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일구는데는일년이걸리지만
씨앗을뿌리는데는하루면충분하나이다.
밭을일굴때는많은땀과수고가필요하지만
씨앗을뿌릴때는하루의즐거움으로채워지나이다.
씨앗을뿌릴때중요한것은밭의상태이지
씨앗을뿌리는노동이아니나이다.
밭이돌밭인지가시넝클밭인지부드러운흙밭인지확인한후
씨앗을심어야초록색잎과풍성한열매를기대할수있나이다.
자연의이치가이러할진대
사람들은밭을일구는데는관심이없고씨앗을심는데만신경을쓰나이다.
그래서인생에서실패와좌절,아픔과고통이이어지나이다.
누군가를일방적으로판단하고좋은이웃을원망하고공격하여
원수로만들어가나이다.
씨앗에서싹이트지않는것은
종자의상태때문이아니라
그내용을커워갈밭의상태가좋지않기때문임을
깨달았으면하나이다.
인간은관계속에서태어나관계속에서성장하나이다.
내밭에서네가자라나고그사람의밭에서내가자라나이다.
그사람없이내가클수없고
나없이그사람이성공할수가없나이다.
내밭의흙이부드러워야나와관계하는이웃의모난인생도
나름대로희망의싹을퇴울수가있나이다.
밭을먼저일구고씨앗을뿌려야하나이다.
그사람을충분히사랑한다는확신이서지않으면
아무리좋은충고라도건네지말아야하나이다.내가충분히체험하지않은이웃의아픔앞에서어떤위로도건네지말이야하나이다.
본인의계획속에수고와고난이얼마나배어있는지
세번짚고갚게호흡하고나서일을추진했으면하나이다.
내대지에서자라는이웃은모두나의열매이고
내농토에서자라는엉겅퀴와잡초는
나의미음과영혼의밭을계속일구어가도록만드는
소중한생명이나이다.
밭은영원하지만씨앗은바뀌나이다.
밭은주인이지만씨앗은손님이나이다.
참으로사랑하는님이시여!
씨앗을뿌리려는다툼과경쟁은넘치지만
그것을심을밭은턱없이부족한것이오늘의현실이나이다.
이러한세상가운데에서님께서먼저
겸손한밭이되어주지않으시렵니까?
이다지도이중적이고어지러운세상속에서
콩심은데콩나고팔심은데팔나는
단순하고정직한밭이되어주면아니되나이까?
모두가자기를주장하는이기적이고개인주의적인현대사회속에서
모든주장을.받아들이는공동체적인침묵의밭이되어주지않으시렵니까?
한겨울동안편안한휴식을취하셨으니
내이웃의아픔이님의사랑덕분에희망을잃지않고
싹을퇴워갈수있도록작은자리를내어주소서.
밭은하늘에서내리는비를마시고비옥해지나이다.
비는충분히내릴것이나이다.
님이시여!
님의그보드라운마음의밭에서맨발로산책하고싶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