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나라의상용(商容)이라는노인이병으로눕자노자(老子)가제자들에게교훈으로일러줄말씀을들려달라고했습니다.그러자상용이입을벌리며“내혀가남아있는가"하고물었습니다.노자가남아있다고대답하자상용이다시물었습니다."내이가남아있는가?"치아가하나도남아있지않은지라노자가없다고대답했습니다.그러자상용이"알겠는가"하고노자에게되물었습니다.그래서노자가"강한것은없어지고약한것은남게된다는말씀입니까"하고물었습니다.그러자상용이간단명료하게답했습니다."천하의일을다말했네."
노자가실제로상용이라는노인에게가르침을받았는지는모르겠으나노자의‘도덕경’에도‘스스로를드러내려는사람은밝게빛날수없고(自見者不明),스스로의롭다하는사람은돋보일수없고(自是者不彰),스스로자랑하는사람은그공로를인정받지못하고(自伐者無功),스스로뽐내는사람은오래갈수없다(自矜者不長)’는가르침이있습니다.’명심보감’정기편(正己篇)에는‘자기몸이귀하다고하여남을천하게여기지말고(勿以貴己而賤人),자기가크다고하여남의작은것을업신여기지말고(勿以自大而蔑小),용맹을믿고적을가볍게여기지말라(勿以恃勇而輕敵)’는가르침이있습니다.
황희정승과함께조선조의명재상으로이름을높인맹사성의겸양지덕에관한일화는오늘날까지빛을잃지않는가르침이되고있습니다.열아홉에장원급제하고갓스물에경기도파주군수가된자만심가득한맹사성이어느날선사를찾아가선정을베풀기위한자문을했습니다.그러자선사가나쁜일하지말고착한일을많이하라는상식적인말을했습니다.삼척동자도다아는말을건네는선승이못마땅해맹사성은그런걸누가모르냐며불쾌한표정을숨기지않고자리에서일어났습니다.그러자선사가녹차나한잔하고가라고권했습니다.맹사성이못이기는척자리에앉자선사가맹사성의찻잔에물이넘치도록따랐습니다.맹사성이찻물이넘쳐방바닥을적신다고선승에게소리쳤습니다.그러자선승이일갈했습니다."찻물이넘쳐방바닥적시는건알면서지식이넘쳐인품을망치는것은어찌모르십니까?"
선사의말에맹사성은얼굴을들수없을정도로면괴스러워황급히자리에서일어났습니다.그러고는서둘러방을나서려다가문틀에이마를세게부딪치고말았습니다.그러자선사가빙그레웃으며다시입을열었습니다."고개를숙이면부딪칠일이없습니다."그것을계기로맹사성은자만심을버리고겸양지덕을몸에익히고실천하는삶을살았다고합니다.
겸손은무조건자기를낮추는것이아닙니다.남을존중하기위한방법으로자신을드러내지않는진정한소통의방식입니다.알량한재주를과장해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고욕망을성취하려는세태,남보다나은위치와조건을갖췄다고으스대며오만방자한행동으로남을업신여기고깔보는사람이많습니다.진정한겸손은잃는것이아니라얻는것,사람의도리를다하기위해항상마음을닦는행위입니다.세상에겸손으로환하게빛나는사람이많아졌으면좋겠습니다.
<동아일보2011년4월23일의박상우작가의그림읽기에있던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