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학
한남녀가처음만나사귀기시작했을때였다.남지는여자에게천개의종이학을접어선물하면서고백했다.
"이천개의종이학은내변하지않는마음이야"
당시만해도두사람은한시라도멀어질세라사랑의달콤함과행복감에가득차있었다.
그러나언제부턴가여자가차츰남자한태소원해지기시작했고,얼마후에는다른남자를만나결혼하여프랑스로유학을떠났다.
남자를마지막으로만나던날그녀는꿈에그리던파리로간다면서이렇게말했다.
"우린현실을똑바로봐야해요.여자한테혼인은또다른인생의출발이잖아요?난이좋은기회를놓치지않을거예요.당선은너무가난해요.난우리두사람이결합한후의생활을상
상조차하기싫어…….!"
남자는무너지는가슴으로여지를떠나보내야만했다.여자가프랑스로떠난뒤남지는신문도팔았고임시직원을비롯해작게나마장사같은것도해보았다.그는무슨일이든닥치는대로,이를악물고해냈다.그결과몇해가지난뒤에는아는지인들의도움과자신의노력으로버젓한회사를하나갖게되었고,결국에는남부러울것없는부자가되었다.그러나남자는여전히그여자를잊지못했다.
어느비내리던날,남지는자신의승용차를몰고가다가늙은부부가앞서걸어가는것을발견했다.어딘지낯이익어보여서눈여겨보았더니,그녀의부모님이었다.
남자는어느덧그들부부를뒤따르고있었다.할수만있다면그들앞에서자신은고급승용차뿐만아니라회사와개인별장까지가지고있다는것을과시하고싶었다.
남자는천천히차를몰아그들의뒤를따랐다.비는그치지않고퍼붓고있었다.비록우산을쓰긴했지만굵은빗발은늙은노부부의몸을적셨다.
얼마후목적지에도착한남자는멍해지고말았다.눈앞의광경이도무지믿기지가않았다.
그곳은공동묘지였다.비석위의사진속에서그녀가달콤한미소를지은채자신을바라보고있었다.그리고비석옆에는가는쇠줄에꿰인종이학들이츰츰히걸려있었는데빗줄기속에서그렇게생동감있게보일수가없었다.
그녀의부모가남자에게진실을말해주었다.여자는파리로간것이아니라암에걸려천국으로간것이라고.여자는남자가성공하여행복한새삶을이루기를소망하며그런거짓연극을했던것이다.
그녀는남자의성공을믿어의심치않았다고했다.그리고언젠가진실을알게되어자신을찾아올지모르니묘소에꼭종이학을걸어두라고……...
남자가그녀의무덤앞에털썩무릎을꿇고긴오열을토해냈다.펑펑쏟아지는눈물은그칠줄을몰랐고늦봄에내리는빗줄기는남자의온몸을흠뻑적셔놓았다.수년전함께사랑을나누며행복해하던여자의그해맑은얼굴이남자의마음을아프게헤집고있었다.
얼마후세사람은나란히묘소를떠났고함께남자의차에올랐다.
차안스피커에서는마침애잔한노래가흘러나왔다.
“내마음후회하지않으리,천번만번모두당신을위함이네,천개의종이학,영원한마음,바람에하늘거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