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가장가난한부자
오늘도서실에가서뭐읽을거리를찾으려고서가를뒤젹였다.우연히세상에서가장가난가난한부자라는책이있어꺼내보내가슴이따뜻한노부부의아주특별한여행이란부제가붙어있었다.
그곳에서보다가가슴이뭉클하는감동과함께콧물이났다.대출하여집으로와서단숨에다읽었다.
그책의저자이며주인공은오정면님이다.이책의내용은18년에걸쳐매년3개월씩농한기를이용해서동남아시아밀림지역의원주민들을방문해그들을도와준가슴따뜻한노부부의아주특별한여행이야기다.1987년동남아시아농민대회참가차필리핀에갔다가빈곤과질병,마약에시달리는동남아일대원주민들의삶을목격하면서부터이들부부의특별한여행은시작됐다.20마지기논에농사를지어6남매를모두대학공부시키고도빚한푼져본적없는근면한아버지인오정면선생은일흔이라는나이에도알랑곳없이1년농사가끝나면배낭하나들춰메고아내문달님여사와함께동남아시아곳곳의오지원주민마을을찾아나선다.이들부부는그곳에서유기농업기술을전파시키고심장병과장애가심각한아이들을국내로데려와자비를들여수술시켜보내는등,사랑의전도사역할을18년째계속해오고있다.그책의마지막부분을소개한다.
세상에서기장가난한부자
세상사람을가난한사람부자인사람으로만구분해서나눈다면어느쪽이더많을까요?사람들대부분은당연히가난한사람이훨씬,비교할수도없을만큼더많다고할것입니다.그렇다면우리부부에게는참영광스러운일입니다.우리부부는아주대단한부자거든요.나는물론내아내문달님도우리스스로를부자라고생각합니다.우리는세상에부러운이가없습니다.이만큼만족해하면서,이만큼행복해하면서한살한살늙어갈수있다는것이얼마나고맙고감사한일인지모릅니다.사람이사람으로살아간다는것에한점부끄러움이없고,언제어디서나항상떳떳하고기분이좋습니다.
‘도대체저노인들얼마나숨겨둔재산이많으면저렇게말할수있을까?’하고궁금해하신다면사실마땅히할말이없습니다.특별히내놓고자랑하거나눈으로보여드릴재산이랄것이없으니까요.대대로살아온자그마한시골집과매년정성들여농사짓는논스무마지기자식들과늙은우리부부찬거리정도를해결해주는자그마한밭하나가전부입니다.지식여섯을키우면서는늘학비걱정을해야했고,먹고싶은것,입고싶은것마음껏푸짐하게해주지못하고키웠습니다.여섯자식모두결혼시킬때역시잘림장만의재미를뺏고싶지않다.라는명분으로밥숫가락두개,공기두개만달랑해보냈습니다.좀더많이주고좀더많이가르치고싶은마음이왜없었겠습니까.세상의부모마음은모두한가지인데요.그래도우리부부는그렇게하는것이옳은일이라생각했습니다.사실마음이있어도해줄수있는형편도아니었지요.
우리부부가살아온지난세월,그리고지금의모습을보면세상사람들이흔히생각하는부자기준에턱없이부족하지요.어쩌면부자라기보다는가난뱅이농사꾼이더맞는표현일지도모릅니다.그러나우리부부는가난때문에힘들다고생각해본적이단한번도없습니다.우리자식들역시늘부족한듯자랐지만지금그녀석들살아가는모습을보면우리부부의판단이크게틀리지않은것같아얼마나다행인지모릅니다.
살아온날들보다앞으로살날을헤아리는것이훨씬더나을만큼살아보니사람이산다는것,살아있다는것에대해많은생각을하게됩니다.사람답게산다는것,참잘산다는것은어떻게사는것일까요?
우리부부는그질문에대한답으로이런말을하고싶습니다.
‘수없이많은감동을느끼는것.’
사람마다제각각의생각이있겠지만우리부부는‘감동’을삶의가장큰가치라고생각합니다.국어사전에‘감동’의의미를찾아보니무엇인가를느끼어마음이움직이는것을감동이라고풀이하더군요.사람과사람이부딪치며바다같은사랑에감동하고기쁨에벅차감동하고,너무좋아감동하고,넘치는행복에감동하고,슬픔에감동하고,미안해서감동하고,감사해서감동하고,하느님의축복에감동하고…………..감동이란살아있다는가장확실한증거입니다.우리부부는그확실한증거를매일매일느끼며가슴에가득채워가고있습니다.
세상에어떤값진재물보다더귀하고소중한것을우리부부는넘쳐나듯느끼며살고있습니다.우리가진짜부자인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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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사람들은대단히사랑스러운사람들입니다.그들은우리가주는것보다더많은것을우리에게줍니다.우리는그들이누구인지알아야합니다.알면사랑하게되고,사랑하면섬기게됩니다.가난한사람들이필요로하는것은우리의동정심이나생색내기가아니라우리의사랑입니다.우리가그들에게주는것보다그들이우리에게주는것이훨씬많습니다.가난에는물질적인가난만있는게아닙니다.물질적인가난보다더괴롭고더뿌리깊은영적빈곤도있습니다.영적빈곤은부유한사람들의마음속에도봐리를틀고있습니다.부는재산과돈일뿐아니라그것들에대한우리의집착,그것들을잘못사용하는것이기도합니다.물질이우리의주인이펼때,우리는빈곤해질수밖에없습니다.지나치게많이소유하고,물질을하느님의뜻에따라사용하지않는부자들이있는한,이세상에서가난은사라지지않을것입니다.
–마더테레사의"즐거운마음"(오늘의책)중에서
18년동안말레이시아와인도네시아정글속사람들과의만남과인연을통해우리부부는우리가그들에게준것보다수백배,수천배는더많은사랑과감동을받고있습니다.
우리가그들에게준것은평생을농사지으며배운것,즉땅을일구고씨앗을뿌리고밭을일구는방법,배아프고머리아플때쑥뜸과부황뜨는방법,그리고우리의여행배낭속에담긴볼펜몇지루와손톱깎이세트,몇천원하는연고,두통약몇알이전부입니다.그나마몇년전부터원주민아이들을한국에데려와병을치료해주고있지만그역시그아이들이우리부부에게주는감동과사랑에비하면너무나보잘것없는것입니다.
아내와나는그동안살아오면서배운경험의작은부분들을선심쓰듯나누지만그들은우리부부에게세상에서가장순수한마음과친절,그리고작은것에진심으로감사하고감동하는마음을보여줍니다.우리부부는그들과어우러지며그들과더불어사랑과우정을나누면서겸손을배우고눈덩이처럼커져가는감동을느낍니다.
지금도정글속어딘가에서마약에찌들어희망도꿈도시간의흐름도잃어버린젊은엄마와청년들이있습니다.우리부부는그들에게오늘다음에는내일이있고,어두운밤이지나면밝은아침이찾아온다는사질을알려주고싶습니다.
농약이좋은줄만알고자랑스레마구마구뿌려대는정글속원주민들에게환경친화적인자연농법을알려주고싶습니다.그들이미처실감하지못하는자연의소중함을일깨워주고싶습니다.
캐서린,움빙,마르리따,페르디난등고통받는아이들에게뭔가해줄수있었다는것만으로도아니앞으로도또다른아이들에게도그런기회를줄수있다는사실만으로도우리부부는행복합니다.
우리는흔히늙어간다는것을초라하게생각합니다.늙어가는것은소외되는것이고,능력을상실하는것이고,사람들로부터회피당하는것이라고생각합니다.감동도,자극도,사랑도,기쁨도,희망도,행복도늙어가는삶에는무의미하다고생각합니다.그러나그것은모두사실이아닙니다.우리부부는70이넘는나이에도여전히가슴이설레고,여전히눈물이날만큼감동스러운느낌으로가득합니다.이모두가가난하고병들었지만,순박하기그지없는그들과의만남때문입니다.
마치어린아이가세상을하나하나배우듯우리는지금도사람을배우고,세상을배우고,사랑으로살아가는방법들을배웁니다.그리고그배움이얼마나소중한지순간순간느끼고있습니다.18년동안,그리고앞으로19년,20년,21년……..우리의뭄과정신이온전히제몫을다할때까지오정면,문달님은하느님께서내려주신이사역을멈추지않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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