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한국의 자화상입니다’

세월호는한국의자화상입니다

세월호참사가한국을뒤흔들고있습니다.그많은어린넋들이꽃을피우기도전에어른들의잘못으로바다에묻히는것에가슴이미어집니다.선장과선원들이먼저빠져나오지않고제대로대처만했어도구할수있었기에더욱더고통스럽습니다.그리고관료시스템이효율적으로움직이고관계자들이제대로훈련이되었으면정부가이렇게허둥대질않았을것이기에고통은무력감으로변합니다.

그러나참사뒤여기에대처하고반응하는정부와국민들의모습을보면서세월호의본질적인문제점이선장이나선원,선주에게만있지않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세월호는한국사회의총체적부조리와문제점을함축하고있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마지막선객이구조될때까지배를지켜야하는명예와책임을팽개친선장이나,선객들을남겨두고도망쳐나온선원들은큰벌을받아야하지만,온국민들의격한소리가어쩐지공허하게들립니다.손가락질하는한국인들의욕설이과격해지고,유가족들의분노가격앙될수록,참사를정치적으로계산하는정치꾼들의꼼수가두드러질수록,그리고이것을확대재생산하는언론의북소리가커질수록이러한느낌은깊어집니다.여기에모두한국의자화상이있기때문입니다.

세월호참사는독립된사건,우연한참사가아니라한국사회어디서나있을수있는,누구에게나해당될수있습니다.세월호는한국인의정신과의식문화가반영된한국의식문화의자화상입니다.선장선원이도망쳐나온것을거품물고욕하지만,한국사회에는선장선원과비슷한사람들이부지기수일것입니다.다수국민들의잠재의식속에선장과선원들이있을겁니다.선장선원이어쩌다돌출한별종의사람들이아니라,한국사회를지배하고있는의식문화의산물일것입니다.

미국군대에갔다온어느한인젊은이의이야기입니다.미국교관이신병들을훈련시키면서"빨리!빨리!"라고계속고함을쳤다고합니다.미국에서태어난이젊은이는자기귀를의심할정도로놀랐습니다.미국군대에서미국인신병을교육시키는미국교관이"Hurry!Hurry"대신에"빨리!빨리!"라고외쳤으니말입니다.미국젊은이들은빨리,빨리가무슨뜻인지도모르지만몸을빨리움직여야한다는것을본능적으로알아차렸다고합니다.

이미국교관이어떻게"빨리,빨리"를소리치게됐는지모르지만,모르기는몰라도이교관은주한미군출신일것입니다.한국에있으면서한국의성급한문화,빨리빨리문화를목격했을것같습니다.이런사례는코리안아메리칸직장에서일한타인종에게도많습니다.미국의한인세탁소나식당에서일한히스패닉들은제가코리안줄알면,많은경우"빨리빨리"라고말하면서한국어실력을자랑합니다.

한국인의식속에는절제하는브레이크보다는속도를내는엑셀레이터가지배적입니다.빨리빨리성공해야하고,빨리돈벌어야하는조급함과각박함이본능처럼흐르고있습니다.빨리빨리문화는한국이선진국으로부상하는데원동력이되었지만,균형과절제력을잃으면서한국을침식시키는부식제가되고있습니다.

50세가되면은퇴를걱정해야하고,치열한경쟁사회에서살아남아야하고,돈과권력의줄이있어야사람대접을받는사회에서,너그럽고여유있는인간의삶이급속도로사라지고있습니다.자기보다못한친구를왕따시키고폭력까지행사하는학생들이늘어가고,스승이제자를꾸짖을수없는교육으로전락하고,속이고모함하는일이일상에자리잡고,부모도재산이없으면푸대접받는일이다반사로일어나는사회에서품위있는삶과인격을유지하기가점점힘들어지고있습니다.의견이다르면집단적으로언어폭력을하고,자기주장을위해상대를인격살인을하는집단떼문화,억지떼문화의광기사회에서합리성과균형감각이설자리가없습니다.다른사람을밟고누르고라도올라서지않으면내가도태되는사회풍조에서,나라에충성하고,인간과사회에헌신하고,시대적사명에열정을바쳐야한다는가르침은빛바랜깃발이되고있습니다.

이런의식문화와가치관에서아름다운인성이형성되고,나를희생해서남을구하는숭고한인간정신이자라기힘듭니다.교육이인간을길러내는것이아니라지식로버트를생산하는입시위주의기능주의가되는풍조에서세월호선장과선원이대량생산될수밖에없습니다.

화물을너무적재한것만제대로점검했더라도참사를막을수있었을것이라고지적하지만,법과규정을안지키는것이어디세월호뿐이겠습니까.왜해양마피아를척결하지못했고,왜외화를빼돌린선주를그냥두었고,왜공무원들이우왕좌왕무능하고,왜재해예방안전훈련을하지않았느냐고질타하지만,이것이어디세월호에만있습니까.한국사회곳곳에부정부패가켭켭이쌓이고,무사안일,적당주의,형식주의가적폐된사회에서또다른세월호가시한폭탄처럼기다리고있습니다.

미국의오바마대통령이한국을방문했을때박근혜대통령이파란색옷을입었다고시비를거는시민이나,교육부장관이사고현장에서컵라면먹는것을문제삼은기자수준이나,"계란도넣지않았는데"하고대답한청와대대변인의논평을인터넷신문1면톱으로선동하는명색이주류언론의수준또한한국의자화상입니다.이성과합리성이실종되고감정과억지가범람하고있습니다.문제의본질을벗어나지엽적시비를것또한한국의식의모습입니다.

발등의불을꺼야하는다급한시간에총리장관에게사퇴하라고요구하는사람들의한심함은말할것도없고,그렇다고사표를내는것또한딱하고무책임합니다.더욱이이번사건에책임을지고대통령이물러가라고하는사람까지있습니다.비극을정치적으로이용하고,패를갈라반대자는무조건미워하고,무슨일만생기만사사건건증폭시키는사회는정상적인판단력을잃어갑니다.

유가족도예외가아닙니다.험난한물길을헤치고목숨걸고구조작업을하는사람들을향해,왜빨리결과를못가져오느냐고절규했습니다.가족들의피마르는심정을이해는하지만이모습또한조급한의식의반영입니다.가슴을도려내는것같은슬픔을참고자식의죽음앞에전율할정도로절제하는모습을대할때죽음은더욱숭고해지고감동은깊어집니다.

현장에간총리에게물을끼얹고,대통령에게소리지르고,대통령조화를치우고,구조작업이느리다고청와대로행진하자고외치는모습은격이떨어집니다.유가족이라고해서무례해질권리는없습니다.유가족들은참변의당사자들이기때문에감정을절제하지않아도괜찮고,잘못된행동을비판할수없다는분위기는잘못된것입니다.돌팔매질을당할잘못했으면무자비하게몰매를맞고,돌을던질수있는입장에있을때는무절제하게감정표출을하는것또한고쳐야할한국인의모습입니다.

세월호참사를애도하는추모의물결이한국을뒤덮고있습니다.슬픔의눈물이진정함이되고,애통하게가버린젊은영혼들을진정으로기리는길은한국인의식이달라지는것입니다.달라지는첫걸음은자기성찰입니다.남의탓으로비난하고손가락질하는것을멈추고,격한목소리를낮추고각자가겸허한성찰의자리로돌아가야합니다.곳곳에서부정적인방향으로질주하는빨리빨리문화에제동을걸어야합니다.

무능한수습과더딘구조를비난하기에앞서,선장선원들에게돌을던지기에앞서,나는여기서자유스러울수있는지를생각해야합니다.나는세월호선장이나선원이되지않을수있는지정직하게성찰해야합니다.국가위기가도래했을때생명을걸고지키려는헌신과애국심이있는지를스스로에게물어야합니다.나라의품격과정부수준은국민의식의실상입니다.

참사재발을막기위해안전교육을강화하고,재해예방훈련을하고,정부시스템을효율화시키고,정부기구의부조리를제거할것을강조하지만그것만으로는어림도없습니다.가장본질적인변화는국민의식이달라져야합니다.위로부터만이아니라아래로부터의식개혁운동이일어나고,정부수술과국가개조가실현되고,국민의식문화에혁명적변화가오지않으면더큰세월호,대한민국호의침몰까지발생할수있습니다.

뼈를깎는성찰의채찍으로스스로를개혁하고,한국사회에혁명적의식변화의강물이오늘의부조리를씻어내지않으면오늘의애도눈물은일시적감정배설로끝나고형식문화에함몰되어세월의강물에흘러갈것입니다.세월은슬픔과아픔을치유하는약이지만,과거를기억하고행동하지않을때세월은슬픔과아픔을되풀이하는독이됩니다."빨리!빨리!"는빨리오지만빨리달아납니다.빨리빨리에는모래성의비극이있습니다.

<재미(在美)언론인이자인터넷신문뉴데일리의칼럼니스트인조광동(69·사진)씨의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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