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世界)’라는단어를들어본지오래다.기억의필름을아무리되감아봐도이나라대통령이되겠다는사람들입에서’세계’라는말이흘러나오던장면은떠오르지않는다.본인들은"녹음테이프를다시틀어보라.수십번’세계’라는단어를사용했다"며낯을붉히며항의할지모른다.그들말대로대통령지망생(志望生)들이’세계’라는소리는냈을것이다.
그러나어느누구도’세계’라는단어에그만한무게를싣고뜻을담아국민을향해이야기한적은없다.’세계상황이이렇고,앞으로저방향으로흘러갈것이니이런대비를서둘러야한다’고말한적이있는사람이있으면손을들어보라.’세계’라는말이역량(力量)에너무부친다면’아시아’또는’동북아(東北亞)’라는단어라도꺼낸적이있는사람이라도손을들어보라.몇달후대통령선거를치르는대한민국의정치풍경이이렇다.참으로겁(怯)없는나라의소견(所見)머리없는정치다.
대한민국경제의무역의존도가96.7%다.경제의수출의존도는49.7%다.석유·가스등의에너지는물론이고철광석등주요원료도100%수입해쓴다.수입길이끊기면그날로한국경제는손을든다.이외국산원료를가공해서만든제품도거개가해외시장에내다판다.수출이벽에부딪혀도한국경제는그냥주저앉고만다.월급을제대로받는정규직근로자의절대다수는수출과관련한업종과업체소속이다.세계경제동향(動向)이근로자의일자리와그가족들의밥줄을쥐고있다는뜻이다.그런데이런나라의대통령지망생들은―보수든진보든,늙든젊든―너나없이무엇을심판하고아무개와차별화하겠다는데만열심이다.그들이입에바르고다니는복지국가라는꿈의실현여부가세계경제의흐름에달려있는데도말이다.
지진과화산활동은두개의지각판(地殼板)이부딪치는경계선에서집중발생한다.’환태평양지진대’니’알프스지진대’니하는지진다발(多發)지역이바로그런곳이다.세계의분쟁과전쟁또한두개이상의’정치적지각’이충돌하는경계선을따라불꽃을튕긴다.한반도는새롭게고개를드는’중국판(板)’이100년가까이세계를지탱해온’미국판(板)’의아래를직접파고드는세계의몇안되는지역의하나다.한반도의전쟁과평화가미중두신구(新舊)세력간의협력과갈등관계의영향을받을수밖에없다는말이다.그러나자칭(自稱)이나라대통령감들이정치적지진대(地震帶)위에세워진대한민국의안보설계로머리를싸매고있다는소식은들어본적이없다.
김일성과김정일이사유재산(私有財産)처럼물려주고물려받는북한이언제무슨소리를내며이나라대통령의어깨를덮칠지아무도정확히내다볼수없다.북한의영생(永生)을믿는세력은대한민국진보당의곰팡이슨주사파(主思派)말고는없다.북한의질서있는해체를추진하려해도,돌연한붕괴에따른피해를최소화하려해도동북아국가간의2중·3중의협력체제구축이필수적이다.그러나대통령지망생들얼굴에서그런고민의흔적을읽은기억이없다.
국제신용평가사피치가지난22일일본의국가신용등급을’AA’에서’A+’로두단계낮췄다.사상최초로일본신용등급이한국·중국·대만과같아졌다.세월앞에선한나라의발흥(勃興)과쇠망(衰亡)조차무상(無常)하기짝이없다.에즈라보겔의’세계제1의일본(JapanasNo.1)’이서점가의베스트셀러였던게1979년,MIT교수들이위원회를구성해일본에밀려나는미국산업계의반성문’MadeinAmerica’를내놓은게1989년이었다.
그러나1990년새해가밝자마자일본의주식시장과자산시장은수직(垂直)으로굴러떨어졌다.그러자이번에는정반대책들이세계책방의점두(店頭)를장식했다.2000년하버드경영대학원교수마이클포터의’일본이과연해낼수있을까(CanJapanCompete)’가,2006년엔일본의대표적저널리스트다치바나(立花隆)의’멸망해가는국가일본’이라는한탄소리가화제로떠올랐다.그종합판이일본의경제·사회적쇠락(衰落)을가져온주범(主犯)이바로일본정치라고지적한일본전문가제럴드커티스의’일본정치의논리(TheLogicofJapanesePolitics)’다.
눈을감고있으면달리는기차안에앉아서도기차의속도를가늠할수없다.창밖으로쏜살같이멀어져가는바깥풍경이속도계(速度計)의역할을하기때문이다.바깥을내다봐야만세계변화가보이고대한민국의적정(適正)주행속도를계산해낼수있다.대한민국의대통령이되겠다는사람이라면더이상세계로부터눈을돌려선안된다.그리고고개를들어국민을향해’세계’를말해야한다.
<2012년5월26일자조선일보강석천칼럼에서발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