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가교단법인장정(章程)을개정하여목회자교회세습을제도적으로막기로했다고한다.부끄러운일이연거푸일어났던기독교계에서오랜만에들려오는반가운소식이다.시급히필요한교회개혁의좋은실마리가되었으면좋겠다.기독교계뿐만아니라일반언론도환영일색이고,아무도감히이의(異議)제기를못하고있다.
그동안몇몇대형교회에서일어났던교회세습은한국교회의위상을떨어뜨린대표적인폐습이다.북한의정권세습과한국재벌들의기업세습을곱지않게보는판에교회까지세습한다니누가좋게보겠는가?너무가난하여목사의생활비도댈수없는작은교회를담임목사자녀가세습한다면모두가칭찬할것이다.그러나이미많은특권을갖고있는대형교회의세습은나름대로이유가없지않겠지만그당사자들이큰비난을받게될뿐이다.
교회는법적·교리적으로누구의사유물도될수없고담임목사직의후계에혈연이작용해야할어떤근거도없다.결과적으로본인들과교회가망신을사게되는근시안적패착일뿐이다.돈·인기·권력은모든사람이추구한다.하지만사람들은그런것을탐하고누리는이들을질투할뿐결코믿고존경하지않는다.
한국사회는지금심각하게분열되어있다.사회갈등지수가OECD회원국가운데넷째로높다고한다.너무많은사람이돈·명성·권력등경쟁적인’제로섬(zero-sum)’가치를우상으로섬기기때문이다.바로그런하급가치를상대화하고욕망을억제하여경쟁과갈등을줄이는것이한국에서고등종교가해야할역할이다.사랑·희생·봉사같이공유가능한’비(非)제로섬’가치를가르치고실천하여평화와정의가되살아나게해야한다.그럴때만종교는존재할이유가있고사회의인정과보호를받을수있다.
한국기독교는상당기간그런역할을비교적잘수행해왔다.초기기독교인들은나라의독립과민주화,복지와교육등중요한분야에서희생적으로봉사했고,절제·정의·인권등의신장에크게공헌했다.교회건물을올리기전에학교와병원을먼저세웠고,그래서국민의더큰신임과존경을받았다.그덕으로한국은세계적으로도기독교가가장빠르게성장한나라로꼽히게되었다.
그런데불행하게도최근의한국교회는선배들이세워놓은그위대한유산을거의탕진하는안타까운모습을보이고있다.교인수가늘고돈·명예·권력등세속적인힘이생기자그힘을사랑과봉사에이용하는대신즐기고과시했다.심지어축복이란이름으로세속적인힘을추구하는것을정당화했다.핍박받고희생하는소수가아니라힘을가진강자의자리에서게되면예수님의고난과겸손한희생은입으로만선포된다.대형교회의세습은이런타락의한부분이며그쓴열매가아닐수없다.한국교회는사회의신임과존경을잃어가기시작했고,오히려세상이교회를걱정해주거나심지어교회가세상의조롱을받게되는일까지생겼다.
감리교단입법의회는이번개정안을반드시통과시켜다른교단에도경종을울려주길바란다.그렇게해서실추된한국교회의명예를조금이라도회복해주기바란다.감리교단은다른어느교단보다교육·의료·복지사업등사회의’빛과소금’역할에앞장섰던자랑스러운역사를갖고있다.그동안교회세습이감리교단에서상대적으로많이이뤄졌던것이사실이라면이폐습을바꾸는일에책임있게앞장서는자세를보여주는것또한감리교단의위상에걸맞은일이될것이다.
고려대석좌교수송봉호<2012년9월5일조선일보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