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해야할일이바로꿈–강수진

신체는그사람이어떻게살아왔는지삶의자세를그대로표현해준다.미국의사진작가매리앨런마크는평생가난한이들을위해살아온마더태레사의f손’을포착한사진을찍었다.나무등걸처럼잔뜩주름진손등은가난한이들을도우며평생함께살아간테레사수녀의삶을단편적으로보여준다.또한동안우리는발에감동했다.김연아와박지성선수의발에서고통과인내의시간을보았고,그이전에는희귀병에걸린것처럼보일정도로마디마디울퉁불퉁해진해진발가락을가진발레리나강수진의발에충격을받았다.도저히여자의발로보기힘든그발이그토록우아하고아름다운발레리나의발이라는사실을믿을수없었다.

그녀는벌써마흔을훌쩍넘기고도독일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수석무용수로여전히건재한현역프리마돈나다.2007년엔400여년의역사를가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은퇴무용수가아닌현역무용수인그녀에게첫헌정공연을하기도했다.발레계에서마흔살이면알아서퇴장해줘야히는것이보통이다.대부분은마흔살이전에은퇴하지만，설사그나이가될때까지견딘다고해도무대에서는경우는거의없다.하지만강수진은이런상식과한계에서이미벗어나있으며，말이아니라몸으로이를입증하고있다.점프는여전히가볍고，균형잡힌동작엔군더더기가없다.나이만으로사람들은그의은퇴시기를점치거나은퇴계획을묻기도하지만그녀는세상의물음에는아랑곳하지않고그저연습에전념한다.

단순한일상뒤에가려진치열함

하루15시간에서19시간씩한시즌에250여결레의토슈즈가닳아떨어지도록연습하는강수진의치열함은발레에문외한인사람도혀를내두르지않을수없을것이다.그처럼살인적인연습량이진짜일까?잠시의심하던사람도강수진의발을보면이내고개를끄덕이며수긍하게될정도로시각적충격을받으며，’자람이어떻게이렇게치열할수있을까’하고놀란다.그러다가그녀의사생활이나일상을조금더알아보게되면또다시"어쩌면이렇게단순하게살수있을까’히는생각이곧들게된다.

어떤분야에서최고에이른사람들에겐한가지공통점이있다.

바로일상이정말단순하다는것이다.발레리나강수진도마찬가지다.새벽에일어나아침8시까지발레의기본동작으로스트레칭을두시간정도하고，다시10시부터한시간정도연습，점심시간후엔오후6시까지연습한다.특별한취미도없고이메일을보내는것같은단순한일도남편이해줄정도로，발레연습밖에모르고산다.나이마흔을넘겼고30년동안발레를했고，그중20년을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보내온그녀의이런규칙적인생활은변함이없다.’성공한사람일수록일상이단순하다"는말은그녀를취재하는인터뷰어의입이나펜끝이아니라강수진의입에서나온말이기때문에더욱감동적이다.

부상으로도저히무대에설수없을때를빼곤매일이런일상을변함없이이어온자신을두고강수진은‘수도하는사람같다’고표현한다.사람인이상힘들고지루하지않을수없지만이똑같은일상이점차조금씩자기안을변화시키는것을느끼기때문에매일할수있었고，감사하며할수있었다는것이다.

남을속이긴어려워도자기자신을속이기는쉽다.보통사람들은누구나조금씩자기기만을가지고있다.자신의게으름에면죄부를주기위해서，자기실수를남에게미루기위해서，남이뭐라고하지않는데도자기미음이편해지기위해서알면서도아닌척가장하고속인다.하지만이렇듯단순하고도치열한일상은적어도강수진이편안함을위해서자신을속이지않았음을확실하게증명하고있다.그가세계톱클래스의발레리나가될수있었던원동력이다.

꿈꾸는대신지금해야할일을한다

많은매체에서인터뷰요청이끊이지않지만，그녀가하는말은늘같고단조로우며별로새로운것이없다.단순한일상에새롭게보탤말도뺄말도없고가장뜨거운이슈가될은퇴생각도아직은해보지않았기때문이라는것을어렵지않게가늠할수있다.그녀는한인터뷰에서이렇게말했다.

‘사람들은내게서근사한말을듣고싶어한다.하지만내생활은결코근사하지않다.어쩌면매일매일의그지루한반복이지금의나를만든것같다.내가뭔가꿈꾸었다면이렇게오래무대에서지못했을것이다"

꿈꾸지않았다고꿈이없는것은아닐것이다.다만，꿈만꾸고현재해야할일에대해등한시하는것을스스로용납하지않았던것이다.그녀는왼쪽다리정강이뼈가부서져다시는무대에설수없을지모르는상황에서도1년동안바닥에누운채로연습을했다.주어진순간순간현재해야할일에충실한것이더중요하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그렇게하루하루에100%전념하다보면어느순간기대하지않았던성공에다가서게되더라는것이그녀의성공비결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지금여기에충실한삶을사는사람이가장건강한사람이라고한다.지금하지않으면안되는일이있다.시기와시간을놓치면어려운일이있다.강수진은"공부와발레는벼락치기가안된다"고말했지만벼락치기가안되는일이어디그것뿐일까?하루가쌓여미래가되고꿈은있어야하지만꿈만꾸어서는아무것도되지못한다.

기술만으로완성되는것은없다

옛날에는체력과체격은좋아야하지만머리는좀나빠도할수있는것이스포츠라는편견이있었다.그래서운동부학생들은학교에가방을들고왔다갔다하면서도수업은밥먹듯이빠지고운동만했다.스포츠뿐만아니라주로신체를이용하고신체를통해말하는분야에대해서는조금씩은그런편견이있었던것이사실이다.

하지만이제는누구도그런무지한생각을하지않는다.오히려머리좋은사람이운동도잘한다는것을알게되었다.축구선수박지성의공간창출능력은프리미어리그에서도극찬을받는다.이런창조적인플레이는절대나쁜머리공부하지않는머리에서나올수없다.끊임없이훈련하고생각하고상상하고고민하고실험하는가운데길러지는것이다.이제는운동부학생들도기본적인학교수업에출석하게하는것도그런맥락에서일것이다.

강수진이후배들에게강조하는것이있다.다방면으로많은경험을해보고，공부하라는것이다.자신도어릴때2년간배운한국무용이서양발레에서도남다른표현력을가지게하는데도움이되었다는데，무용뿐만아니라음악미술과학수학에대한이해와관심도폭넓은작품을히는데큰도움을준다고한다.

"발레에서중요한것은얼마나빨리스탭에외워그걸체계화시키느냐입니다.그러려면수학적사고도있어야하고집중력순간판단력분석력도있어야하거든요.머리가둔하면발레못한다，눈이넓어야발이빨라진다고후배들에게많이이야기합니다"

요즘은학문간，장르간경계가허물어지고있다.지식의통합이라는’통섭’에대한중요성과관심이높아지는것은，어느한가지만잘해서는경쟁력을가질수없다는절박감에서오는관심이다.지식을한데묶고섞는과정에서새로운것과더나은것，더넓고깊은것을창조해낸다는것을알게된지혜에서비롯된것이기도하다.어떤직업을가지고있든어떤분야에관심을갖든자기가아는것에매몰되거나정체되지않고끊임없이관심을갖고탐구하는자세가자신의꿈을더욱성숙하게이루어나가는길이라는점을잊지않아야할것이다.

<전미옥의‘꿈을꿔라’는책에서보고베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