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와현주자매가다니는교회에서이슬비전도를시작했다.먼저전도할대상을정하고교회에비치되어있는엽서를계속해서띄우는방법이다.엽서는나이,직업,현재처해있는상황에따라여러종류가있기때문에대상에맞춰적합한것을고르면되는것이다.이슬비는소낙비와달리쫙쫙쏟아지지않으므로단번에몸이젖지않는다.소리없이사르르스며드는안개같은비다.마치우리나라전통가옥인한옥의아랫목같다고나할까?불에데일것같이펄펄끓지도않고얼음장같이차갑지도않고늘일정하게따뜻한온도를유지하고있는.이슬비전도도마찬가지다.꾸준히하나님말씀과사랑을전달함으로써상대방의마음을조금씩움직여처음에는관심조차없었던엽서가점차기다려지게되고나중에는보슬보슬내리는이슬비에자신도모르는사이에폼이젖듯말씀에젖어교회로나오게되는전도작전이다.
현아는이슬비전도를시작할때부터자신만만해있었다.현아는시인답게뛰어난글재주가있었기때문이다.현아는교회에비치되어있는엽서를욕심껏갖고와서평소가깝게지내고있는주변사람들은물론신문기사에난소년가장,백혈병을앓고있는어린아이등알지못하는불우한사람들에게까지보냈다.
"언니,처음부터그렇게많이보내면무리가되지않을까?무엇보다꾸준히보내는게중요한데계속해서그렇게많은엽서를보낼수있어?"
아직미혼으로직장생활을하면서함께살고있는동생현주가걱정스러운얼굴로물었다.
“염려마,너나잘해"
현아는미소까진지으며여유있게대답했다.자신의뛰어난글솜씨에매혹되어엽서를받은사람들은다음엽서를기다릴새도없이그대로교회로달려나올것같았기때문이었다.
오하나님드디어주하나님이주신달란트를하나님을위해쓰게되었습니다.할렐루야.그러나현아의엽서를받은사람들은약속이나한듯이무소식이었다.현아는계속해서엽서를보낼기분이들지않았다.구구절절옳은소리에다살짝도금가루를뿌린것처럼반짝이는문학적표현으로엽서를가득메꾸었는데,그걸이해못하는사람들이한심스럽게느껴졌다.현대인들의가슴은너무삭막해,황량하단말이야현아는현주앞에서투덜거렸다.
“언니,계속보내봐."
“글쎄,"
현아는시작할때처럼신바람이나지않아시큰둥하게대답했다.
"전도를기분으로하면돼?전도야말로정성과진실의열매야"
"그러는너는왜엽서한장을안보내니?’
"나도한사람한테보냈어."
"겨우한사람?허긴넌글재주가없으니까그거쓰는데땀깨나쏟았겠구나."
현아는자신의엽서에반응이없는사람들에대한화풀이를은근히현주에게해댔다."맞아언니"현주는상큼한미소를지으며선뜻수긍했다
(계집애,속도없이웃긴.)
현아는웬지심사가뒤틀려계속물었다.
"누구한테보냈니?"
"언니,우리아파트후문입구에서과일장사하는아주머니있지?“
“아그욕잘하고얼굴에심술이더덕더덕붙어있는놀부아내와같은아주머니말이
야?"언닌,그아주머니가말투가무뚝뚝하고외모가남자같이생겨서그렇지
속마음은안그래""안그러긴뭐가안그래?내가지난번에수박있어요?하고
물어봤더니글쎄없다고하면될것일이지제철도아닌과일찾는다고야단을
치면서또뭐라고그랬는줄아니?
뭐,제철과일을먹어야진짜과일맛이나고몸에도좋다나?어디그뿐인줄아니?
내가키위하고머스크메론을찾았다가얼마나혼줄이났는줄알아?신토불이도
모르고우루과이라운드에한숨짓는우리농민들의기분도살필줄모르는,
저만잘먹고잘살면그만이라는이기적인여자라나?과일장사가과일이나팔면되지
주제넘긴.아니,그런데넌그아주머니한테엽서를보냈단말이야?"
"얘가,사람을보고전도를해야지……
그아주머니가어디교회에나올사람같으니?예배보는시간이아까워서도못나올걸.그시간에과일하나라도더팔아서그뚱뚱한배에다차고있는돈주머니채우고싶어안달할거다"
현아는쯧쯧하는표정으로현주를봤다.
"언니,그아주머니무척외로운분이야.알고보니까남편이교통사고로척추를다쳐서제대로운신을하지못하나봐.쓰다달다말한마디없이남편수발다들어가면서애들공부시키는대단한분이야"
"그래서그스트레스를과일사는손님한테다푸는모양이구나.그러니과일이제대로팔릴리가없지.손님은왕인데,먹골배한조각을한입물었을때처럼단물이쪽빠지게사근사근친절해도장사가될까말까할판인데그렇게성질을부리니"
"아니야,언니.그아주머니장사잘해.돌아갈때보면리어차가텅비어있던데"
그럼그아주머니사정을아는너같은사람들이동정으로사주는거겠지.그건구걸이나마찬가지야.치사한방법이라구.“
“그아주머니양심적으로장사하는사람이야다른곳보다과일값이싸.”
아유,그아주머니이야기는그만하자난생각만해도싫다.현아는그아주머니한테한번도아니고두번씨이나당한수모를생각하면지금도가슴에서불길이치솟는듯한분로를느꼈다거기엔길거리에서과일이나파는주제에일류대학까지나오고중류이상의생활을하는나에게감히?하는교만이가득차있었지만현아는그것을깨닫지못했다.
그런데실로놀라운일이일어난것이다현아는주일날예배를보다가자기와대각선방향에앉은한아주머니의뒷모습이왠지낯이익어자꾸눈이갔다.목사님설교가끝나고특별순서로이번이슬비전도로인해처음으로교회에나온초신자들의소감발표시간이있었다.예배시간내내현아의신경을끌어당긴그아주머니가일어나더니뚜벅뚜벅앞으로나가공손히인사를하고고개를들었다
에그머니나.현아는자지러질듯놀랐다욕쟁이과일장수아주머니였다.현아는옆자리에앉은현주를바라보았다.현주는두손모아기도를올리고있었다.
"사랑의하나님,아주머니가교회에나오게된것을감사드립니다.“
분명현주는그런기도를드리고있을것이다.
현아는시선을다시앞으로돌렸다.
"저는무식해서말을조리있게잘못하니까그냥이웃에마실와서얘기하듯맘편하게하겠습니다.저는과일장사를하고있습니다.과일장사를오래하다보니까목욕탕때밀이가홀랑벗은몸만보고도그사람의직업을알수있다고하듯이,저도과일을고르는사람의손을보고그사람의성격을알수있습니다.대부분사람들이좋은과일을고르기위해눈에불을키는게아니라손에불을키고고릅니다.어떤사람은값을물어보기도전에다짜고짜값부터깎아달라고하고,어떤사람은덤으로하나만더달라고떼를쓰고,어떤사람은맛을봐야살게아니냐고미처말릴사이도없이자기것마냥귤을집어먹기도합니다.다들조금도손해보기싫어안달을하는모습이지요.
그런데석달전쯤부터인가참이상한아가씨가저녁마다과일을사가는것이었습니다.제가이상한아가씨라고하니까여러분은혹시외모가이상하거나살짝돈아가씨가아닌가생각할지모르겠는데그게아니라그동안저한테과일을사간사람들하고전혀다르다는뜻입니다.예를들어그아가씨는사과다섯알을사간다고하면꼭한두알은썩은사과를집어가는겁니다.물론썩었다고해서아주폭삭썩어못먹는건아닙니다.운반할때부주의로한부분이썩었거나무른거지요.
그래서어느날제가말렸지요.아가씨,그건썩었어요.여기이사과로가져가세요.그랬더니그아가씨가배시시웃으며이렇게말하더군요.괜찮아요,아주머니.이썩은부분만도려내면얼마든지먹을수있어요.썩은사과를빨리빼내야다른사과들이썩지않게되잖아요?그리고아무도이썩은사과는가져가지않을게아니어요?그러면서다른날과다름없이썩은사과를가져가더군요.전그때세상은아직살만한가치가있구나,그런생각을했습니다.
그런데어떻게우리집주소를알았는지그아가씨로부터엽서세장을받았습니다.제가그엽서들을갖고나왔으니까읽겠습니다."
아주머니는주머니에서엽서를꺼내더니읽기시작했다.
"안녕하세요?아주머니.저썩은사과예요.이렇게말하면누군지아시겠지요?퇴근길에썩은사과를사가는,아주머니가좀이상한아가씨라고생각하는바로그사람이어요.아주머니,사실전썩은사과였어요.하나님을알기전에는멀쩡한다른사과들까지썩게만드는쓸모없는사과였지요.그래서썩은사과가얼마나위험한건지알기때문에제가건강한사과들틈에서빨리빼내는건지도몰라요.아주머니,하루살이와나비와제비얘기를아세요?어느날나비가하루살이를만나아주재미있게하루를보냈어요.어두워질무렵둘은헤어지게되었는데아쉬운나비가하루살이에게내일또만나자고했지요.그때하루살이가나비에게물었지요.내일이뭐니?응,내일은해가지고해가뜨면내일이되는거야.그러나나비는하루살이를만날수없었어요.하루살이는하루밖에살지못하니까요.
나비는또친구를찾아날아다녔어요.그러다제비를만났어요.우와넌날개도크고멋있게생겼구나!나비는제비를보고감탄했지요.
나비와제비는친구가되어재미있게놀다가저녁무렵또헤어지게되었어요.둘은
무척아쉬웠어요.그때제비가나비에게말했지요.나비야,우리1년후에또만나자.
나비가물었어요.1년이뭔데?응1년은겨울이가고봄이오면1년이되는거야.
그러나제비는나비를다시는만날수없었어요
아주머니우리인생은하루살이에불과하답니다.이땅위에는영원한게아무것도없어요.아주머니,저는아주머니한테행복한비밀하나를가르쳐드리려고합니다.저는영원한걸안답니다.바로하나님이랍니다.하나님께소망을두는순간우리는영생을얻게됩니다.아주머니와이행복한비밀을함께나누고싶습니다."
아주머니는얼굴을들고좌중을둘러보았다.교회안은숨소리조차들리지않을만큼조용했다.아주머니는계속말을이어나갔다.저는아직하나님을모릅니다영생에대해서도모릅니다.제가아는한가지는다른사람을위해썩은사과를골라가는그아가씨뿐입니다그리고그아가씨가믿는하나님이라면꼭만나보고싶다는생각에서교회를나오게되었습니다.아주머니는국민학교학생처럼꾸벅인사를하고자리로돌아가앉았다.그때까지교회안은깊은바다속처럼고요했다
누군가가짝짝두어번박수를쳤고곧이어우뢰와같은박수소리가들려왔다.
현주는눈물을흘리며기도를드렸다."하나님,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현아는그런동생의모습을바라보며비로소자신이쓴그많은엽서에한명의답장도오지않은이유를알았다.자신은가슴이아닌손끝으로만썼기때문이었다.현아는살며시손을뻗어현주의손을꼬옥잡았다.동생의손은그어느때보다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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