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가 생각난 날.

yam200

어제는 체감온도(體感溫度)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배운 날이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배우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을 것이다.

몇 일 전에는 영하 10도에도 괜찮았었는데 영하 8도에 바람이 시속 25마일로 불어대니 히터를 아무리 올려도 속수무책이었다.

때때로 돌풍이 몰아치면 집이 날라갈 것처럼 소리도 요란했었다. 이러다가 영화 wizard of oz 처럼 집이 통째로 날라가서 어느 마법의 성에 내려 놓지나 않을지 그것도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했다.

난로 앞에서 책을 읽다가 난로에 고구마를 구어서 동치미랑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고구마엔 동치미가 제격인데 아쉽게도 둘 다 없다. 고구마야 가까운 수퍼에 가면 있지만 동치미를 사려면 차로 한 시간 걸리는 한인 마트엘 가야 한다. 입덧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만한 수고까지 할 생각이 없어서 고구마 대신 감자를 구워서 버터를 발라서 먹었다.

“아는 것이 많으니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 아는 척 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지만 사실은 옳은 말이다. 먹어 봤어야 나중에 그걸 찾게 된다.

감자를 난로 위에 놓고 좀 있으니 냄새가 구수하다. 냄새로 음식을 취하는 것을 흠향(歆饗)이라고 한다. 조상님들이 제사상에 차란 음식을 드시는 방법이란다. 추운 날씨 덕분에 조상 흉내도 내 본 셈이다. 원래 구워서 먹는 감자가 따로 있지만 그런대로 맛이 괜찮다.

입덧은 임신부만 하는 게 아니라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 이유는 몸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전에 먹었든 음식을 기억하여 요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처방은 그 음식을 먹어 줘야 한다.

갑자기 무엇이 먹고 싶을 땐 그 음식을 집에서 하기가 번거롭다면 미루지 말고 나가서 외식으로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옛날 육식이 흔치 않았을 때엔 할머니들의 속병은 대부분 소고기국으로 가라 앉혔었다.

이유없이 속이 메슥거린다는 환자에게 소고기를 한번 먹어 보라고 했더니 전혀 기대를 안하고 먹었는데 그게 없어졌다고 한다. 사실 나도 별 기대를 갖지 말고 한끼 때우는 셈치고 먹어 보라고 한 말이었다. 소고기의 어느 약효에 의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대부분 환자들은 병도 우아하고 고상하게 고치려고 한다. 대학병원에 가서 전문의인 교수님의 특진을 받아야 병이 낫는 줄 안다. 돈이 많다면 그런 방법도 좋겠지만 대부분 성인병은 병원치료에서 별 효과를 얻지 못한다. 양방은 대증요법(對症療法)이기 때문에 그렇다.

위에 염증도 없는데 메슥거린다면 그 증상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약을 주니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 세상사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듯이 우리 몸도 그렇다. 병원 검사에서 다 정상으로 나왔다면 옛날 노인들의 처방을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꿩 잡는 게 매라는데 그 꿩만 잡으면 되지 않겠는가?

cane0913@hanmail.net   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