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딸이초동학교1학년때의일이다.미주리주에서열린’꼬마미인대회’라는행사가있었다.아내의성화에못이겨딸아이를그미인대회에출전시켰다.행사장은만원이었다.출전한꼬마미인들이휘황찬란한조명을받으며깜찍한드레스를입고예쁨을한껏뽐내기도하고,저마다장기를보여주기도했다.
그런데내가보기에는그렇게예쁠것도없는꼬마들이대부분이었다.작달막한키에뚱보도많았고,어딘지모자라보이는아이,그리고얼굴에검은주근깨가더덕더덕붙어있는아이도있었다.
미국에온지얼마안되었기때문이기도했지만,나는도무지이해할수없었다.꼬마미인을뽑는다는데왜이렇게못생긴꼬마들이출전했을까?이런의문을품으면서속으로는내딸이틀림없이최고미인으로뽑히리라고자신했다.
하지만대회장은뭔가다른분위기와열기로가득차있었다.뚱보든,주근깨든꼬마미인들이등장할때마다엄청난박수소리가끊이지않았고,가족은물론관람객들까지몇번씩일어서서기립박수를보내는것이었다.
마침내입상자명단이발표되었다.그런데이게웬일인가.대부분내가전혀기대하지않았던뚱보꼬마들이었다.예상을뒤엎은충격적인결과였다.나는틀림없는인종차별이요,한국식으로빽(?)이든든한’아이들이뽑혔을것이라고넘겨짚고는"미국놈들도별수없구나."라고투덜거리며집으로돌아왔다.
얼마후나보다훨씬오래전에미국에와서살고있던어느대학교수에게이이야기를했다.
그러자그교수는웃으며"그것은교육입니다.아이들에게자신감을불어넣자는것이지요.외모가예쁘지않은아이들일수록많은박수를받게하고자신감을얻도록돕는행사가바로꼬마미인대회입니다"라고설명해주었다.
그때서야나는의문을풀수있었다.박수라!그렇지,그것은분명사람의마음속에엄청난힘을불어넣어주는것이지,아이들은칭찬을먹고살고어른들은남에게인정받으면서행복해하는것이지,일등에게만보내는것이아니라꼴찌에게도보내야히는것이지,박수는칭찬이고격려이고인정(認定)이기때문이지이후나는박수의의미를새롭게마음속에새겨놓았다.
고(故)노무현대통령이국정연설을할때방청석에앉아있던국회의원들이단한차례도박수를보내지않아화제가된바있다.거짓말조금보태서1분마다박수를쳐대는미국대통령국정연설과는하늘과땅차이같은이야기다.박수에인색한우리네모습을단적으로보여준사건이기도했다.
사돈이땅을사면박수를보내는것이아름다운모습일터이다.하기야,사돈이땅을사면나도시야겠다는오기심보때문에우리민족이이만한판세를만들어냈는지도모른다.
하지만이제는좀달라질때도됐다.밖에서보는조국은자랑스럽기만하다.짧은기간에민주화와경제부흥을동시에이룩한자랑스러운민족이다.이지구촌에서우리조국처럼잘나기는국가가있으면한번말해보라.
그런데도남이잘한것을좀처럼인정하려들지않는다.박수에야박한데다,상대를끌어내리고흠집내려고만한다.그동안일제와군사독재하에서다져진전투체질때문일까?칭찬은이부요,굴종이요,사이비들이나히는짓이라는고정관념에서벗어나지못하는한일류국가로도약할수없을것이다.
남이잘하는일을보고도못본척하고,오히려오기가생긴다면분명히치료해야할병이다.이병은박수치기연습을통해고칠수밖에없다.경제적으로좀힘이들더라도마음으로따뜻함을느낄수있는사회가더좋은사회가아닐까?서로격려하면서칭찬을먹고살아가는사회를만들었으면하는바람이다.
박수란주면줄수록샘물처럼솟아나는보물이라는사실을잊지않았으면좋겠다.뚱뚱이꼬마미인파이팅!
(이계송님의’꽃씨뿌리는마음뿌리는마음’의수필집에서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