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와 화가

한거지가화가의화실맞은편의거리에앉아있었다.화가는화실의창문을통해보면서그거지의얼굴을조심스레스케치했다.더없이더럽고초라한얼굴이었다.세상에서패배하여절망에빠진,희망이라고는눈을씻고찾아볼수없는그런불쌍한얼굴이었다.


화가는열심히스케치를했다.그런데그림으로옮겨진거지의얼굴은실물과아주판이하게달랐다.썩은동태눈깔처럼흐리멍텅한눈에는이제막영감을떠올리고있는야심가의번득이는섬광을그려넣었다.멍청히반쯤벌린입을한일자로굳게다물게하여굳은의지와불타는결심을하고있는표정으로바꾸어놓았다.그림속의인물은실로위풍당당한대장부였다.참으로잘난남자였다.

그림을다그린화가는그그림의모델이었던거지화실로불러들였다.썩은동태눈깔의거지는어슬렁거리며화실로어섰다.

"그림을보시오"

화가가그림을손짓하자거지가달갑지않다는눈으로그림을보았다.거지는그그림이자신의모습이라는것을전혀알지못했다.아니감히상상도하지못할일이었다.


"저화폭에그려진사람이누굽니까?"거지의물음에화가가빙그레웃으면서"다시한번자세히살펴보십시오."라고대답하였다.

거지는그림을다시살폈다.유심히보니자기자신과구석이있었다.얼굴의생김생김이자기의얼굴형태그대로였다.그래서망설이다가작은소리로말을꺼냈다.

"혹시,저의얼굴을그리신것입니까?""그렇습니다.당신의초상화입니다"


화가가그제서야빙그레웃으며힘찬목소리를냈다.그말을들은거지의얼굴이새빨갛게상기되었다.

"믿을없습니다"

"하하하….이그림은내눈에비친당신의모습이정말분명합니다."

그순간거지의썩은동태눈깔은어디론가사라지고없었다.대신그림속의눈처럼섬광이서렸다.거지는양어깨를쭉펴고서화가에게힘차게말했다.

"만약당선의눈에비친내가바로그림속의주인공이라면,나는그림의사람처럼되겠습니다."



그날부터거지는사람이완전히달라졌다.거지생활을청산하고힘차게일하기시작했다.나날이눈빛과표정이그림속의사람을닮아가고있었다.

"

긍정적상상력은인간의외모까지도바꾸어준다.

멋진모습을상상하면그모습으로변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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