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않는사랑

시월이거의끝나갈무렵인수는부산에살고있는친구집에서하룻밤묵게되었다.오랜만에만난친구라이런저런이야기들을나누다보니자연스레늦게잠이들었다.헤어지기가아쉬웠지만，이튿날은일정때문에오전에기치를타야만했다.

인수는피곤한몸으로자리에앉자마자잠을청해보았지만승객들이많아서인지쉽게잠들지못했다.하릴없이창밖을보고있는데，비슷비슷하게스쳐지나가는풍경이지겹기도하고따분했다.

얼마나흘렀을까?기차가잠시정차했던청도역을벗어나면서부터뒷자리에서말소리가들렸다.누가탔겠거니하고다시잠을청해보려는데말소리가끊이지않고이어졌다.

"와!벌써겨울인가?낙엽이다떨어졌네.근데낙엽덮인길이너무예쁘다.알록달록한게꼭비단을낄L아놓은것같아.한번밟아봤으면좋겠다.무척푹신할것같아"

"저은행나무정말크다.몇십년은족히돼보인다.은행잎멀어지는게꼭노란비같아"

"포도나무가참많네.저포도밭좀봐.엄청나다.저포도들다따려면고생이심하겠는걸…..‘

"저기저강물은정말파량군.꼭물감을풀어놓은것같아.

저낚시히는사람빨간모자가참예쁘네…

"저기흰자동차가가네.외제차같은데엄청작다.내힘으로도밀겠어.운전하는사람은20대초반같은데，선글라스를쓴아가씨야.어，근데엄청빠르네…….."

벌건눈으로한참을낑낑대다가겨우잠을청하고있던인수는짜증이났다.

‘무슨사람이저렇게말이많아?자기혼자다떠들고있네.

다른사람들은눈없나?

잠자기는다틀렸다고생각한인수는화장실에갔다가，얼굴이나보자며힐끗그사람들을쳐다보았다.순간인수는자신도모르게흠칫했다.

그자리엔앞을못보는40대중반아주머니와남편으로보이는아저씨한분이서로손을꼭잡고있었다.그아주머니는아저씨가이런저런말을해줄때마다살짝살짝고개를끄덕이고있었다.마치실제로보기라도하는것처럼입가엔엷은미소까지띤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