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개인적으로이주영해양수산부장관을전혀모른다.그래서이글을쓸수있다.분위기에맞지않는것도안다.그래도지금해수부문제에서이장관이상은없다고믿는다.그가지식이많아서가아니다.그의뼛속까지파고들었을절절함때문이다.세월호사건이후고난의40여일이그를그렇게만들었다.
사고초기에실종자가족들이절규할대상은이장관밖에없었다."실종자명단도모르느냐""최선을다한다더니거짓말말라"는분노가쏟아졌다.멱살을잡히고물세례도받았다.화장실에도못간채감금아닌감금도당했다.실종자가족들은이장관면전에서대통령에게"여기있는해수부장관을어떻게할거냐"고물었다.당장쫓아내라는요구였다.
그런데언제부터인지실종자가족들이이장관에게지르던고성이사라졌다.가족들이"너때문에우리애가죽었다"고소리치면이장관은"예,제잘못입니다.죄송합니다"하면서고개를숙였다.가족들을돕는목사한분은"분노를온몸으로받으면서도곁을떠나지않으니까가족들도조금씩마음을열게된것같다"고했다.사실이장관은세월호사건의직접책임자라고할수도없다.그는사고때장관이된지두달도안됐다.
사고이후단한번도현장을떠나지않은채간이침대에서자고김밥을먹으면서가족들의절규와현장의혼란·혼선을온몸으로겪은사람이이장관말고누가있을까.그만큼해양정책의문제를절감하고자책하고고민하고고뇌한사람이누가있을까.
헬스장에서키운근육과중노동으로만들어진근육은근본적으로다르다.지금우리사회는장관한사람이세상의절망·절박·고통·혼란이다모인현장에서느끼고배우고깨달은것을전부허공으로날려버리려하고있다.그의책임이뭔지따지지도않는다.그냥보기싫으니다나가라는것이다.이장관이머리만이아니라가슴으로도체득한것은국가의재산이다.누구도이것의소중함을모른다.
이장관이또바뀌면해수부장관은17년여만에20명째가된다.세월호사고는이비정상적장관교체가한원인이라고확신한다.세월호의위험요소는한국선급과해운조합이막아야했다.두단체는해수부관할이지만,역대해수부장관중에이들의문제점을파악했던사람은거의없었을것이다.’1년장관‘이산하기관도아닌주변작은단체에신경쓸겨를이있었다면그게놀라운일이다.
해수부직원들은이번장관때밉보여도금방올다음장관때잘보이면된다.부처에기강이제대로설수없다.이런곳에서누가한국선급이나해운조합에있는전직선배들에게싫은소리하면서규정을따지고현장확인까지하겠는가.1년짜리뜨내기장관보다평생같이살아갈직장선배,동료,부하가더무섭고중요한데왜그러겠는가.
기업체사장이해수부장관처럼바뀌었다면그기업은벌써망했을것이다.그기업이망하지않고남아있다면반드시직원들이연루된대규모사고가터질것이다.세월호사건이바로그런사고다.
중국학자가한국학자에게물었다고한다."한국은왜그렇게장관을바꾸느냐?도저히이해할수없다"는것이었다.한국학자는"우리는1년에한번정도그걸로온국민이화를푼다"고답했다고한다.농담만은아니다.큰일이있을때사람들의화풀이대상이돼단체로쫓겨나는것,어쩌면그것이한국장관의중요한임무중하나일지모른다.
장관개인이직접연루된것이아닌사건·사고로장관이교체되는것은지극히한국적인현상이다.미국CIA는이스라엘정보기관으로부터상당히구체적인정보를통보받고도9·11테러를막지못했다.그래서4000명가까이희생됐다.그래도CIA국장을3년이나더일하게했다.바꾸는것보다그경험을살리는것이국익에더도움이됐기때문이다.미국만이아니다.선진국이다이렇게한다.한국이라면상상도못할일이다.
우리도이제는달라졌으면한다.개각으로나아지는게있다면지금쯤우리는세계최고선진국이돼있어야한다.습관성개각은총리·장관후보자들의스캔들과낙마만양산하고있다.
세월호현장에서이장관은뒷모습만봐도안다고한다.늘같은검은점퍼에하얗게바랜머리카락이면이장관이다.그는오늘도수염도깎지않고대책회의를하고,실종자가족에게브리핑할것이다.실종자가족들은"장관님이가면실종자가나오니바지선에좀가달라"는부탁도한다.
지금그에게장관을더하라고하면손을저을것같다.그래도강제로라도더일하게해야한다.그가이사태를겪으며얻게된모든것을마지막한방울까지다짜내게해야한다.지금우리가이장관을유임시킨다면역사에없던결단이다.우리사회는그날이전과이후가같지않을것이라고믿는다.최소한해수부는진실로무언가달라질것이다.
<조선일보양상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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