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는 어른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原石

문제아는어른들의손길을기다리는原石


지난달중학교2학년학생열명과진행한10주간의집단상담을마무리하는시간에아이들이쓴소감문을읽다가가슴이뭉클해졌다."더이상이렇게커서는안되겠다.""나에게도이런창의력이있다는걸알게해줘서고맙다."이아이들은친구들을때리고돈을빼앗거나수업을방해하는등’문제아’로간주돼서인성교육을받게됐다.상담을시작할때만해도"저할머니는뭐하러여기에왔나"하는적대감어린눈빛으로나를빤히쳐다보던아이들이었다.내가얘기를시작해도자기들끼리신발을벗어서던지며장난치고,앞에서뭐라고하든관심이없었다.


30년가까이청소년인성교육강사로일한나에게도중학교1~2학년은버거운상대다.그또래아이들은자기감정을제어하지못하고욱하는순간에일을저지른다.특히집단행동과소속감을매우중시하기때문에그들에게는친구들이세상의전부다.그렇게떼로몰려다니며비행(非行)을저지른다.말투나행동,심지어눈빛이마음에안든다며폭력을휘둘러또래아이들을괴롭힌다.


나는일단그아이들이하고싶은대로내버려뒀다."그래,기다려줄게.너희가하고싶은마음이생기면그때시작할거야."나는아이들과집단상담을할때’별칭(別稱)짓기’를즐겨한다.앞으로이런사람이되겠다는꿈을담은단어를별칭으로선택하게한다."내별칭은풀꽃이다.자유롭게,강인하게,욕심없이자연을떠돌아다니고싶어서배낭을메고60개국을돌아다녔어."나는내경우를예로들며되도록’하늘”시냇물’같은자연에비유해서별칭을짓도록권한다.그냥놔두면싸움만잘하는게임의주인공이름을따서별칭을짓기때문이다.별칭은아이의긍정적인본래마음을알수있어서아이를이해하는좋은출발점이된다.’시원한바람”푸른소나무”넓은그늘”바람에날리는민들레’…출발이좋았다.


작년학기초의일이었다.초등학교때부터친구들로부터왕따를당해장기결석과무단조퇴를되풀이하며무기력해진고등학교1학년남학생을만났다.키가크고깡마른아이였다.말을시켜도아무런의욕도,관심도보이지않았다.별칭을짓는시간이되자,이학생은’강한땅’이라고썼다.’비가와도,쓰레기를버려도,삽으로파도,바퀴가지나가도,똥오줌을싸도,무시해도,그리고어떠한고통을겪더라도강한땅같은존재가되고싶다.’글을읽는순간,눈물이울컥솟았다.


얼마나오랫동안괴롭힘을당했으면이토록절절하게감정을쏟아낼까.비와쓰레기와삽과바퀴,똥과오줌에비유한힘든시간을어떻게견뎌냈을까.하지만그학생은이젠아무리괴롭힘을당해도단단하게살아남겠다고별칭을통해선언했다.아이의겉모습은꺼칠하고피폐했지만내면엔분노를생명력으로승화시키면서자신이지닌상처를딛고일어서겠다는강한의지와절실한소망을키워가고있었다.’강한땅’은조금씩입을열기시작했고,자동차정비기술을배워서자격증을따고고등학교를졸업하면독립해서돈을벌겠다고했다.


이런경험들을하면서나는아이들이원석(原石)이라는생각을다시한번곱씹는다.때와먼지가묻은돌덩이같지만잘깎고다듬으면빛나는보석으로다시태어나는원석처럼,어른들이편견을버리고애정을갖고대하면아무리문제아라도그속에서날갯짓을하고있는가능성과잠재력을발견할수있고,지금의삶을바꾸는새로운길을안내해줄수있다.내가아이들을대할때가장노력하는게바로그들이지닌가능성을읽어내는일이다.


"소나무야,넌글로표현하는능력이뛰어나네.""하늘아,넌집중력이대단하구나."칭찬을거의받아보지않은아이들은자신도깨닫지못한가능성을다른사람이주목해줄때,작지만의미있는변화가시작된다.아이들이조금씩반응을보이기시작하면나는그들이쓰는험한말도툭툭던진다."너언제까지이렇게×××처럼살래."아이들과소통하고,또자극하기위해서다.


상담실문을나서는데휴대폰에문자메시지가도착했다."요즘학교가많이암울해요.가끔울적하다가화가나서폭발하고는정말슬퍼요."학생문제를상의하던선생님이보낸것이다.아이들은여전히복도에서고함을지르며난장판으로뛰어다니고,수업을마치고나오는선생님들의얼굴에선생기나활기를찾아보기힘들다.선생님도학생들도모두길을잃고헤매고있는학교에언제쯤봄이찾아올까.

<오늘자조선일보의견난에있는손정자청소년인성교육강사님의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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