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총선에서제1당을장담하는민주통합당이극좌·종북(從北)세력에게휘둘리고있는것은대단히심각한문제다.우리해군을’해적’이라고조롱하는세력과연대하고,지금은말을바꿨지만총선에서승리하면한미FTA를파기한다고했으며,제주강정해군기지건설의책임장성을징계하겠다고한다.실현불가능한게뻔한공약(空約)들을쏟아내느라정신없는새누리당도한심하기는마찬가지다.
더욱한심한것은모든정당들이쏟아붓기식복지제도를약속하면서그것을’국민의뜻’이라고주장하는것이다.그런수준이하의행동이정치인들의주장대로국민의뜻인지도의문이지만,설사그렇다하더라도소신있는정치인이라면잘못된국민의뜻을쫓아가는데급급할게아니라잘못되었음을과감하게지적하면서올바른방향을제시하고이끌어야한다.훌륭한정치인은국가를무난하게운영하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앞장서서변화를유도할수있어야한다.
1945년총선에서전쟁영웅처칠을누르고집권하게된영국노동당정부는’요람에서무덤까지’보장해주는복지국가를세우고기간산업을국유화했으며케인스의가르침을좇아공공사업을일으켜고용을늘렸다.그결과노동계의힘은무소불위가되었다.시도때도없는파업은영국경제를골병들게했고급기야IMF구제기금을얻게까지만들었지만노동당정부는감히노조의세력을제어하지못했다.1978년겨울,공공부문근로자들의총파업으로영국은썩은쓰레기가넘쳐나고시신(屍身)조차매장할수없는통치불가능한상태로전락해버렸다.
아무도막강한노조를거스르지못하는가운데그들을응징하겠다고과감히나선사람이’철(鐵)의여인’마거릿대처다.1979년총선에서승리한대처는그동안영국사회가지향해오던거의모든것을뒤집어엎는혁명을시작했다.국가의보살핌속에안일하게살아온국민들에게각자자신의두발로서서어려움에직면하라고요구한대처의정책은곳곳에서강한반발과적대에부딪혔다.그러나대처는흔들리지않았고영국인들은서서히바뀌어갔다.반대파들조차대처의그런대담함을인정해주었다.그시대를산영국인들은대처를"좋아하지는않지만존경한다"고말한다.
한편대처의정책을"국민의뜻에반(反)한다"는식으로밀고가려한노동당은더욱더좌측으로이동하는우(愚)를범했다.1983년총선에서는산업과기업의대규모국유화,유럽경제공동체(EEC)와나토(NATO)로부터의탈퇴를주장하는과격한강령을발표했다.요즘의민주통합당이그때의영국노동당을그대로닮았다.그강령은’정당역사상가장긴자살유서’라는평을들었다.그후노동당은연속네번이나총선에서패했고"이제노동당은끝났다"고들했다.
그런노동당을다시일으키고대처가시작한변혁을계속한사람이토니블레어다.블레어는’대처의아들’이라는비난을받으면서도그정책을대부분이어갔다.국유화와평등만능주의로대변되는전통적사회주의가힘을잃었음을깨달은블레어는당헌(黨憲)에서사회주의이념을빼버리고당을좌지우지하던노조의세력을과감히축소시켰다.그는반발하는전통좌파를꾸준히설득하는한편’미치광이좌파’라고불리던극단적분파를당에서축출하여노동당을대중정당으로만들었다.그러나우리의민주통합당은’미치광이좌파’에해당하는종북좌파를척결하기는커녕오히려신주단지처럼떠받들고있다.블레어는또한복지제도에과감히칼을대고권리에는반드시의무가따라야함을일깨우며’일하는복지’를역설했다.대처나블레어나모두국민이받아들이기싫은변화의필요성을설파하고반대파의아우성에맞서국민을변화시켜나갔다.
지금우리사회엔해결할문제가산적해있다.특히복지는긴안목에서접근해야하는중차대한문제다.서구에서이미폐기처분된퍼주기식복지를약속할게아니라복지제도가양날을가진칼이라는사실을국민에게진솔하게밝히고,반발하는국민이있다면설득해야한다.이어렵지만반드시해야할일을외면하고입에발린소리만하는사람들은이번총선에서걸러내야한다.
위대한지도자는어려움에직면할때문제를회피하거나타협하지않고결연히자신의신념을지킨채국민을설득하는사람이다.우리에게도언젠가그런지도자가나타날까?
<조선일보2012년4월5일자아침논단박지향서울대교수의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