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자유와국민의안볼권리
광주비엔날레20주년잔치에재를뿌릴뻔했던‘홍성담걸개그림사태‘는작가홍씨가문제의작품‘세월오월‘전시를자진철회함으로써일단재봉질은된듯하다.’세월오월‘은광주비엔날레특별전을대표하는작품으로전시장바깥벽에나붙을뻔했다.그러나그림에서박근혜대통령을박정희전대통령과김기춘비서실장의조종을받는허수아비로묘사한부분이문제가돼전시가유보됐었다.
홍씨는작품철회의사를밝히며"인권과문화의도시광주는이번사건으로껍데기만남았다"며"나는이미죽어버린광주에서나의작품을일절전시하지않을것"이라고했다.광주를"내지친몸과마음을의지했던생물학적·정치적·사회적·예술적고향"이라고한홍씨로선이런고향에자기작품이걸리지못하는현실이견디기힘들었을지도모른다.그러나광주는죽지도않았고,껍데기만남지도않았다.
홍씨가‘세월오월‘을서울인사동어느화랑에서제돈들여전시하거나자기집에걸었으면별문제안됐을것이다.지금은대통령을조롱하고모욕하는것이이웃집흉보는것보다쉬운시대다.홍씨는대통령허수아비가문제되자대통령얼굴을지우고닭을대신그려넣었다.그‘닭‘이뜻하는바가무엇인지알사람은다안다.그런점에서‘세월오월‘을둘러싼사태의본질은‘표현의자유‘문제가아니다.
홍씨는이번사태로잃은게없어보인다.그는그저께뉴욕타임스인터뷰에서세월호사건을"국가가벌인대량학살"이라고했다.또"이같은폭력이빚어진것은무능한대통령이있었기때문이란것을기록하기위해‘세월오월‘을그렸다"고했다.사람들이그의주장에동의하든안하든,작품을통해홍씨가하고싶었던얘기는이작품이논란되지않았을때보다훨씬많은사람에게전달됐을것이다.게다가그는행정당국의부당한간섭으로표현의자유를빼앗긴예술가로또한번주목을받았다.
작가에게표현의자유가있다면국민이나관객에겐보고싶지않은작품을안볼권리도있다.이번처럼압도적인공적(公的)예산지원을받아가며공공미술관에서열리는전시의경우엔더욱그렇다.
19세기프랑스화가도미에는역사상위대한풍자화가로꼽힌다.’풍자‘를뜻하는프랑스어사르카즘(Sarcasme)은적의살가죽을벗겨낸다는그리스어에서유래했다고한다.그러나도미에의대표작‘삼등열차‘에선이런살의(殺意)가느껴지지않는다.고된하루노동을마치고삶의희망을잃은듯한표정으로집에돌아가는승객들을바라보는도미에의시선은따뜻하다.이런따뜻함이권력자나부조리한세계에대한어떤분노보다더아프게와닿는다.피카소의‘게르니카‘가전쟁과인간의야만성을고발한대표작으로꼽히는것은히틀러나스페인의프랑코정권을비판하는그의목소리가거칠어서가아니다.
모든예술가가그려내는게다예술일수는없다.작가가증오와적의(敵意)를날것으로쏟아낸작품은보는이의마음을움직일수없다.39개국작가115명이참여하는광주비엔날레본전시가5일시작된다.앞서가는작품들을보며시대의풍향(風向)을읽으려고광주행KTX를타는사람이많을것이다.
2014년9월2일자조선일보A35면김태익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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