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과 신뢰

뉴욕의청년짐은빌딩모퉁이노점에서도넛과커피를팔았다.아침점심에몰려든손님들은줄서서기다리다짜증을내고가버리기일쑤였다.짐이혼자장사하느라거스름돈내주는데시간이많이걸렸기때문이다.그는고민끝에지폐와동전이가득한바구니를내놓고손님이직접계산하게했다.손님들은"내가신뢰받는구나"하는느낌에즐거워하며팁을후하게놓고갔다.장사시간도절약돼매상이두배로늘었다.

▶짐이야기는저술가스티븐코비가2009년’성공하는사람들의7가지습관’에소개한일화다.책’역사의종언’으로유명한후쿠야마교수도90년대중반세계여러도시에서낯선사람에게돈빌리는실험을했다.돈을선뜻빌려주는순위에서서울사람들은중간성적쯤이었다.후쿠야마는저서’트러스트(신뢰)’에서사람들이함께일할수있게도와주는능력을’사회적자본’이라고규정하고사회적자본중으뜸이신뢰라고했다.

▶미시간대잉글하트교수는소득과안정보다삶의질을중시하는쪽으로가치관이바뀌는추세를’조용한혁명’이라고불렀다.그는건강재정교육을’복지지수’로,만족행복소속감은’즐거움지수’로나타내고’삶의질=복지지수+즐거움지수’라고했다.엊그제OECD는미시간대가치조사팀의연구를토대로한국인의삶의질이회원32개국중에31위라고발표했다.한국은특히집단사이포용력과신뢰부문에서낮은평가를받았다.

▶가치조사팀은’사람들은대부분믿을만한가,아니면매우조심해야하는가?”마약중독자,AIDS환자,이민자,동성애자,종교가다른사람,술주정뱅이가이웃에산다면꺼림칙한가?’같은질문으로테스트했다.채점결과한국은평균을크게밑돌았다.한국은정부사법부언론에대한신뢰도바닥권이었다.’도움을요청할수있는친지나친구가있는사람’의비율도형편없었다고한다.

▶언제부턴가많은한국인이’다르다’는뜻의말을’틀리다’는단어로잘못표현한다.자기생각과다른남들의생각이나주장은’다른’게아니라무조건’틀리다’고보는데서비롯된어법이아닌가싶다.그만큼우리는다른(different)사람,다른집단을인정하고받아들이는신뢰와포용력이부족하다.그러면마음이편할리없고삶의질도떨어질수밖에없을것이다.


<조선일보논설의원김광일님의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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