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보라.숨쉬기조차어려운자연환경에서두달넘게지내야하는고통은8,000미터이상의고산에올라본사람만이느낄수있을것이다.그러나그곳에가보았다고자만하지마라.자연은인간이생각하는것이상으로거대하다.나는안다.불가능을가능하다고상상할때반드시실현될수있다는것을.그것은모두나의의지에달려있다는것을"
이제더이상내가오를고산은존재하지않는다.수차례죽을고비를넘기며살아서돌아온것이지금도도무지믿어지지않는다.매일아침눈을뜰때마다나는비로소내가아직살아있음을실감하곤한다.그리고아직할일이많이남아있다고나자신을일깨운다.
통상고산에오르기위해서는5,000미터정도에베이스캠프를친다.그고도에올라가면기압이지상보다절반으로낮아진다.공기가그만큼적어지는것이다.그리고8,000미터가까이더올라가면지상기압의3분의1정도밖에되지않는다.또한공기의밀도가낮고마찰력이적어강한바람이불어온다.그렇게난공불락인산을눈앞에두고나는지난20년간베이스캠프를쳤다.
하지만이제나는더이상고산에오르지않기에베이스캠프를칠일도없다.그렇다고정상을향한나의도전이끝난것은아니다.나의제2인생을향한도전을시작했기때문이다.그것은바로’사람의산’에오르는일이다.인간애를지향하는나의베이스캠프는지상에다시세워졌다.
나에게는또하나의가족이있다.네팔에있는셰르파들과그가족들이다.특히함께등반을하다가목숨을잃은셰르파의가족들을항상마음에품고다닌다.산에서내려오면다시히말라야를찾을일이없을것이라생각했는데1년에3번혹은4번은꼭오르게된다.그때마다만나는셰르파의기족들을보면아직도가슴이저린다.나와함께산에오르다유명을달리한그들이생각나기때문이다.그러나한편으로그들이남기고간아이들이꿋꿋하게자라는모습을보면마음이든든해지며위안이되기도한다.
히말라야에들어서면늘유가족들을부른다.3.000미터쯤에있는마을로그들을불러함께산행한다.그들은현지에서포터를하며살아가고있는남녀들이다.생활비를마련할길이없는그들에게조금이나마보탬이되기위해나는그들을짐꾼으로고용한다.20여년간함께산에오르며쌓인유대감이그들과나사어에눈빛으로전해진다.
지금은그렇지않지만사고당시셰르파의가족들은슬픔을이기지못해소리를지르며나를집안에서내쫓기도했다.그래도나는쉴새없이그들의집에찾아가무릎을꿇고머리를조아리며한없이죄송하다고,죽을죄를지었다고사과하는수밖에없었다.그렇게히는것말고는그들의마음을위로할방법을찾을수없었다.
자식을잃은슬픔남편을잃은슬픔부모를잃은슬픔을나는그때도지금도알지못한다.그러나나는동료를잃은슬픔은뼈저리게느껴보았다.그렇기에그들의아픔을함께나누려고노력했던것같다.산에오르다가사고가난그상황에서잘잘못을따질수는없다.그것은말도안되는일이다.그러나무조건우리는팀이었다는생각에모든잘못에대한용서를구하는것만이내가유가족들에게할수있는최선이라고생각했다.
시간이흘러유기족의마음이차분해졌을무렵나는다시그들을찾아가사고가일어났던상황을자세히설명했다.조금이라도미음이편해지고싶어서였다.유가족들은참담한표정으로나의이야기를들었다.나는가족들의마음을전부헤아릴수없었다.그래서인지발길을돌려하산을할때에도마음이편치않았다.더씁쓸하고무겁기만했다.그날의참담했던기억은그들에게익숙해질수없는상처일것이다.아마도평생가족의죽음에대한슬픔을입밖으로뱉지못한채살이갈것이라생각한다.
나는지금도동료들의이름을되된다.그리고남은기족들을위해내가할수있는일이무엇일까고민하고고민하던나는그들을끌어안기위한노력을시작했다.인간으로서처음으로신의영역인히말라야16개봉우리를모두밟았고,그곳에오르며나는한껏몸을낮췄다.산이나를안아주기를끈질기게기다렸다.그렇듯이제는내가사람의산에오르며나의몸을한껏낮추고있다.산이나를안아주었던것처럼,나를받아주었던것처럼이제내가힘겹고어려운사람들을힘껏끌어안아줄것이다.
그리하여나는생활환경이열악한히말라야산간마을에학교와병원을짓고그들의낙후된환경을개선하는일을하고있다.지난20여년동안8,000미터가넘는산에오르며나는제2의인생목표를그렇게살고자정했다.내가도전해야할새로운산내가세운800미터17좌휴먼재단산에오르는중이다.살아남은자로서영원한산사람으로남는길을내안에서찾은것이다.
나스스로가좋아서산에올랐다.목숨이걸려있는일이기때문에진정으로좋아하지않으면도전할수없다.그처럼나는지금인생의산에오르고있다.고산에오르는일처럼위험하지는않지만사람산에오르는것또한만만치않은일이다.하지만산에오르듯단단한각오로나는지금또다른꿈을향해도전하고있다.
숱한사람들이나에게히말라야중독이라고말한다.물론나는지금도히말라야가무척그립다.다시가고싶고오르고싶다.하지만이제지상에베이스캠프를치고이곳에서해야할일들을하나씩이루어가고있다.세상의산에서새로운등반을시작하며산이아닌사람을만난다.이픔과좌절을겪어야하겠지만그것은모두희망을끌어안는일이될것이라고믿는다.
죽을고비를숱하게넘겼던것처럼모두가불가능하다고했던고산에모두오른것처럼내기슴에품었던희망과꿈을기억하며꿋꿋이밀어붙일것이다.작은실수도허락하지않는고봉에서나는살아났다.산이살려주었으니좌절과고통이밀려와도신념과의지를가지고계속도전하며꿈을향해걸어갈것이다.내안에멈추지않는꿈,희망,자신감을많은사람들과나누고싶다.
나는알고있다.이세상이희망이며우리가정작행복을누려야할곳이사람과사람이존재하는바로이땅이라는것을.사람의산에오르기위한베이스캠프는바로이곳이다.
누군가내게이렇게물었다.사람산에오르는일이힘들지않느냐고.그에게나는이렇게대답했다.
"인간관계가중요하겠죠.산이야저하기에달린거예요.산은항상원하는대로되는건아니지만어쨌든순응하면됩니다.안될때포기하면후회가없어요.그런데인간관계나이사회에서는그게잘안됩니다.그래도저는계속도전할겁니다.사람과자연은그뿌리가하나라고생각합니다.그래서저는계속가야합니다.내가살아있는동안나는사람을향해계속걸어갈것입니다"
엄홍길의‘오직희망만을말하라.’에서.
아래사진은엄홍길님이두손을모아옛셀파의노모에게인사를건네는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