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간열심히노력한덕에제법번듯한중소기업을운영하는남자가있었다.그의꿈은성실하게일해서돈을벌고가족들과평범하고단란하게사는것이전부였다.그러나그꿈은IMF의한파가몰아닥친어느해도미노처럼나자빠지는연쇄부도의행렬에휘말려하루아침에회사가무너지면서낱낱이흩어졌다.

"얼마나고생해서일군사업인데이렇게잃어버리다니.더는살아갈힘도자신도없다"

순식간에역주변의노숙자로전락한그는분노와절망만을가슴에품은채살아갔다.자신과달리행복해보이는사람들누구하나도와주지않는맹혹한현실에대한그의분노는방향을잃은총구처럼위험하고위태로웠다.

가슴속의응어리를끌어안고거리를배회하던추운겨울날，그는결단을내려야할때가왔다고판단했다.분노를발산할목표를찾아두리번거리던그는후미진길가의작은국숫집을찾아들어갔다.

"국수한그릇주세요!"

그는태연하게국수를시켜먹었다.오랜만에맛보는따뜻한음식에감격하면서도한편으로는이까짓것에행복해하는자신에게화가치밀어올랐다.’이것만먹고꽉죽어버려야지’라는심정이었기때문에국수값따위는걱정하지도않았다.한그릇을다먹어치운그는또다시국수를주문했다.

주인할머니가두번째국수를가져다주며그에게말했다.

"더먹고싶으면그냥사리만더달라고해.괜히한그릇더시키지말고"

순간，가슴이덜컥내려앉았다.그는서둘러그릇을비우고할머니가잠시한눈을파는사이문을열고튀어나가있는힘껏어둠속을내달렸다.금방이라도할머니가뒤따라와뒷덜미를잡아챌것같아서심장이두근거렸다.그런데정말로할머니가뒤에서쫓아오며그에게소리쳤다.

"야뛰지말고걸어가.그러다다친다!"

그는할머니의말한마디에뒤통수를한대얻어맞은듯한강한충격을받고걸음을멈추었다.뜨거운눈물이솟구치며가슴속에기득차있던분노와절망이눈처럼녹아내렸다.훗날그는성실히노력한덕에다시사업가로재기했다.그에게힘을실어준것은따뜻한국수한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