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성녀(聖女)…소피아(최분이) 수녀
BY btyang ON 12. 23, 2012
최보식기자가소개한우리시대의성녀소피아(최분이)수녀
"이제늙은할매가다돼서일도안하는데…꼭오셔야해요?"하며소피아수녀님이그를반겼다.
마산역에서내려진동방면으로40분걸리는외진동네에’요셉의집’문패가보였고,소피아(최분이·74)수녀는사내아홉명과함께살고있었다.
"아까운전하던그아이는쓸개도없고간도조금남았어.다들죽을거라했는데지금완전히정상이됐어요.동네사람들은여기에누가사는지몰랐지.내가술꾼들을데리고다닌다는소문이나면,못들어오게할수도있거든.이집을애들과같이지었어요.나를’왕초”대빵”엄마”할마시’,지그들좋은대로불러.여기에온지5년쯤됐나."
키작은노(老)수녀의말씀은이리갔다저리갔다조리가없었다.하지만거칠고터갈라질듯한그의검붉은손은모든걸말해줬다.내가손을잡자,"사람들이’갈쿠리”오리발’이라고해.배운게없어평생식모일을했거든"하며수줍어했다.
소피아수녀는“부랑자들은나를‘왕초’‘대빵’이라며자기좋은대로불렀다”고말했다.남강호기자
―수녀님이식모일이라니요?
"수녀들중에도머리좋은사람은공부를시키는데,우리처럼일에미쳐사는사람은공부머리가안되잖아요.대구시립희망원(부랑아복지시설)에서일하겠다고하니까,총장수녀님께서’복지사자격있어요?자격증없으면안돼요’하잖아요.제가’씻기고닦이는것도자격증이필요한가요?"했지.남들이다안가려고하는데그런소리까지들어가면서갔어요.거기서도10년간’식모일’을한거죠.뒤에공부를해서자격증을따긴했어요."
―어떤일을하셨길래.
"제가주방을담당했어요.부식비가적게나오니,트럭을타고이곳저곳부식사러다녔어요.요양원측은나보고’불도저’라고했어요.요양원마당에오리를1000마리나키웠어요.오리알을삶아먹이려고,그릇던지고싸움이나하는애들도잘먹이니까조용해졌어요.아이들은내가안보이면’우리두목어디갔나’라고했고."
―부랑아들이술에취해수녀님께행패부리지는않았나요?
"내말은그래도잘들었어요.술취해서내앞에서바지를홀딱벗고서’치료해달라’고하거든.내가’야사내자식이가릴것은가려야지’하면,’엄만데어떠노’라고해요."
―비록수녀님이나,여성의몸인데.
"얼굴생김도무서운깡패중의깡패가있었어.한번은이아이가눈이뒤집혀서’너를죽여버린다.오늘한번해보자’며왔다갔다해.그러곤주전자에든우유를내옷에들이붓는거야.누군가가이를보고파출소에신고를했어요.경찰이와서’술마시고행패부리는놈이어디있습니까?’묻는데,나도모르게’아까장난치고갔습니다’라고답했어요.경찰이떠나자,이아이가’엄마’하며무릎을꿇어요.’다른사람들에겐옷도갈아입혀주고약도주더니왜나한테는안해줬어.나도엄마라고부르고싶었는데.앞으로는다시는이런짓안하겠다’며우는거야.(울먹이며)나도걔가무서워서가까이안했는데."
―1981년5월마더테레사수녀가방한해대구시립희망원까지내려와"노벨평화상은소피아수녀가받아야하는데내가받았다"고말했다면서요?
"그소리는할매(테레사)가그냥말한거지.내가원장수녀나되는줄알고잘못말한거지.나는희망원에서부식이나사러다니는식모였는데."
―지상에서가장낮은곳이하늘에서는가장높은곳아닌가요?
"그러면큰일나지.원장은원장이지.하여튼그때테레사가마음이상했어.자기만을보려고인파가몰려들었거든."
―그게왜마음이상할일인가요?
"사람들이희망원에있는아픈아이들한테는관심이없고,오직자기를보려고서로밀치고하니까그랬지."
―당시마더테레사가수녀님방에서주무셨다면서요?
"내연탄방에서자고싶다고해서그랬어요.그방은연탄가스냄새가나서문을꼭열어놓아야하는데."
―두분이그전에인연이있었던건가요?
"한국에오시기2년전에내가초청을받고인도콜카타로가서테레사를만났거든.통역이나에대해뭐라고얘기를한것같아.내가무식해대화가잘안되는데도서로마음이통했는지.그분과얘기하다가서로계속울었어요."
―수녀님이왜무식합니까?
"나는초등학교도제대로졸업하지못한셈이지.내가무식하게살았어요.엄마가몸이불편해나는집을돌봐야했지.오빠와동생들은공부했고."
―가톨릭집안이라,21세때수녀원에들어가신겁니까?
"가톨릭집안이아니야.내가어려운사람과같이살고싶어서.내가죽어도간다니까부모님이못말렸어.삼천포(사천)에서아버지가건축일을해서먹고살만했어.그런데집에있는것을내가다퍼다주니까."
―퍼다주다니요?
"6·25직후라다리밑에거지들이우글거렸어.피란내려온어려운사람이많았거든.집에있는된장·고추장을막퍼다줬어.어렸을때,남돕는게그렇게좋아.엄마가’이놈의기집애야,네아버지가그냥돈을주워온줄아나.저걸다리몽댕이를부숴버릴까’하며야단도많이쳤어요.아버지생신날광어를넣어미역국을한솥끓여놨는데,문밖에할아버지들이추위에떨고앉아있어.’빨리들어오이소’하며내방에서한그릇씩퍼줬어요.엄마가알고는’저년이애비생일도모르고’하며혀를찼어.에이,이런얘기그만해.창피하잖아."
―남주고나면안아까운가요?
"기분이좋으니까그렇게하지.내손에아무것도없으면서도다이뤄졌어.대구에서최초로(1989년)무료급식소를할때도그랬어요.’내일먹일쌀이없는데어쩌나’걱정하는데누군가가트럭에열가마니를싣고왔어.함께일하던수녀들과쌀가마를두들기며울었어.(울먹이며)그런좋은사람들이어떻게그때를맞춰서보내줬겠어.이는하느님이하신거지."
―수녀님이무슨재원으로무료급식소를시작할수있었죠?
"무료급식소를시작하겠다고하니까,수녀원총장님께서’불쌍하다고어떻게다도와주나’며말렸어요.제가’이세상에내가안온걸로치고내가할수있게해달라.시래기를주워먹여도안굶게할것이고,수녀원에는절대부담이안되도록하겠다’고했어요."
1993년1월당시한신문은’기적처럼매일첫새벽에쌀,생선,헌옷,콩나물을문앞에두고가.의인(義人)들의행렬이이어져’라며무료급식소에대해보도했다.
―정말그랬나요?
"10평도안되는비가새는빈집에서시작했어.그런데많은사람이갖다놓고가거든.유리창밑으로2만원과함께’된장하나끓여줘라’고메모를남겨놓고.자고나면대문앞에먹을것을놔두고가는거야.그사람들얼굴은모르지.하느님이역사(役事)를하신거지."
―그뒤경북성주에서기증받은임야를개간해부랑아숙식시설을지었다면서요?
"술취해아무데나퍼질러자니까.부랑자들을그리로데려왔지.제가’하느님은애들마음을잡아주이소’라고기도했어요.모두들술을끊고열심히일해서같이살집을지었지."
―잘지은집을떠나왜이쪽으로옮겼죠?
"한군데10년이상머물수없다는수도원규정이있어.그중에몇친구가나를따라왔지.늙은할매와함께살집을지어야하니까."
―부랑자들과한공간에살면불안하지않은가요?
"우리는가족인데.여기서아이들은술을안마셔.얼마나얌전하다고."
―1970년초에는경북봉화군나환자(한센병)정착마을에서일을하셨다면서요?
"그얘기를누가했어요?그사람들과어울리려면같이자고먹어야지.함께손잡고율동도하고.모녀가사는방에서잤지요.방에는썩는냄새가지독해.이런얘길하면안되는데,나중에다른수녀들이힘들잖아."
―한센병환자가밥에치료제연고를발라서시험하려고했다면서요?
"진물날때바르는연고야.밥뚜껑을여니색깔이시퍼렇게변해있어.얼른밥위쪽을떠서상다리밑에두고는그냥먹었어.왜그랬는지묻지는않았어."
―수녀님이라도육신의감각을갖고있으니찜찜했겠지요.
"괜찮다는마음이있었으니그렇게했지요."
―그런마음은어디서나오죠?
"측은한마음이지.남의아픔을나누는마음으로.예수님께서도병자나불쌍한사람을보면그렇게하셨거든."
―김수환추기경생전에교유가깊었다지요?
"참이상해.나에대해다알고있네.저를참좋아하셨죠.저를보면’저기수녀왕초아이가.아이고무서워라.소피아가쌀떨어졌을때쌀가마를안보내주면혼난다’고우스개말씀도하셨죠.’요셉성인께서보내신겁니다’라며돈도부쳐주셨지요.미사를친히집전하면서저를위해축복해주시기도했어요."
―처음어떤인연으로추기경을만나신겁니까?
"이방자(순종의이복동생인영친왕의일본인부인)여사가임종하시기전에저를서울대병원으로불렀어요(1989년).제게영세를받고싶다고해서,신부님대신그렇게해줬어요.’하늘나라에가서사랑하는애인(영친왕)도만나세요’라고했지요.’하이,하이,소데쓰요(예,예,그렇지요)’라고답했어요.나중에돌아가신뒤추기경께서이소문을듣고저를찾으신거예요."
―그러면이방자여사와는어떻게만난겁니까?
"인도에마더테레사를만나러갈때였지요.내가비행기를어떻게타고가는지알아야지.화장실가는것도힘들지요.그런걱정을할때이방자여사가유럽8개국을돌며’궁중의상발표회’를연다는것이었어요.그일행에끼워줘한달간유럽여행을같이했어요.의상발표회에서저는남자처럼생겨서영친왕으로,여사님은왕비로손잡고걸어나갔어요.그걸마치고서파리에서안내자와함께인도로갔어요.제가무식해도이런고급사람들도사귀었어요(웃음)."
그를떠나오면서’이런것이축복이구나’하는느낌을받았다.
최보식선임기자<2012년12월24일조선일보에서발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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