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완연하구나
애래글은"KB편지공모전"에실렸던글입니다.

사랑하는나의딸에게.

가을빛이완연하구나.네가태어나던날도이렇게가을빛이눈부신시월이었단다.

마당에널어놓았던하얀기저귀가바람에펄럭이며뽀송뽀송말라갈때의그경이롭던느낌에엄마는얼마나행복한시간의배를타고너를바라보았는지.그때가엊그제같은데벌써26년이지나가버렸구나.네가네살무렵이었던가?부산에이모들이랑놀러갔다가자갈치시장에서좌판에있는물건을구경하다가잠깐손을놓았는데네가사라져버려서그복잡한시장통을헤매며너를찾는동안,발이땅에닿았는지감각이없고머리는텅텅비어서바라보던하은얼마나캄캄하던지관할피소에미아신고하고나오는데어떤청년이말도제대로못하고울먹이데리고파출소로오고있데너무반가운나머지너를그청년으로부터빼앗아안고서눈물을흘리며미처그청년에게고맙다는인사도제대로못하였단다.

나중에알고보니아이를키우면서엄마들이한번쯤은경험하는일이라는데지금생각하면얼마나등골이섬찟한일이었던지,가끔씩아침에방송되는이산가족찾기프로를보면서그때를생각하면남의일같지가않단다.우리에게도그런기슴아픈일이일어날수있었는데너를지켜준신께늘감사한단다.네가맨처음초등학생이되어“다녀오겠습니다.”하고인사를하며골목을걸어나갈때까지가슴벅차오르는그뿌듯함은그어떤것과도비교할수가없었단다.

그때당시유행하던뽑기놀이에빠져서랍에넣어둔만원짜리를들고가서해질무렵까지뽑고또뽑은그물건들을들고학교앞문구사에찾아가서주인과한판싸웠던엄마는그때서른초반이던열혈의나이였단다.지금도가끔그초등학교앞을지나갈때면지금은빌딩이세워진자리에상호는그대로인문구사를보면미소가떠오른단다.

너를키우면서가장힘들었던기억은네가고1때였던가,학교를그만두고검정고시를보겠다고했을때엄마가어떻게수습을해야하는지세상에태어나서등줄기에식은땀을흘려보긴처음이었단다.네가오랫동안생각하고내린결론이라고말했을때네가부쩍자라버렸구나하는생각에희비가엇갈리더구나.그때엄마가표정관리를하느라다리가얼마나후들거리던지그러면서일주일후에다시이문제를이야기하자고하고선그러나너는내딸이어서너의의견을존중해주지만만일조카가그랬다면도시락을싸들고다니면서말리고싶은사안이라고말하면서너의표정을살폈지.검정고시를준비하다가실패한이모의예를들어가며이야기를했으나하늘이노랗고심장이떨리기는마찬가지였단다.그다음날부터교사인지인들을찾아다니며상담을하고고민을토로했으나뾰족한답이없어서머리에띠를두르고누워있을정도였으나너에겐내색을하지않았단다.그렇게닷새정도가흘렀나?그때까지도너는정규수업만받고방과후에하는자율학습에는참여하지않고있었지.그런데갑자기아무일도없었다는듯이“엄마나자율학습할거야.그런데수업료를내야해"하는말을듣고“그래알았어하며얼마나반가웠는지혹시마음이변할까봐두번묻지도않았지.그말은바로학교생활을계속하겠다는의미임을내포하는것이지.그한마디로그사건은일단락이지어졌는데가끔씩주변에서그와비슷한일로고민하는엄마들을보면나의사례담을자랑스레늘어놓곤한단다.

너를키우면서행복한순간들이있었다면그당시는힘들었지만고3때심야에너를데려오기위해학교앞에서기다리던때가아니었나싶구나.시간을맞추기위해서휴대폰으로알람을맞추어놓고한숨붙이다가차를몰고나가너를태우고돌아오면서차속에서나누었던대화의시간이엄마에게는참으로행복한시간들이었단다.가끔씩자식과소통이안된다고고민하는부모들을만나면엄마는그예를들어준단다.

대학에들어가신입생환영파티를참석하고들어오던날,선배들이주는술을마시고두눈이토끼처럼붉어져서하는말“엄마행복해?’라고밑도끝도없는말을들이밀더니“내가좋아서선택한전공인데너무힘들어하며엉엉울기에잠시무슨영문인지몰라서멍하니너를바라보다가“흠취했구나.그래서등을두드리며“그렴,행복하지라고말했지만속으로움찔했단다.재혼을해서새아빠의두딸을키우며무남독녀였던너를중간에끼워넣어서키웠으니너의정체성에대한아픔이얼마나심했겠니?“정말나는엄마만행복하면다괜찮아하는그말이가시처럼심장에꽂히더구나!“내가건축설계를전공하는건나중에엄마한태예쁜집을지어주기위해서야.엄마가시만쓰며살게해줄거야.엉엉.엄마사랑해….그래놓고엉엉우는너의등을토닥이며엄마의꿈이시인이었다는걸알고자신의꿈보다는엄마를위해서공학을한다는너의그말은말만으로도가슴을설렘으로차오르게하는것이었단다.그리고토사물을쏟으며너는잠이들었단다.아침에북엇국을끓이며토사물이묻은이불을빨며왜그리기분이좋던지!그때녹음을했어야했는데하는아쉬움이후일두고두고남았단다.꽤오랫동안그이야기를모임에가서자랑을하고다녔단다.

그렇게힘든대학생활5년과휴학1년을합한6년의건축설계를마치고네가졸업을하니세상은청년실업의대란속에잠겨있더구나.그렇지만스무살의너는엄마를오랫동안행복하게해주었단다.지방대학을졸업하고전공하고는조금비껴간,눈높이를낮추어취직을한너의선택을고마워하면서도마음한편이무겁기만하구나.서울생활을하는너에게엄마는원룸한칸마련해주지못하고이모집에임시로기거하는너에게미안함이담긴마음을김치에담아보내곤했었지.

그리고지금까지가슴에묻어두고하지못했던말이하나있는데정말미안하구나.엄마는최선을다해서너를사랑하고커웠다고는하나엄마의재혼으로인해사춘기인너에게상처를주었던시간들너에게아빠의부재안고살아가게했던점은목에걸린가시처럼늘아프단다.그래도반듯하게자라준너를보면고맙고대견스럽단다.네가설계해준집을가슴에담고사는엄마가이세상에와서제일잘한일중에하나는너를낳은것이란다.

사랑하는우리딸화이팅!

2009년10월23일김소영(광주시북구매곡동)

너의생일을축하하며광주에서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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