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벌초 동영상입니다.

추석이면우선조상의성묘가연상되지요성묘하려면그전에묘소를단장하는벌초는필수입니다.요사이는대개벌초를전문기관에위탁하지만자신이실제로배보면매우힘이듭니다.몇기안되는조상묘도힘든데더군다나작은산같은왕릉은어떨가하는호김심이있었습니다.몇일전조선일보에왕릉의벌초동영사이있어이곳에옮겼습니다.

태종무열왕릉벌초는이날오전8시30분쯤시작됐다."우왜왜앵~"하는굉음이통일신라의기초를닦은김춘추,태종무열왕이묻혀있는능일대에서진동했다.높이8.7m,밑지름36.3m에달하는무덤이라풀을베어가는방법이특이하다.능의맨꼭대기에서인부한사람이줄을잡고,그줄에매달린예초기(잔디깎는기계)를앞쪽에서한사람이끌고뒤쪽에서또한사람이미는형국이다.사과껍질깎듯180도로한바퀴씩돌아가는모양이언뜻쉬워보이지만,꼭대기에서예초기와의균형을잡느라줄을잡아당기는사람의얼굴에선진땀이흘렀다.예초기를끌고앞서가는사람,뒤에서예초기를작동하며밀고가는사람또한긴장하기는마찬가지.이슬에젖은풀섶,경사진땅이라발이미끄러져내릴수있기때문이다.



무열왕릉뿐아니다.해마다이맘때면경주시내에있는왕릉35기(문무왕릉제외),고분114기는일제히벌초작업에들어간다.첨성대,무열왕릉,대능원,안압지,불국사,오릉등모두6개지구로나뉘어실시된다.이날도무열왕릉을비롯해박혁거세의무덤인오릉,첨성대지구의석탈해릉에서동시에벌초가시작됐다.


벌초에드는인력은80여명.대상면적이96만8000㎡(29만여평)라예초기도30여대투입된다.높이22.6m,남북길이120m,동서지름이80m로규모가가장큰대능원황남대총은예초기3대를동원해5~6명의인부가꼬박이틀을매달려야한다."산하나갖다놓은것만하니까요.한바퀴도는데15분이걸리니기계가두세대올라가도하루에다못깎지요."왕릉벌초경력15년의베테랑인부배종도(66)씨의얘기.대능원고분들은아직풀이덜자라추석지나고나서벌초에들어갈예정이다.


경주왕릉과고분의벌초는1년에세차례진행된다.5월과8월그리고추석이지난무렵에무덤의형편에따라시행한다.웬만한고분1기의풀을깎는데평균5명의인부가투입된다.예초기를잡는남자인부1명과여성들로구성된보조인부3~4명.무덤의풀만깎는게아니다.무덤주변잔디를비롯해화단에심은꽃,나무들의전지작업도동시에진행한다.


왕릉벌초의최대관건은’안전’이다.거대한무덤을깎는전용기계가따로있는게아니고평지의잔디를깎는예초기를사용하기때문이다."기계의칼날돌아가는속도가무지하게빠르니까손이나발이끼어들어갔다가는그대로날아가버리지요.그래서첫째도안전,둘째도안전이에요.사적공원관리사무소에서도일의진척은더뎌도좋으니무조건안전수칙을지키라고하지요."예초기를쉬지않고사용할수있는것도아니다.연료가휘발유라무덤을서너바퀴만돌아도기계에열이발생해서20분에한번씩쉬어주어야한다.인부들이한숨돌리는시간이다.


안전을위해인부들은완전무장을했다.가장중요한게발.그냥걸어올라가기도힘든경사진무덤을종일빙글빙글돌면서작업을해야하기때문이다."고분이23기나되는대능원처럼일이많은곳은1주일내내무덤에붙어있어야하는데,그런날은인부들발이죄다부르트지요."발을보호하기위해인부들은맨발에붕대를겹겹이감은뒤양말을기본두세켤레씩겹쳐신는다.신발은등산화.그밑에아이젠을부착한다."미끄러지면결딴나거든요.저날쌔게돌아가는(예초기의)칼날좀보세요.꼭대기에서줄잡아당기는인부가미끄러지기라도하면저칼날밑으로직행하는거예요.한눈팔면큰일나지요."


올해로8년째고분벌초를하고있는김혜자(63)씨는"노가다중에상노가다"라며고개를저었다.그녀는벌초하기가장힘든고분으로황남대총을꼽았다."쌍분인데다바닥이울퉁불퉁해서아주힘들어요.봉분이2개이니이봉분에서저봉분으로뛰어다니기바쁘지요."벌초가고됐던날은밤에앓아눕기일쑤다."늘비틀어져있는발목,미끄러지지않으려고힘을주는종아리,관절이아프지요.풀먼지의독성도만만치않아서얼굴을잘감싸지않으면벌겋게피부가일어나요."인부황태분(62)씨말이다.


모두일용직근로자인이들은노동강도에비해인건비는낮은편이라고입을모았다.남자의일당은4만6000원,여자는3만7000원.3~4월에시작해11월중순이면고분작업이마무리되는탓에겨울에는실업자로살아야한다."이번여름은비가와서특히낭패를봤지요.비오면작업이취소되니까.생업으로는절대못할일이죠.노느니떡사먹고술사먹을돈이라도벌자하는심정으로나오지요.보세요.젊은사람은아무도없잖아요?(웃음)"


인부들의작은기쁨이라면왕의무덤을보살핀다는자부심이다."만날보는게왕릉이고고분이라웬만한구경거리는눈에들어오지도않아요."관광객들의출입이엄금된고분위에퍼질러앉아가을햇살을만끽할수있는것도인부들만의특권.


경주왕릉의벌초풍경을카메라에담기위해일부러일정을수소문해방문하는사진작가들도많다.경주시청산림개발과직원이기도한권영만씨는경주의왕릉과고분을수십년간카메라에담아온사진작가.권씨가일러주는왕릉벌초관전포인트가재미있다."무조건크고웅장하다고벌초광경이멋진건아니에요.이를테면천마총보다쌍분으로이뤄져일명’낙타등고분’이라불리는황남대총이훨씬근사하지요.벌초풍경을카메라에담고싶으면고분을중간쯤깎고있을때찍으세요.크고작은고분을겹쳐서찍으면훨씬멋지죠.물론왕릉관광은가을이최곱니다.벌초후짧게자란잔디가노란빛으로물들면정말아름다워요."


<200년9월10일자조선일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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