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영웅 현신규박사

2003년당시과학기술부가우리역사상가장뛰어난업적을남긴과학자14명을선정해’과학기술인명예의전당’에이름을올렸다.선정에참여한김근배교수(전북대과학학과)는"최무선장영실허준등고려조선시대일곱분과우장춘이원철이호왕등근현대일곱분을선정했는데전엔몰랐던이름이있었다"고했다.현신규박사였다.그런데뒤져보니업적자료가제일풍부하더라는것이다.

지난21일그의탄신100주년을기념한국제심포지엄이열렸다.현박사는한국인1호임학박사로세계적육종(育種)연구업적들을남겼다.더중요한것은헐벗었던국토를울창하게바꿔놓는데결정적으로기여했다는사실이다.

그의대표업적세가지는리기테다소나무교배,이태리포플러보급,은수원사시나무개발이다.식민지배와625전쟁으로한국산은다민둥산이돼버렸다.어떻게든빨리산에나무를채우는게급선무였다.현박사가육종하고보급한나무는20년을키우면20~30m자라는속성수(速成樹)들이다.이런나무수억그루가1950~80년대에심어졌다.

리기테다소나무는수원의서울대농대임학과교수로있던현박사가1951~53년미국연수시절리기다소나무암꽃에테다소나무의꽃가루를교배해수백개종자를만든후국내로들여와개량한나무다.리기다는척박한땅에서잘자라고추위에강하지만생장속도가느리고재질이좋지않다.테다소나무는정반대성질을가졌다.리기테다소나무는부모나무에서각각좋은점만물려받았다.현박사는1954~62년이탈리아에서이태리포플러330종을들여와우리풍토에맞는것을골라보급했다.장기영씨가사장으로있던한국일보가1964년부터’포플러1억그루심기운동’을펴뒷받침했다.현박사가1986년74세로타계할때까지2억9000만그루가심어졌다고한다.

이태리포플러는하천가에서주로자란다.현박사는산에서도자라는포플러수종(樹種)개발에애를썼다.그결과가은백양에수원사시나무를교잡한잡종포플러인은수원사시나무다.은수원사시는빨리자라는데다짙은그늘을만들고오염에견디는힘이강해가로수로많이보급됐다.

1973년박정희정부가’치산(治山)녹화10개년계획’을세울때리기테다소나무이태리포플러은수원사시는모두10대권장수종에들어갔다.박대통령은지프차도사줄정도로현박사를챙겼다.박대통령은1978년은수원사시나무개발공로로현박사에게516민족상을수여하면서나무이름을현박사성(姓)을따부르도록했다.그후로은수원사시는’현(玄)사시나무’가됐다.

산림청은2001년식목일에현신규박사,박정희대통령,김이만나무할아버지,조림왕임종국의네명을광릉국립수목원에마련한’숲의명예전당’에헌정했다.서울대산림과학부이경준명예교수는"현박사님은세미나에선항상앞자리에앉았고외국에서공부하고돌아온제자의발표때는꼬박꼬박노트에적으면서질문했던분"이라고했다.우리에게’과학자영웅(英雄)’이있었던가.현박사처럼탁월한학문성과를남겼고,후학들존경을받고,국가발전에뚜렷한족적을남긴과학자라면국가영웅으로기억돼야한다.현박사는평안도태생이지만거의평생을수원에서활동하고살았다.지자체가’나무영웅’의발자취를어딘가에절대지워지지않게새겨넣는작업을해보는것도의미있을것이다.

<2012년2월25일자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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