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정책은있을지언정나쁜투표는없다
오세훈서울시장이무상급식주민투표와관련해시장직(職)을건것은올바른판단이다.먼저자신이제기한문제에대해책임지는자세는공직자로서당연한것이고정치인으로서도바람직한것이다.또그가주민투표에서패배하고서도시장자리에그냥눌러앉아있을수는없는노릇이다.이래저래’식물시장’이되느니사퇴를배수(背水)의진(陣)으로활용하는것은지극히정치적이다.
야권은그의시장직연계를두고’정치놀음’이니’사기극’이니비난하고있지만오시장이투표에서지고도그냥시장직을유지하면"뻔뻔하다"느니"파렴치하다"면서온갖비난을퍼부을것이뻔하다.자기들의’무상급식’은옳은것이고,그것에대한단계적접근은’나쁜것’이고’못된것’이라는발상과조금도다를바없다.
오시장은애당초부터’대선불출마’보다시장직을걸었어야했다.오시장은대선에출마하지않겠다고하면어쩌면친박(親朴)계가도와줄것으로판단해서그랬을것이다.하지만친박계와’박근혜대세론’에기대고있는소장파는도와주기는커녕이들이과연같은정당소속인가를의심할정도로오시장을길길이씹었다.그’대표’격인유승민최고위원의발언이나최경환·정두언의원등의비공개언급을보면그렇게야비해보일수가없다.이들은한마디로"오시장이이기면내손에장을지져라"는저주이고,"네가뭔데밥먹는문제를보수와정체성에거느냐"는식이다.오시장이패배해서그정치적씨마저마르기를바라는투다.차라리야당쪽비난이점잖은편이다.이쯤되면오세훈은누구말처럼이래죽으나저래죽으나마찬가지형편에이른다.
오시장은애당초시장직까지거는것은포퓰리즘과정책우선순위에관한심판이라는주민투표의초점을흐리고주민투표를정치화하려는것으로비칠까봐주저한다고말했었다.그러나이번주민투표는이미정책상의옳고그름이냐에대한판단이라는초점을일탈해버렸다.그것은크게는보수·우파와좌파·진보의이념적대립의상징물이돼버렸고작게는한나라당의총선·대선흐름의전초전으로변해버렸다.한나라당지도부가오시장의시장직연계를끝내막으려했던것은투표에서지고서울시장이공석이돼보궐선거를치르면서울시장자리가야당으로넘어갈것이걱정이고그것이총선·대선에부정적으로작용할것을우려했기때문이라는것이다.급식문제에는관심도없고시장자리를껍데기로라도유지하겠다는허구적발상이다.
여기서드러났듯이한나라당은이미패배적이다.이들의머릿속은어느친박의원의독설로채워진것같다."내년선거때저한나라당×들,진짜애들밥먹이는것도반대하는×들이라고들이대면뭐라고할것인가."그들은스스로정치란우선순위를정하는문제고모든사안의이해득실을가려눈앞의이익보다내일의이득을선택하는지혜의절차라는것을국민에게설명하고설득할능력도,철학도없는집단임을노정하고있다.그렇기에오시장이이기면국민의의사를잘못읽은한나라당은크게숙정되고지도선이바뀌어야한다.오시장의시장직연계는한나라당친박·소장파가바라는(?)패배의경우,그피해를오시장선(線)에서끊는방파제라는점도알아야한다.
그래서서울시민의입장에서는투표가성립돼서시민들의찬·반의사가분명해지고어느쪽이이기고진것인지를수치화하는것이바람직하다.그래야사리(事理)가분명해지고정치적전망도밝아진다.’나쁜투표’란없다.’나쁜정책”나쁜법안’은있을지언정’나쁜투표’는있을수없다.투표행위가나쁘다는것은반(反)민주주의적이다.투표행위로옳고그름,좋고나쁨을가리는것이민주주의의요체이고헌법정신에부합한다.
부작위(不作爲)에의한의사표시,즉기권은있을수있고유권자의권리이기도하다.기권은자기의사와상관없이유효투표의결과에따른다는것을전제로한다.그래서누가되건,어느쪽이이기건지건이의가없다는의사표시다.하지만주민투표의경우,투표율이3분의1에미달해투표함이열리지못하면유효투표자체가존재하지않고,따라서야권이제기한전면무상급식이자동적으로이기는것이된다.사람을뽑는선거의경우현직(現職)이자동적으로당선되는셈이다.누가이기든상관없는경우는발생하지않는다.
우리는아이들의무상급식문제에서울시민이얼마나,또어느비율로자기의사를분명히밝히는지알고싶다.찬성을해도분명히해서이문제의종결자로자처할것이냐,아니면반대를해도분명히해서현시대현시점의시민의식을역사에기록으로남길것이냐하는그것은서울시민의권리이고의무다.
<2011년8월22일김대중칼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