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에갇혀권위까지잃는병원들
요즘병원에가면참으로친절하다는생각이든다.발레파킹을해주는가하면,병원정문에직원이서있다가자동차문도열어준다.로비에카페를차려놓고커피나음료수를나눠주는가하면,엘리베이터앞에는유니폼여성이층별안내도해준다.병원이마치백화점이나호텔같다.간혹딱딱하고성의없는의료진을마주칠때도있지만,예전보다병원이많이친절해졌다는느낌이든다.여기까지는좋은현상이다.문제는그다음이다.친절이지나쳐병원의권위까지잃어가는것은아닌가싶다.
우선병문안행태부터보자.병원은환자의안정과외부세균유입을막기위해으레면회시간과면회객규모에제한을둔다.하지만이게잘지켜지지않는다.면회객편의대로밤낮을가리지않고아무때나찾아와,절대안정이필요한환자를앉혔다눕혔다하는일이다반사이다.면회객의태도도문제지만이를놔두는병원도문제다.지방환자는아예버스를대절해마을주민수십명이병실을찾는경우도있다.
면회객대부분이병실입구마다비치된알코올젤리로손을닦지않고환자의몸과주변물건을만진다.음식물을싸와서는그게질병관리에도움이되는지안되는지아랑곳하지않고권하는일도잦다.여럿이쓰는병실의공동냉장고에는각기가족이갖고온음식물이수북이쌓인다.이런행동들은자칫병원감염이나식중독사고로이어질수있다.그런데도병원은통제에적극적으로나서지않는다.
면회객열사람이오면처방열개가나오는것이우리의병문안문화다."뭘달여먹으면금세회복된다""○○버섯을먹고감쪽같이나았다""어느병원어느의사가용한데왜그리로옮기지않느냐"는등각자의’비방(秘方)’을꺼내놓는다.가뜩이나몸과마음이위축된환자와보호자를혼돈에빠뜨린다.이는투병의지를북돋우는데도움이되지않는다.오히려환자에게해로울수있다.환자가지금받는치료를전적으로신뢰하지않으면치료가제대로될수없다.의료진도이런병문안을달가워할리가없다.병원이병문안시주의해야할내용과행동요령을담아면회객들에게안내문을나눠주고경각심을심어주면좋으련만,환자가족과면회객에대한교육은눈에띄지않는다.
휴일이되면병실은교회가되고,사찰이된다.여럿이함께쓰는입원실에서찬송가,찬불가가여기저기서들린다.어떤목사님은교회위세를과시하듯신도를대거데리고와서는병실밖까지울리는기도를한다.다른종교를믿거나무(無)종교인환자들이이를피해복도를서성이게된다.불교환자를위한목탁소리가복도에널리퍼지기도한다.때론다른병실에들어가포교활동을하거나,막무가내로기도를해주겠다고도하는경우도있다.요란한종교문안으로병동간호사들이업무에집중할수없다고하소연할정도다.선진국병원들은공식적으로운영되는원내종교시설안에서만종교의식을가지게한다.
외국인관광객들에게친절해야한다고경복궁을아무때나아무곳이나맘대로들락날락하게하진않는다.더욱이병원에서는환자주변의사소한행동하나가환자를위험에빠뜨리는경우가많다.무심코먹인물한모금으로수술후유증이도질수있고,부주의로살짝흘린바닥물기로환자가낙상(落傷)에이를수있다.베개위치에따라환자호흡이달라질수있으니,의료진허락없이원래잡아놓은베개위치를맘대로바꿔선안된다.투약하러들어온의료진에게는업무가끝나기전까지투약이외의것에말을걸어서는안된다.자칫집중력을떨어뜨려투약오류의빌미가된다.
이처럼병원은모든가능성을염두에두고환자를안전하게보호해서병을낫게해야하는책무가있다.그것이병원과호텔이다른이유다.지금은친절이과해서인지환자가족과주변인에대한교육과통제가너무느슨하다.의학적이유로금지해야할것들도그대로놔둔다.
우리는공항에서순순히보안검색에따른다.그것은엄격한룰이기도하고,궁극적으로는승객의안전을위한것이기도하다.철저한검색은순간불편하지만,그것을통과한이후에는되레안심을준다.이렇게철통같이보안검색을하는데무슨일이나겠나하는생각이들기때문이다.병원도마찬가지다.환자안전을위한진료체계를업그레이드하고,아울러환자와그주변을적절히통제하고교육하는시스템을갖추면병원에대한믿음은더커질것이다.이는병원을일상처럼이용하게되는고령장수사회에서우리모두가참여해야할일이기도하다.병원이친절해야한다고해서본연의권위마저잃으면환자가위험해진다
<김철중의생로병사의글>
Share the post "친절에 갇혀 권위까지 잃는 병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