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기지해학
살아가기힘들고권태로운때는그무슨시원스러운웃음이나선사해줄사람이없나기다려지기도한다.TV속에나오는코미디프로도재미야있지만미리짜여진각본에의한것이라너무작위적인냄새가난다그보다는짜증스러운생활속에서순간적이나마한줄기소나기같이쏟아줄유머가있었으면하고기다려질때가많다.따라서여하한상태속에서도거기에알맞은유머를찾아낼수있는사람은참으로행복한사람일것이다자신뿐만아니라주위의사람들에게까지행복하게해주기때문이다.
그런점에서유머는불쾌한분위기를유쾌한분위기로전환시키는힘이될것같다하나그때그때상황이나분위기에알맞은유머의발상을떠올린다는것은아무래도남다른기지의발휘가따라야할것이다.
기지(機智)란원래급한사항에대처하는임기응변적성격을띠고있어서뛰어난지능의순발력이따라야한다.또아무리순발력이뛰어난지능의소유자라할지라도그것이천박한언동으로나타나거나세련되지못했을때는주위사람들에게혐오감을주거나불쾌감만안겨줄것이다.
그러므로기지란어디까지나세련된재치여야하고그사람의평소고매한인격과교양이수반되어야한다.즉,기지는타인에대한인간성이해와예의의심도(深度)가그바탕이되어야한다는뜻이다.이러한바탕위에서우러나오는기지가유머에까지이어질수있다면참으로안성맞춤이아니겠는가.
그러나아무리훌륭한유머가뛰어난기지에서나온다해도유머자체가바로기지는아니다.기지는때로어려운상황이나사태에대처하는임기응변이나뛰어난업무처리능력으로발휘될수도있고,원만하고도세련된대인관계능력등도처에서필요로한다.따라서유머도기지의그넓은폭과다양의줄기속의한가닥과이어진다할것이다.
그러면여기에기지와유머가가장잘어울린사례하나를들어보자!세상이다아는이야기겠지만조선조선조(宣祖)때왕의두터운신임을받았던오성대감이항복(李桓福)은어릴때부터뛰어난기지와유머의소유자로유명했다.그기지가한도뛰어나기에한번은선조임금이오성대감을시험해보기로했다.사전에신하들과의논한임금은내일아침조회시간에모두계란한개씩을가지고나오도록했다.말할것도없이꿈에도모르고있던오성이혼자어리둥절하는모습을보고싶어서였을게고,거기에더하여또어떤임기응변이나올것인가에대한호기심도작용했을것이다.그리하여이튿날조회시간에선조임금은"약속한대로가지고온것을내놓으시오"했더니모든대신들은도포자락속에감추고온계란을하나씩내놓았다.
그러자전혀예상하지못했던오성대감인지라잠시당황하기야했지만금시자기를골탕먹여보기위한장난인줄눈치를채고는이내도포자락을닭의날개처럼휘둘러혜를치면서큰소리로"꼬끼오’"소리를지르고는,"나는수탉이니알을낳지못하오."했다한다.이느닷없는상황에서오성대감의임기응변에오히려어리둥절하게놀란것은선조이하여러조정대신들이었던것은말할것도없다.
골탕을먹이려들다가역(進)으로골탕을먹였으니이항복으로서도이보다더통쾌한일도없었으리라…더군다나그때는남존여비(男尊女卑)시대라서상대방들을암닭으로비유하여몰아버리고자신만이혼자수닭으로독존한것을보여준것은참으로일품이라아니할수없다.이항복의이러한촌극은재치와유머가적절히이어진전형적인사례가될만하다.또그재치는매우세련된것이어서비록폭소를자아내기는했지만왕이하그누구에게도혐오감이나불쾌감을주지않는다.오히려그대응하는정도가적절하여딱딱한조정회의분위기를크게바꾼윤활유같은역할을했다고본다.
오성대감뿐만아니라옛날우리조상들은이런유머감각이뛰어났다고한다.이를옛선비들은해학(諧謔)이라고불렀는데아무래도오늘의유머와단순비교하기는걸맞지않는것같다.해학은유머처럼단순한웃음이아닌익살스런말이나행동도많이섞여있고,그배경에진한의미가깔려있는것같아아무래도한차원높다고할수있다.
무엇아무려면어떤가,이미통용되고있는이유머속에폭넓게포함시켜우리메마르고딱딱한생활을윤활유처럼부드럽게풀어줄수만있다면그만이아니겠는가?선량한감각과평화적인기질을지닌민주주의형의인간일수록유머가풍부하다고한다.유머야말로허식과과대라는독소를뽑아버리고모든사람들에게화목과이해를촉진시켜주는윤활제라하지않겠는가?
<기독교인수필집의있던이윤주홍님의수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