내가예상하던답이아니었다.한동안그엄마에게서눈을멜수가없었다.나라면뭐라고했을까.우리엄마들이흔히말하던대로이렇게말하지않았을까?"너도그렇게먹다가는저렇게돼.알아서해!"그런데그엄마는아이가사람들에대해객관적인시각을갖도록해주었다.아마도장애인에대해서도그럴것이다"엄마，왜저사람은다리가하나야?"라고묻는아이에게겉모습만서로조금다를뿐이라는사실을말해줄것이다.

얼마전봉사를갔던중증장애인시설의원장님도그엄마같은분이었다.10여년전부터원래내가다니던다른곳의원장님과는많이달랐다.예전원장님은어린아이들의방문을싫어했다.그아이들까지돌봐야한다며번잡하게생각했다.그런데이원장님은꼬마손님들의방문을더반긴다.정상적인어린이들에게나와신체조건이조금다른아이들을만나서함께했던즐거운추억을주고싶다고한다.중증장애인이라고특별한것이아니라，모두같은사람이라는것을어린시절에알게하고싶다고한다.좀귀찮지않으냐는나의우문에손사래를친다.아이들의방문을통해또래의세상을만날수있기에어른들의방문못지않게반갑다는것이다.무엇보다방문하는아이들이장애인에대한편견을없앨수있는소중한경험이기에，당연히자신이해야하는일이라말한다.

평소보다소박한작업복차림으로방문한우리에게이렇게말한적도있었다."여기올때는예쁘게하고오시면좋겠어요.우리아이들이세상과만나는시간이니까요.이왕이면향수도좀뿌리고오셔서아이들의후각에새로운경험을주세요."우리가너무예뻐하고많이놀아주면아이들버릇이나빠져서돌보기힘들다던예전원장님과너무달라약간혼란스럽기까지했다.두곳의아이들은아주다르게자랄것이다.그아이들이세상을향해말할기회는없을지모른다.그런데그아이들의행복지수는분명히디를것이다.사람에대한이해와포용은가슴을풍성하게만들것이고，불만과좌절보다는행복을만들줄아는지혜를갖게할것이다.

직업의특성상내게는늘’이때는이래야한다’，’이때는이런모습이어야한다’는등의기준이있다.자신의역할과상황에맞게행동하고생각하도록사람들을교정하기도한다.그래서정해놓은기준에미치지못하면어느새그사람전체를평가절하하는경향이있었다.일종의직업병이었다.그러나이제는그것이얼마나교만했던것인지안다.결국은서로억울해할것이라는것도안다.\

한번은풍선을들고맨해튼거리를걷던한꼬마의풍선이갑자기‘‘펑’하고터져버렸다.지나가던어떤남자의담뱃불이풍선에닿은것이다.남자가어쩔줄몰라하며미안하다고했지만아이는"엄마，이아저씨나빠"하며울음을터트렸다.하지만그아이의엄마는침착하게아이를타일렀다."너도물을쏟을때가있고，접시를깨뜨릴때가있지.이아저씨도그런실수를한거야"그러고는엄마의말을이해했느냐고몇번씩되물었다.함께살아가는다른사람들을이해시키는그엄마가참보기좋았다.아이가문턱에걸려넘어져울면，아이의잘못을따져보지는않고문턱을’때찌!’하며야단치던우리할머니들이전적으로틀렸다고는할수없다.그러나난맨해튼한복판에서만난그엄마가조금더현명하다고생각한다.

세상을살다보면화나는일도많고상대에게거부감이들때도있다.그런일은늘’내가맞다’에서출발한다.상대가내기준에맞지않으면틀린것으로간주하고공격을하기도한다.달라이라마는우리에게작게외친다.’누가맞고누가틀린게아니라서로다른것일뿐이고，그냥다르다고생각하면화낼일이적을것’이라고말이다.맞는지，틀리는지를기준으로생각하면바꾸려들고분쟁이시작된다.할수만있다면나를이해하지못하는기족도，불친절한식당의직원도，혼잡한백화점에서만난불쾌한옆사람도，절대변할것같지않은내상사도그저다를뿐이라고생각해볼일이다.

어제는장애인의날이었다.누구나장애인을배려하는데동의한다.그런데장애인을위한시설건립이나지역적인협조에대해서는대놓고고개를젓는이들이적지않다.그들이반대하는가장큰이유는집값이떨어지기때문이다.어처구니없는일이다.

어쩌면내가，또는내가족이언제라도그시설이필요한입장에처할수도있는데，나와다르다는이유로그들과함께사는것은틀린것으로간주해버린다.장애인시설이들어서면하락하는우리네집값이이미그걸증명한다.세계적인경제대란앞에힘없이반토막나버리는그대단한집값때문에아이들앞에서장애인을위한시설이들어서는걸반대한다고힘주어외치고있다니…

그건아니어야하지않을까.내아이가훗날，"엄마를사랑하긴하지만함께사는건싫어!"하며그저불편하다는그이유로부모를외면하면어쩌려고그러나.우울하다못해안타까운현실이다.

<이종선님의멀리가려면함께가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