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목단’은 벌써 지고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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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목단’은 벌써 지고 없는데,

나는 조영남의 노래를 좋아한다. 장사익이나 조용필처럼 감정이입(感情移入)을 과장되게 연출하지 않아서 듣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의 노래 중 ‘모란동백’을 최고로 친다.

그가 어느 콘서트에서 ‘화투를 좋아하다가 쫄딱 망했다’고 했단다. ‘조영남의 대작’이라는 가사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대작(大作)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대작(代作)이라는 말이었다.

화가가 조수를 쓸 수도 있겠지만 그의 변명처럼 ‘자신의 원본을 사진 찍어서 보내며 이렇게 그려라’하였으니 내 작품이라 한다면 그건 수 많은 화가들을 모욕하는 말이다. 그림이나 서예, 조각 등등에서 위작(僞作) 논란이 일어 나는 것은 그 작품 속에 작가의 혼이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흔히 예술(藝術)을 서양의 Art에 대한 정의를 이용하여 설명을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이유는 한자를 풀면 그 속에 해석이 따라 오기 때문이다. 한자 예(藝)나 술(術)은 둘 다 재주를 의미한다.

학(學)은 이론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술(術)은 반드시 실존적(實存的)이라야 한다. 그래서 의학(醫學)에서 임상(臨床)이 없으면 의술(醫術)이 될 수 없고, 반대로 병을 치료 했으나 이론적 설명을 할 수 없는 경우엔 의술(醫術)일 뿐 의학(醫學)이라 말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바느질이나 수 놓는 것을 ‘한 땀, 한 땀’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 만큼 단숨에 머리에 각인되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그게 우리말의 위대함이다.

작가의 한 땀 한 땀이 배어 있는 작품에 의해서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게 내 해석이다.

신(神)은 한 사람에게 열 가지 재주를 주지는 않는다. 미국 벤자민 프랭크린은 발명가이며 정치가, 저술가였으나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옛날의 예술가들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곤궁 하였었다. 그 재주를 돈으로 바꾸는 재주가 없었던 탓이다.

화가나 작곡가의 작품은 사후(死後)에 장사꾼들에 의하여 값이 폭등하였다. 돈 버는 재주가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든다면 클라식 음악의 경우 작품번호 옆에 그 음악의 분위기에 걸 맞는 ‘월광’이나 ‘운명’처럼 부제를 달아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애를 할 때는 누구나 다 시인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실연을 당했을 때가 시인이 될 확률이 더 많다. 시궁이후공론(詩窮而後工論)이라는 말이 있다. 시인은 곤궁할 때 좋은 시가 나온다는 말이다. 시인들은 이 말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옥죄어 오는 고뇌는 좋은 환경 속에서의 인위적인 고뇌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조씨의 그림을 산 사람들은 예술적인 감각이전에 유명인의 그림이니 후에 돈이 될 듯싶어서 산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대작을 해 준 사람을 찾아 가서 화투를 이용하여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 두 그림을 나란히 걸어 놓고,
“이쪽은 조영남의 1억짜리 그림, 이 쪽은 대작화가의 4억짜리 그림”

나이 60이면 그 나름대로의 화풍이 분명히 정립되어 있을 것이다. 그가 무명화가라 하지만 돈 버는 재주가 없을 뿐이지 그림까지 못 그리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돈이 인간의 품위를 정하는 잣대가 되는 세상이라서 그게 나를 슬프게 한다. 5/30/16

‘육목단’은 벌써 지고 없는데,”에 대한 10개의 생각

    1. 김진우 글쓴이

      Thanks for visiting my blog 소석정 and your comments.
      I think you are so lucky because you are living in cooler state than Georgia.
      Today’s temp is 94 degree in Canton Georgia.
      All ways stay in healthy, Please!

  1. 미미김

    ?. LOL!!! 저는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줄 알았습니다. 제가 화토에 관해서는 무식으로 한가닥 합니다. 수학보다 더 어려운 고수돕, 저에겐 그야말로 높고도 높은 고 입니다.
    Sedona, 좋은 곳이지요. 매년 갑니다만 산천(기) 은 그대로인데 주위는 상업적으로 변해 가는게 안타까운 마음 이지요. 기왕지사 가신다면 2시간 반 더 올라가셔서 꼭 Grand Canyon 도 가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30년 전에 처음 그곳에 갔을때 느낌은 지금도 식지않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걸작 중에 걸작! 감히 표현을 한다는게 송구 했습니다… 감탄에 가슴이 터질것 같았지요.
    사설이 길어졌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오늘도 편안한 저녁으로 마감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1. 김진우 글쓴이

      Sedona에 가면 나침판이 제 멋대로 돌아가는 데가 있답니다.
      그게 궁금한거죠. ㅎㅎ

      Grand Canyon도 가보고 싶습니다.
      동부는 다 돌아 봤는데 서부는 아직입니다.
      Motor Home을 장만하면 코스를 정하여 태평양 연안을 포함하여 훑어 보려고 합니다.

      늘 건강 하세요.

  2. 미미김

    ?선생님, 윗글의 제목 ‘육목단’ 은 … 에서 육목단 뜻을 모릅니다. 바쁘신 중에 실려가 되겠읍니다만 여쭙고 알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1. 김진우 글쓴이

      미미님은 신세대인 것 같습니다.
      일솔, 이매, 삼사구라, 사싸리, 오난초, 육목단… ㅎㅎ
      화투장 이야기이지요.

      모란을 목단이라고도 하니
      노래가사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에서 따온 것입니다.

      사실 저도 민화투밖에는 모릅니다.
      한국에서 흔한 고스톱을 어떻게 치는지를 모릅니다.

      아리조나에는 언제 기회가 되면 Sedona에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그곳이 미국에서 기(氣)가 제일 쎈 곳이라고 해서
      가서 기를 좀 받고 오려고 합니다.

      늘 건강 하세요.

  3. 미미김

    ?실은, 저도 그 기사보고 마음 아프고 화가 났던참 이였습니다. 어디에서 뺨맞고 어디가서 화낸게 되버렸읍니다. 죄송합니다. 그곳 못지않게 여름인 이곳은 ?Glendale, AZ. 입니다.

  4. 미미김

    ?제 경험으론 절데로 돈이 그 사람의 품위를 정해주진 못합니다. 돈은 순간에 알아볼수있으나 한 사람의 품위는 시간을 두고 알아지는 것이라서 … 그러니 위의 대작문제로는 슬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외람된 댓글이 아니기를… 유익한 글 공감하는바 또 배우는바 많습니다. 오늘도 좋은저녁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 김진우 글쓴이

      미미님, 안녕 하세요?
      제가 화가 나고 슬픈 이유는
      조영남씨가 화가에게 지불했다는 10만원 때문입니다.

      대작이 옳고 그른 것은 제가 그 분야에 잘 모르기 때문에
      그걸 따질 계제는 아닙니다.

      다만 원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이 생명인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돈을 받고 대작을 하였겠나 하는
      compassion에서 입니다.

      어느 분이 올린 글을 보니 노래도 다른 분의 노래라고 합니다.
      그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은퇴의 노래’라고 해서
      당연히 조씨의 노래로 생각했었습니다.

      이곳은 한 여름입니다.
      미미님은 어디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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