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신공
BY btyang ON 12. 7, 2012
“아빠,에세이를잘쓰기위한아빠의의방법론몇가지만생각해보고말해줄래요?매번마감을지키지못하는내게그런방법론이있을리만무하지만모처럼아들녀석이진지하게부탁한일이라나는거절하지못하고답을궁리해본다.
아들,에세이쓰는법에대해여섯개의사자성어로설명해볼게.
아전인수.내논에물을끌어들인다는말이지소재는도처에있고,소재에는귀천이없어자신이잘아는것이면더좋겠지만잘모르는것이라해도상관없어중요한것은어떤소재든내경험의논으로끌어들여야한다는사실이야.삼라만상을이야기하는것같지만결국에세이는내논에관한이야기거든.
원교근공.멀리는사귀고가까이는공격하라.소재가정해지면그것과관련해자동적으로떠오르는생각이나낱말들이있을거야.그것들을경계해야해.가까운것들은상투적이기쉬워새롭지않으면과감하게쳐내는게좋아멀리있는것들에눈을돌려보렴.전혀다른분야,다른형식에조금만방심하면신변잡기에머무르기쉬운게에세이야.
맹인모상.장님이코끼리만지듯쓰는게좋아글을쓸때가장큰적가운데하나가너의눈이야.눈을크게뜨고새롭게본다는건말처럼쉬운일이아니란다.잠시눈을감는것이필요해.예전에TV에서독일의교육을소개하는다큐멘터리를본적이있어.선생이초등학생아이들을데리고숲으로가는데,일렬로줄을서앞아이의어깨에손을얹고눈을감은채걸어가게하는거야.눈을감자쉴새없이떠들던아이들이입을다물고조용해져.왜냐하면전혀새로운숲이아이들에게와락달려들기때문이지.그렇게자주다닌숲이지만예사로넘겼던새소리,벌레소리와나무냄새,흙냄새와뺨에와닿는햇살의따뜻함같은숲의아름다운소란을만끽하려고아이들은자신의온몸을한껏여는중이기때문이지.그아이들이눈을뜬다음바라보는숲은얼마나새롭고경이롭겠니?에세이는그렇게쓰는거야.
용두사미.시작은용머리처럼,마무리는뱀꼬리처럼모든글쓰기가다그렇겠지만에세이는짧은글이기때문에특히첫문장이중요해.첫문장은용머리처럼강렬하고박력있고매력적이라야해.용의머리를보면거기에낙타의머리,사슴뿔,토끼눈,소의귀,돼지코가다들어있지.그만큼첫문장에공을들이는거야.그렇다고첫문장을쓰는데시간을낭비하지않도록.일단초고를다쓴다음첫문장을어떻게할까?고민하는쪽이좋아글의마지막은뱀꼬리같아야해.에세이는하늘이아니라땅의이야기니까.땅으로내려와뱀의몸으로바닥을밀고가야해.혹시뱀이사라지는것본적이있니뱀꼬리의날렵하고유연한곡선그렇게마무리지어야여운이남는거야.짧은글에긴여운이.
절차탁마.일단초고는단숨에쓰는게좋아‘그다음에자르고갈고쪼고닦을거니까.첫문장도이때결정하면돼.어쩌면작가는글을쓰는사람이아니라쓴글을고치는사람일지몰라.
아들아,마지막으로당부하고싶은말은에세이를쓰는데방법론같은건아무짝에도소용이없다는거야.아빠를보렴.그러니여섯번째사자성어는네가생각해보길.건투를빈다.
‘김상득의인생은즐거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