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마주하는 기술

죽음을마주하는기술


죽음은삶의거울이라고한다.죽음을밝게보는사람은삶도밝게보게되며,죽음을어둡게보는사람은삶도어둡게보게된다.죽음을밝게보는연습이필요하다.


웰다잉의키포인트는"잘죽자"가아니라"잘살자"다.잘산사람만이잘죽을수있기때문이다.인생전반기보다는아무래도후반기가죽음과가깝다.


하프타임은죽음의질을높일수있는최적의준비기간이다.조건에매달리던삶의가치를의미와사명으로전환하는시기다.품위있는죽음을만나기위해서는몇가지기술이필요하다.


첫째,사람을대할때오늘이마지막이라는마음을갖는다.

“메멘토모리(mementomor)"라는말이있다.죽음을기억하자라는뜻이다.죽음을눈앞에둔이들이가장후회하는일의70퍼센트가인간관계에서의잘못이다.잘해준것보다잘못해준일들이머리에어른거리고용서를구하지못한것이마음에걸려편히떠나지못한다.오늘이마지막이라는심정으로관계에정성을다하는연습을해야한다.랜디포시교수는"미안합니다.내잘못입니다.어떻게고치면될까요?"의세단계가가장바람직한사과라고이야기한다.


둘째,유언장을써본다.

나와아주가까웠던지인이비행기사고로갑자기세상을뜬사건이있었다.지인을잃은충격도컸지만나도비행기를자주이용하는터라,나역시예외가아니라는생각이들었다.그래서유언장을써보았다.막상유언장을작성해보니죽음이가까이온것같았다.나를진설하게돌아보게되었다.자신의유언장을앞에두면누구나숙연해지고모든관계를새로운시선으로보게된다.유언장을쓰고나면새삶을선물받은듯한충만함도덤으로얻을수있다.


유언장은가능하면구체적으로쓰는것이좋다.물질은살아있는자들의몫이니재산분배보다관계를정리하는형태로쓰는것이바람직하다.내가못이룬꿈이나이루고싶은바람을쓰는것도좋다.


평생산골교회종치기로살았던,동화《강아지똥》의작가정생은임종2전에다음과같은유언장을작성했다.

"내가쓴모든책은어린이들이읽는것이니여기서나오는인세는어린이에게돌려주는것이마땅하다.만약에관리하기귀찮으면한겨레신문사에서하고있는남북어린이어깨동무에맡기면된다.맡겨놓고뒤에서보살피면될것이다.

유언장이라는것은아주훌륭한사람만쓰는줄알았는데,나같은사람도이렇게유언을한다는것이쑥스럽다.언제죽을지는모르지만좀낭만적으로죽었으면좋겠다.


하지만나도,전에우리집의개가죽었을때처럼헐떡거리다숨이꼴짝넘어가겠지.눈은감은듯푼듯하고입은멍청하게반쯤벌리고바보같이죽을것이다.


요즘와서화를잘내는걸보니천사처럼죽는것은글렀다고본다.그러니숨이지는대로화장을해서여기저기뿌려주기바란다.

유언장치고는형식도제대로못갖추고횡설수설했지만이건나권정생이쓴것이분명하다.죽으면아픈것도슬픈것도외로운것도끝이다.웃는것도화내는것도끝이다.그러니용감하게죽겠다"


셋째묘비명을써본다.

묘비명은나의인생을한마디로함축하는것이다.후대사람들이나를어떤사람으로기억하기를바라는지고민하면,나머지인생을그렇게살기위해노력하게된다.


나는하프타임때이병욱여기잠들다.그는하나님을참사랑하는사람이었다.로묘비명을정했다.그랬더니묘비명을본사람들의비웃음을사지않도록하나님을참사랑하는삶이무엇인지를늘고민하게되었다.죽음을눈앞에둔철저한자기반성은,곧바로생에대한강한의지로표출된다.


중국의사상가루쉰은나는하나의종착점을확실히알고있다.그것은무덤이다.이것은누구나다알고있으며길잡이가필요하지않다.문제는그곳까지가는길에있다.물론길은한가지가아니다"라는묘비명을남겼다.죽음을명확히인식한그는허위를거부하는정신과사상을고수하며살수있었다.


넷째,내장례식때조문객에게들려줄인사를녹음한다.

친한지인에게전해들은이야기다.그친구의지인이부친상을당해조문을갔다.그런데고인의목소리가장례식장에서흘러나오고있었다.

"어이,김교수!와줘서고맙네.자네한테말못했는데그때그일은참으로미안했네.말안해도알거야.자네,많이섭섭했지?"


이렇게시작된고인의이야기는절친한친구들을포함해여러사람들의이름을부르며그들과있었던자잘한에피소드를소개하며끝이났다고한다.고인의음성이흘러나오는동안,영안실은웃음과울음이교체했고실컷웃고운조문객들은편한마음으로고인을보냈다고한다.나는이이야기를듣고서타임캡슐처럼10년주기로기족과친구들에게전할임종메시지를녹음하는것도좋은방법이라고생각했다.


<이병욱지음내일을위한하프타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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