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이런 대통령감 없나요?

뉴욕타임스의칼럼니스트토머스프리드먼은지난6월재정위기에빠진유럽을돌아본뒤,범(汎)세계적인리더십결핍현상을지적하는글을썼다.그는’왜세계에는우리시대의도전에맞서도록그들국민을고무하고이끌어가는지도자가이렇게도없는것일까’라고한탄하면서지도자들이SNS등으로너무많은사람의’소리’를듣다보니결국’자신(自身)’은없어지고그’소리’에갇히고만다고했다.그는지도자들이여론조사에함몰되고블로그를좇으며트위터와페이스북에난것들을챙기다보면국민이가야할길보다국민이당장원하는것에매달리게된다고했다."모두가’팔로잉’하면’리딩’은누가하나?"라는것이다.이글에인용된전호주외무장관다우너는"많은지도자가전례없는집중적인대중의감시와검열의도마위에올라있다.때로대중의조롱과상호교류는지도자들이합리적이고과감한결정을내리는것을더어렵게한다"고했다.

이런현상은구미(歐美)에만국한된것이아니다.한국에서도,특히대통령선거를5개월남짓앞둔시점에서더욱돋보이고있다.대통령을하겠다는사람들,정권을차지하겠다는정당들그리고권력에붙어한세월잡아보겠다는단체들이앞을다투어선심(善心)을찾아나서고지금당장유전자의가려운곳을긁어주는데만혈안이되고있다.이들에게서나라의미래를염려하고,100년까지는아니더라도10년의대계(大計)만이라도세워보는모습은찾아보기어렵다.

우리는여기까지정말힘들게왔다.근대화과정에서배제된우리는식민속국(屬國),남북분단,6·25전쟁을겪으면서도불과60여년이라는단기간에선진화의최단코스를달려왔다.어쩌면우리는지금급성장의여파로피로감에절어있는지모른다.성장은둔화되고부(富)의양극화현상은심화되고국민적이질감은더욱굳어지고있다.유럽발(發)경제위기는수출급감,생산위축,중소기업도산,가계대란,대량실업으로이어질전망이다.우리를여기까지이끌어온동력(動力)은수명이다해가고있다.

불과몇년전까지만해도몇십리도부지런히걸었던우리는한번자동차의’맛’을본뒤단몇백미터도걷기싫어하고어제달게먹었던’보리밥’을더이상끼니로생각하지않는다.그때는다같이못살았기에그러려니했지만이제는옆집이너무잘사는것을견디지못한다.그래서사람들은부자의돈을’장롱속에쌓아둔돈’이라며부도덕시하고,나랏돈(세금)을마치제돈인것처럼당당히요구하고있다.’나라가너를위해무엇을해줄것인가를묻기전에네가나라를위해무엇을할수있는가를물어라’고했던케네디의명구(名句)를빌리자면요즘우리는너나할것없이’내가나라를위해무엇을할수있는지를묻기전에나라가나를위해무엇을할수있는가를먼저대답하라’고다그치는형국이다.

지금은중대한고비다.식민화,근대화,산업화,민주화의고비를넘어온우리는여기서방향감각을상실하고있다.나라를어디로이끌어가야할지,어떤이념적지표아래나라의동력을되살릴수있을것인지헤매고있다.우리의강점이었던도덕적·윤리적덕목들은오히려우리의취약점이되고있고,동방예의지국은동방무례지국의오명으로멍들고있다.

그래서지금우리에게절실한것은애국심이다.’애국심’하면흔히퇴행적·복고적사고라고매도하는경향이있다.하지만애국심을자기가사는환경에대한자부심이라고하면어떨까?애국심을자기가속해있는조직의정당성과정통성을지키는것이라고하면어떨까?애국심을오늘을위해재화를빌리고써버리는것이아니라내일을위해땀흘려일하고저축하고투자하는것이라고하면어떨까?애국심을공동체를위해자기보다못한남에게조금양보하고부담을나누어지는것이라고하면어떨까?애국심이란법과질서를지키고예의와부끄러움을아는일이라고생각하면어떨까?

우리는이런애국심을내건지도자를대통령으로뽑았으면한다.구태의연(舊態依然)하다고할는지모르지만지금이시대에는우리를여기까지이끌고온’구태’가절실히요구된다.온통포퓰리즘에중독돼’주겠다’는후보가천지인판에애국심을앞세워자제와헌신을요구하는후보는시대착오적일지모른다.그러나국민에게무엇을주겠다고하기보다무엇을할것을요구하는그런건방진(?)대통령후보를한번봤으면좋겠다.남들다따라하는,그래서여론의꼭두각시로행세하는줏대없는다중의시녀(侍女)가되기보다자신의철학과신념과의지에따라과감히결정하고국민에게자신을따라줄것을요구하는,그런선봉이기를자처하는후보에게표를주고싶다.

<2012년7월24일조선일보김대중칼럼에서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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