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랑이란?

참사랑이란?


나는올해서른세난꼽추이다.나의직업은시계수리공이다.전세이긴하지만두평짜리한칸에평남짓한점포를마련하여육십이넘은어머니와단출하게살고있다.


학력은국졸이지만독학으로고입검정고시에도합격하였다.지금도손이벌때면틈틈이교양서적을읽어지식도쌓아세상돌아가는형편을남만큼은알고내나름대로비판도해본다.


용모로말할것같으면남들의,참사내다운얼굴이란칭찬을러들은적도있다.오직치명적인신세란불구로여태까지의인생을체념하고살아온점외에내가부러워해본것이라곤별로없다.변두리긴하지만지게군도시계를차는세상이라벌이도괜찮은편이다.한삼년더돈을벌면작은점포를살수있을정도의지참금도있다.담배는못피우나술은외로움때문에간혹혼자소주반병쯤마신다.성격은말이없고수줍음많은내향성이다.


나는그런마음이있어도내색은않지만,어머니는곧잘한숨을내쉬며이렇게중얼거리곤하신다.

"아이야,너도색시를하나얻어야할턴데.친손자한번업어보면원이없겠구나!"

천성이착하시고부지런하여동네젖먹이들을곧잘업어주실마다어머니의간절함을역시알고있다.


그런데사실나도한번색시를얻어본적이있긴하다.다섯전이다.결혼에두번이나실패한젊은과수댁을아내로맞았던것이다.첫남편은결혼한지한달만에월남출정나가전사하고,두번째남편은하도주벽이심하여매질에견디다못해도망온스물일곱된과부였다.

"병신이면어때.처자식먹여살리고마누라아껴주면그게제일이지"

입이좀싸달까,방정맞은데가있긴하지만나로서는감지덕지한여자였다.흠이라면화상을입어뺨과목에흉터가흉하지만어디내처지에견줄수있으랴.그러나예(禮)도없이맞은아내는두달이못돼집안의돈은물론,한벌뿐인어머니은수저마저겨도망치고말았다.누구를원망할수도없고,그저팔자탓이라며그일을잊고말았다.


그로부터세월이흐르고나도남자라여자생각이전혀없는아니었다.그러나모든것을불구자의운명으로돌리고나날을보내왔다.


그런데나의마음에드는한여자가나타난것이다.여자쪽에서나를어떻게생각하느냐가문제지,내쪽에서마음에든다어쩐다는것은사실객관적으로고려될바가아니었다.그런데짝사랑으로내마음이기우는것또한이를어찌억제만한다고잊혀질수있으랴.


그처녀가바로시계점포건너편에있는양장점의미숙씨이다.말이양장점이지통치마나간단한브라우스를만드는재봉집이다.스물아홉의미숙씨는그집에서재봉틀을돌린다.보아도허술한쉐터에바지차림으로,별로웃는적도없이쉬지않고일만한다.육이오때부모를잃은고아이며,고향이경상도지방이라는점외에내가그처녀에대해아는바는없다.미숙씨는곰보다.얽어도심하게얽은곰보다.그래서아마혼처자리가생기지않는지도몰랐다.그러나참한행실탓인지동네아낙네들도그여자를곱게보았다.


바로그여자를내가짝사랑하게것이다.그러나미숙씨의곰보란결함보다도꼽추인내자신의결함이너무크므로,그사랑을감히고백할용기가없다.어머니를통해서미숙씨의마음을보고싶은생각도해보았지만,내가그여자를진실로사랑하기때문에차마그말이입에서떨어지지가않았다.사랑이얼마나사람을두렵게만들고,용기를죽이고,가슴을앓게하느냐를서른셋의생애에처음으로깨달은셈이었다.나는번이고꿈에서도미숙씨를만나곤했으나우리가꿈속이지만말을나눠본적은없었다.나는날지못하는한마리의거북이었고,미숙씨는늘먼데만처다보는외로운한마리고니였었다.


그렇게혼자속만태우던중,나는어떤신문에서’귀하의고민을풀어준다’는인생상담란을보게되었다.아니,보게되었다기보다는그신문을보다가한가지좋은계획이올랐다.나는나의딱한’내사랑의고백’을그상담자에게띄워보냈다.

-노트르담의콰지모도처럼이천형(天페)의죄인이과연미숙씨를아내로맞을수있을까마는,인간이누구나배필을만나행복한가정을이룰권리가있다면,나는내생명을다바쳐새로운삶을출발하고싶습니다.그러나과거까지있는이죄인이그고백을미숙씨께감히어떻게할수있겠습니까……...

대충이런내용에대해,그로부터열흘상담자는친절하게도지면을할애하여주셨다.질문은물론,이름과주소까지밝혀주고,해답으로이렇게격려를주셨다.


-신체적결함이사랑의장벽이될수는없습니다.사랑은애정신뢰로써맺어지는것입니다.더욱당신은훌륭한자녀를가질수있는건강인이아닙니까.용기를가지고문을두드리십시오.당신의진실이그여자를감동시킬때,그문은열릴것입니다


나는신문에실린나의글과해답을가위로곱게잘랐다.그래서어느자정이가까울무렵,늦게까지홀로재봉틀을돌리고있는미숙씨가있는재봉집문틈으로봉투를넣어주었다.

"그걸보셔요."

나는말을했는지속으로중얼거렸는지수가없었다.만큼정신이없었던것이다.

그런사흘저녁무렵,여지껏한번도들린일이없는내시계점포에미숙씨가처음으로찾아왔다.그여자는마리어린양처럼얽은얼굴에수줍은홍조를띠우며더듬더듬말하는것이었다.

"제시계가안가거등예.어데가고장났는지……..한번봐주이소…………"

그러나그시계는사실밥이주어져있지않은점외에고장이데라곤없었다.


<사랑줍기공트집에서김원일님의참사랑이란글의내용입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