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천안함 사태’ 가 두렵다.

두동강난것은군함만이아니다
취약한군정부·정치권우왕좌왕…
헐뜯기,갈등구조노출…再공격유혹느낄것

천안함이침몰된후3주내내나의뇌리를떠나지않은것이있다.하나는칠흑같은어둠과차가운물속에서죽음의공포와맞서야했던우리병사들의처참한몸부림이고,다른하나는침몰이후우리의대응과갈등을지켜보며히죽이웃고있을어느누구와그추종세력또는집단의만족스러운표정이었다.병사들이끝내차디찬주검으로돌아온이제,여전히뇌리에서떨칠수없는것은저들의희희낙락이고우리의’고장(故障)’난시스템이다.

우리는그동안무엇에심취했던지,또는누구에게세뇌되었는지너무안이하게살아왔던것같다.우리의경제력,우리의국방력,그리고무엇보다우리의국운(國運)이상승일로에있다고보고그것에취해국방의취약함에서눈을돌려왔다.특히우리지도자·지도층의자기도취는나라의’도끼자루’에금이가는것을방치한꼴이다.군(軍)도그랬고정치권도그랬다.그리고우리국민일반도애써현실을직시하지않으려는안일함에빠져있다.

지난10년의세월동안우리의안보상황에서우리의식을지배해온개념들은햇볕,포용,지원,민족,화해,평화들이었다.그가운데서우리의군은속된말로나사가빠져버렸다.나라의군함이적(敵)의공격으로두쪽이나고40여명의병사가수장상태에빠졌는데도군(軍)지도부는’연락’도안되는사각지대에있었다.그것도모자라서로를부둥켜안고도와가며살아돌아온장병들을환자복을입혀국민앞에죄인처럼내몬군당국의조처는천안함공격을지휘했던그’누구’들도감히예상치못한수확(?)이었을것이다.

정부의대처는지루하리만치신중했다.물론어떤위기상황에서도경거망동해서는안되는것이대통령과정부가취할길이라고하지만우리는거기서신중함보다는쓸데없이말썽을거느리게됐다는당혹감,사후대처에대한중압감같은것을더많이느꼈다.여러논자들은정부의위기관리능력에문제가있음을지적하고있다.그러나문제는’위기’라는것에대한인식자체가없다는데있다.위기라는인식이없는데위기관리가있을리없고,위기관리의훈련이공백인상태에서그능력이길러질리가만무하다.

위기의식에관한한,정치권이한술더뜨고있다.야당들은조작이니북풍이니하면서음모론수준에머물렀고민주당은초기에는누가꺼내지도않았는데지레’북한불개입’을들고나왔다.국회에서국방장관을상대로하는질의의내용들을보면저것이과연우리병사40여명이전사하고배가두동강이난나라의의원들의입에서나오는소리인가복장이터질지경인적이한두번이아니었다.

인터넷의댓글에들어가보면복장이터질정도가아니라우리가곧망할것같은절망감을안겨주는경우도많다.우리장병들을죽인저들을달래라며"돈이나집어주고장난치지말라고하라"는주장에서부터저들이궁지에몰린나머지저렇게나오는것이당연하다는투의글들이수두룩하다.일부진보지식인들은’평화의대가’운운하는지경에이르고있다.심지어"우리아이는해군보내지않겠다"는소리도공공연하다.

이쯤되면천안함을침몰시킨저들의목적은120%달성된셈이다.저들이두동강이낸것은단순히군함만이아니었던셈이다.군(軍)의대응수준도확인했고정부나정치권의우왕좌왕,상대방헐뜯기,갈등구조노출도기대이상의성과(?)라면성과였을것이다.게다가국민일반차원의위기의식정도와국론갈등도그만하면기대치이상이었을것이다.앞으로유사한도발을감행할충분한자료를얻었을것으로본다.더욱이저들의대내적사정이위급해지고대외적상황이다급하게돌아가면언제든우리를인질로잡으려는유혹을받을것이다.

외국에서는천안함사건을한국의중대한국가안보사태로보는시각이지배적이다.일부미국언론은이것을미국의9·11사태에비견하기도한다.우리바다전부가적들의’땅굴’이라는지적도나온다.그런데정작우리내부에는위기의식이보이지않는다.별다른대응방법도없으니적당히넘어가지않을까지레짐작하는분위기도감지된다.기껏유엔안보리에문제를제기하거나경제적제재를가하자는논의에머물고있다.’있는사람몸조심하자’거나몸값을지불해야하는’인질사태’를떠올리는수준이고작이다.두려운것은이런상태로는’제2의천안함사태’가일어날지도모른다는사실이다.

<2010년4월19일조선일보김대중칼럼에서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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