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자와섭정(聶政)의이야기.

옛날중국의한나라심정리라는지방에섭정(聶政)이라는사나이가살고있었다.어쩌다실수를하여사람을죽였기때문에그보복을피해어머니누이와함께제(齊)나라로가서가축을잡는일로생활을이어가고있었다.

그런데그뒤의일이다.한(韓)의애후(哀候–재위기원전376-371년까지)를섬기던복양(濮陽)출신인엄중자(嚴件子)라는사람이있었는데재상인협루(俠累)와사이가나빠져협루에게살해될것이두려워국외로도망했다.

그러고협루에게복수하기위해적당한안물을찾아여러나라를돌아다녔다.제나라에닿았을때이런이야기를들었다."섭정은원수를피해짐승을잡는일을하고는있지만그는용감한사나이다."엄중자는곧바로섭정을찾아가서교제를청하고그뒤부터자주찾아가서우의를두텁게했다.

어느날엄중자는술과고기를가지고가서손수잔을섭정의어머니에게바쳤다.술이취해가자조용히섭정의어머니에게장수(長壽)를빌며황금2400량을바쳤다.섭정은너무도큰돈에놀라한사코사양했다.그러나엄중자는억지로바치려고했다.성정은끝까지사양하며，이렇게말했다.

"나에게는아시는바와같이노모(老母)가계십니다.남의나라에와서비록개를잡는구차한생활로생계를이어가고있지만어머니의밥상에는어머니가좋아하시는것을빠뜨린일이없습니다.어머니에대한효도는내힘만으로도충분합니다.이런많은돈을받지않아도좋습니다."

엄중자는옆의사람들을물러가게한다음이렇게말했다."사실은나에게원수가있어서그를파해가며여러나라를두루마니고있소.제나라에와서그대가의사(義士)라는말을들었소.내가금붙이를드리는것은어머니를봉양할비용으로드리는것뿐이며그밖에다른뜻은없소.다만앞으로교제를원할뿐이오."

그래도성정은사양했다."이처럼구차한일을하면서시정(市井)에숨어사는것은다만어머니에게효도하기위한것입니다.어머니가잘아계시는한이몸을남에게바칠수는없습니다."아무리권해도섭정은받지않았다..엄중자는할수없이정중한인사를하고떠났다.

세월이흘러성정의어머니가죽었다.장사가끝나고상복의기간이끝나자섭정은이렇게생각했다."나는이름도없이시정에서개를잡는일을하는천한몸이다.그런데엄중자는한(韓)나라의대신이다.그대신이먼걸을불구하고몸소나에게교제를청해왔다.그런데나는상대방의기대에응하지못했다.그러고그사람은아무일도하지않은나에게백금을내주며어머니가장수하기를빌었다.받지는않았으나그만큼나를안정해준것만은틀림없다.그처럼어진사람이원수는원망하면서도나같이하찮은인간을알아주었다.그런데나는그기대를저버렸다.그러나그때는어머니가계셨기때문이다.그런데이젠어머니도안계시다.그러니나를알아준사람을위해이몸을바칠것이다"

섭정은위나라의복양(福陽)으로가서엄중자를찾아이렇게말했다."전번에당신의청을거절한것은어머니가계셨기때문이었습니다.이젠어머니가안계십니다.당신이원수라는그상대는대체어디의누구입니까?그일을제발저에게시켜주십시오"

엄중자는자세하게그사정을설명했다."내원수는한(韓)나라의재상인협루요.나의원수는협루라는자로서국왕의숙부가되며일족(一族)이번성하여경계도대단히엄중합니다.지금까지몇번이나자객을보냈지만언제나실패로끝났습니다.당신이이일을맡아준다면그대에게도움이될만한장사들과거마를충분히준비하겠습니다."

그러자섭정이말하기를，"여기서한(韓)까지는그리먼길이아닙니다.상대는한나라의재상이며더구나국왕의친족입니다.이편은오히려사람의수를늘리지않는편이좋을것같습니다.사람을늘리면이해관계로계획이새어나갈염려가있습니다.계획이새어나가면한나라는전력을다해서당신을노릴것입니다.그렇게되면위험천만한일이아니겠습니까?"

섭정은거마와장사들을거절하고단신으로칼하나만을의지하여한나라로떠났다.협루(俠累)는관청에서정무(政務)를보고있었다.무기를가진수많은병졸들이경계를하고있었다.섭정은그속으로뛰어들어계단으로올라가서협루를찔러죽였다.

관청안은큰혼란에빠졌다.섭정은크게외치연서수십명을쳐죽인다음스스로자기의얼굴의가죽을벗기고눈알을후벼내고배를갈라창자를내놓고죽었다.

한나라에서는섭정의시체를거리에내놓고현상을걸어그신원을밝히려고했다.그러나알도리가없었다.그래서이번에는상금을늘려서，"하수인(下手人)의신원을아는자에게는천금을주겠다."하는포고를냈으나그신원을알지못한채그럭저럭시간이흘렀다.

섭정의누이영(榮)이그소문을들었다.한나라에서재상협루를죽인자의신원을도저히알수가없어그시체를거리에내놓고천금의상금을걸었다는것이다.이소문을듣자섭정의누이는순간마음에짚이는것이있었다.

"내동생임에틀림없다.그는엄중자에게대단히인정을받고있었으니까"

영은북받쳐오르는슬픔을억제하면서곧바로한으로떠났다.시체를확인해보니과연동생섭정임에틀림없었다.영은시체에엎드려몹시슬퍼하며，"이죽은자는내동생인데심정리에사는섭정이라는사람이오."하고외치자주위에모여있던사람들은입을모아이렇게말했다.

"그사람은우리나라의재상을죽인자다，신원이밝혀지지않아천금의상금이걸려있었다.그대는그것을몰랐느냐.일부러와서이름을부르다니….“

그러자영은이렇게말했다."그것은나도알고있소.동생은개잡는천한일을하고있었지만그것은어머니가살아계시고또내가미처시집을가지않았기때문이었소.“

그어머니도죽고나도시집을갔습니다.그런데엄중자는그런천한동생을사나이로알아주고교제를청해왔습니다.그은혜에보답하기위해서는이렇게할수밖에없었습니다.

선비는자기를알아주는사람을위해죽는다하지않습니까.동생은다만살아있는나에게화가미치는것이두려워서이런죽음을택했던것입니다.

그러나내몸에미칠화때문에나야말로이런동생의이름을함부로묻어버릴수가있겠습니까?"

한나라사람들은그저감탄할뿐이었다.영은할말을모두마치고나서하늘을향해세번외치고슬픈정을쏟은뒤동생곁에서목숨을끊었다.

이말을전해들은진(晋).초(楚).제(齊).위(衛)나라사람들은，"섭정도잘했지만그누이도또한장한여인이다.“라고말하는것이었다.

동생의이름을세상에알리려는일념으로죽음도두려워하지않고천리길을걸어길바닥에서동생의뒤를쫓아죽는다.아마도누이가이런여인인것을알고있었다면섭정은아마처음부터엄중자의부탁을받아들이지않았을것이다.

그러고또한엄중자는사람을잘알아보고유능한사람을얻었다고해도좋을것이다.

<사마천의사기에나오는이야기랍니다.책에서읽은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