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제일귀한것
어떤곳에큰부자가있었다.그는여러척의배를갖고있었다.어느날선장을불러서이렇게말했다.
“이제부터일년동안세계를일주하고돌아오라.이세상에서가장아름답고가장귀하다고생각되는것을싣고돌아오라.“
그선장은세계일주의길을떠났다.무엇을가지고돌아올까하고그부자는몹시궁금하게기다렸다.
어느덧일년이지나배가도착했다.무슨희귀한금은보석을가지고돌아왔을까.그는선장에게무엇을가지고왔느냐고물었다.
“네,벼를싣고돌아왔습니다.이세상에서가장아름답고,가장귀한것은금은보석이아니고우리가날마다먹는곡식임을알았습니다.어떤항구에들렸더니,넓은들판에누런곡식이풍성하게고개를숙이고있었습니다.세상에서그것처럼아름답고보기좋은정경이없었습니다.그래서이벼를싣고왔습니다.“하고선장은대답하였다.
이짤막한이야기는인생의가장귀중한진리를나타내었다고생각한다.옛날어른들은식(食)을하늘에다비유했다.우리가날마다먹는쌀밥이야말로하늘처럼귀하고소중하다.농업은천하의대본(大本)이라고하지않았는가?농업은우리의식량을생산한다.그것은무(無)에서유(有)를창조하는것이다.
농업을제1차산업이라고하는것은결코우연한일이아니다.
그러므로농업은제일차적으로중요한산업이다.생산중의생산,산엽중의산업이곧농업이다.농업이없이는공업도상업도있을수없다.우리는하루세끼를먹어야만일을할수가있다.국민은농업의존귀함을알아야한다.농사는신성(神聖)하고깨끗한직업이다.첫째로농사는거짓이없다.그러나장사에는거짓이따르게마련이다.
남을속인다는것은얼마나비열하고괴로운일인가!그러나농사는남을속일필요가없는직업이다.밭을갈고씨를뿌리면곡식이저절로돋아난다.콩을심으면콩이나고팟을심으면땀이난다.팔을심었는데콩이날리가없고콩을심었는데팔이날리가없다.사람은자기가심는것만큼거두게된다.많이심는자는많이거두고,적게심은자는적게거둔다.부지런히김을매고정성껏가꾸면그만큼많은열매를거둔다.
하늘은결코사람을속이지않는다.우리는농사를지을때서로속고속일필요가없듯이다른직업도속고속이는일이없어야한다.
농사는또한남에게아첨할필요가없다.관리나공무원노릇을하려면밤낮서로아첨하기마련이다.계원은계장의눈치를살펴야하고계장은과장의비위를맞추어야하고과장은국장의기분을살펴야하고국장은장관에게아첨해야한다.’
남에게아첨하는일처럼세상에치사스러운일이어디있겠는가!자주독립(自主獨立)정신이강한사람이라면남에게굽실거리고아첨하기를싫어한다.
우리는농사를지을때아무에게도아첨할필요가없다.하늘에아첨할필요도없고,땅에비위를맞출필요도없다.때를따라밭을갈고,씨를뿌리고,거름을주고,김을매고,정성껏가꾸면곡식은저절로자라서풍성하게무르익는다.오로지우리의온갖정성과근로(勤動)가요구될따름이다.
농사는생산하는직업이기때문에훌륭하고,거짓이없는직업이기때문에신성하고,아첨하지않는직업이기때문에존귀하다.그러므로우리는농사의소중하고존귀함을재인식하자.
쌀한톨,고추한개에도농민들의정성과피땀이서리어있다.쇠붙이하나,성냥한개피라도절약하고아껴쓰자.
<안병욱교수의엣세이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