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누구나죽는다.그러나관뚜껑을덮을때나는청탁(淸濁)의소리는제각기다르다.최근개봉한전투기조종사들의애환을담은영화’알투비(R2B)’를보고한공군애호단체모임에서들었던어느순직조종사의이야기가떠올랐다.
그주인공은2010년3월2일신참조종사의비행훈련을돕기위해F-5/F전투기에동승했다가추락사고로순직한고(故)오충현공군대령이다.
그는공사(38기)를수석졸업한인재였고유도도잘했다.또축의금봉투에는항상’대한민국공군중령오충현’이라고쓸만큼공군에대한자부심이강했고,비행시간도2792시간이나되는베테랑조종사였다.
그는공군역사에비행훈련중순직한첫번째비행대대장으로기록되었을만큼솔선수범과책임정신이투철했던지휘관이었다.무엇보다
나를숙연하게만든것은그의일기장이다.인간은의식이언어를주관하고,언어가행동을지배한다.내가오대령의일기에주목했던것도그때문이다.
그는1992년12월한동료의장례식장을다녀오면서마치18년후에있을자신의유언처럼일기를썼다.
‘내가죽으면가족은내죽음을자랑스럽게생각하고담담하고절제된행동을했으면좋겠다.장례는부대장으로치르되,요구사항과절차는간소하게했으면한다.
또장례후부대장과소속대대에감사인사를드리고,돈문제와조종사의죽음을결부시킴으로써대의를그르치는일은일절없어야한다.조국이부대장을치러주는것은조종사인나를조국의아들로생각하기때문이다.그러니가족의슬픔만생각하지말고,나때문에조국의재산이낭비되고공군의사기가실추되었음을깊이사과해야한다.
군인은오로지’충성’만을생각해야한다.비록세상이변하고타락한다해도군인은조국을위해언제어디서든기꺼이희생할수있어야한다.그것이대한민국전투기조종사의운명이다.’
그의일기를읽으면서’난중일기’를쓰며해전승리에골몰했던이순신장군을떠올려보았다.고(故)오충현공군대령!그는’독수리는떠난자리도깨끗하다’는전설을남겼다.
이기주의와보신주의가판치고권도(權道)가상경(常經)을밀어내는혼탁한세상에참군인정신을우리가슴에각인시키고홀연히먼길을떠난그의순수한조국애와숭고한희생에깊은애도와존경을표한다.
지금이순간에도한쪽발은이세상에,나머지한쪽발은관(棺)속에넣고애기(愛機)에올라우리나라영공수호에전념하는전투기조종사들의안전한’리턴투베이스(R2B)’를기도한다.
김덕수공주대교수님의글(2012년8월31일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