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머리
"만일갓난아기가두개의머리를가지고태어났다면그아이를두사람으로간주해야하는가아니면한사람으로여겨야하는가?"누군가이렇게묻는다면사람들은머리는두개라도폼통이하나라면한사람으로보아야한다던가,아니면머리가둘이니까두사람으로계산해야한다고대답할것이다.
유태인의생활지침서인탈무드에서는이문제에대한답을아주명확하게보여주고있다.즉한쪽머리에뜨거운물을끼얹어서다른쪽의머리도비명을지르면한사람이고,아무반웅이없거나오히려시원한표정을짓고있으면그들은두사락이라는것이다.유태인들은이예화를민족적유대감을강조할때자주사용한다.즉러시아나다른나라에서살고있는유태인이박해를받고있다는것을알았을때,고통을함께느낀다면그는유태인이고만약비명도지르지않고아무반웅도없으면그는진정한유태인이아니라는것이다.
얼마전에일어난15세어린소년이어머니와동생을총으로쏘아죽인사건은우리모두를놀라게했다.옛된표정의그아이를극한상황으로까지몰고간것은무엇이었을까하는의문을떨칠수가없다.아직까지그런일을저지르게된확실한동기는밝혀지지않았지만단지겉으로는부유하고평온해보였던그의가정에치유될수없는심각한문제점이있었던것은아닌가추측할뿐이다.그소식을접한부모들은누구나다시한번자신과아이들과의관계를되돌아보았을것이다.경제적인어려웅에처해있는한친구는돈은없지만아이들이무사히잘자라준것만도감사한일이라고고마워했고,언제나최고가되어야한다고아이를닦달하던다른친구는집에총이없어다행이었다며자신의태도를고쳐야겠다고반성을하기도했다.
사춘기에들어섰던고둥학생때,봄꽃이만개한아름다운교정을그냥나서기가너무아쉬워서친구와늦도록노천극장에앉아이야기를하다가집에늦게돌아간적이있었다.집에조금늦겠다는전화를했어야하지만친구와의대화에취해전화할시간을놓치고말았다.집에돌아와늦게온이유를묻는어머니에게나는"집에오기싫었어요"라고대답했다.그리고곧"봄날저녁이너무아름다워서그분위기에마냥젖어있었어요"라고덧붙이려고했다.
그런데어머니는내첫대답이떨어지자마자"집에오기싫었어?그럼들어오지말고당장나가!"라고불호령을내리는것이었다."어쩌면정말세상은살아볼만한가치가있는것인지도모른다"고생각하며가슴가득행복을안고돌아온내게,그날저녁어머니가보여준반응은참으로실망스러운것이었다.왜어머니는나의두번째대답을들으려고도하지않았을까?딸의진심을제대로알아보려고도하지않는어머니의반웅이못내서운했던나는,어머니가나를이해하는데는한계가있다고느끼게되었다.그래서그날이후로는일상적인이야기만털어놓게되었고어머니가모르는다른세계를가슴속에따로간직하기시작했던것이다.
부모들은모두나름대로자신이옳다고생각하는방식으로자식을사랑한다.그러나때로는그들의일방적사랑이자녀들에게상처를주고있는데도부모들은그런자녀들의아픔을미처깨닫지못하는데문제가있는것이다.많은부모들이자신이이루지못했던꿈을자녀들이이루어주기를바라고있는것도그래서아이들이더힘들어하고있는것도사실이다.
부모의욕심때문에아이들에게강요해서는안된다고말하지만,사랑과희생으로키운아이들에게자신의꿈조차기대해보지못하는부모노릇이란얼마나허망할것인가.그러나자식들에게주는사랑이너무지나쳐아이가숨막혀하고있지나않은가살펴보아야할것이다.만일아이가힘들어할때그고통을부모도같이느낄수있다면그들은비록머리는둘이나붐은하나로얽혀져있는한폼인것이고,아이는비명을지르고있는데도부모는자신들의기대가채워지지않는것만을아쉬워하고있다면그들은머리도각각일뿐더러몸도따로인남남과다름없는관계인셈이다.과연아이가아파할때,그아픔이내게도절실하게전해져오는가곰곰생각해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