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글목록: 여생

달 밝은 고요한 밤에는 무엇을 생각 하시나요?

moonlight-600x342

달 밝은 고요한 밤에는 무엇을 생각 하시나요?

잠 자리에 들려고 침실에 들어가 불을 끄니 휘영청 밝은 달빛이 나를 밖으로 불러 낸다.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전기 불빛과는 함께하지 않는 그 달빛의 도도함을 멋지게 표현 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아쉽다.

그간 흐린 날씨 탓에 오랜만에 보는 달빛이다. 오늘이 보름인 것 같다. 황진이가 그리던 소세양에게 보냈다는 시‘달 밝은 고요한 밤에는 무엇을 생각 하시나요? (蕭寥月夜 思何事)’가 생각난다.

달빛은 사람의 마음을 멜랑꼬리하게 만드는 묘한 것이 있다. 심월상조(心月相照)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 난 것인지도 모른다.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남녀가 달을 보면서 서로의 마음을 비춘다는 것이니 그 보다 더 멋진 시어(詩語)도 없을 것 같다.

대 문호(大文豪) 쉐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서도 늘 등장했던 게 사랑과 권력과 죽음이었고, 그의 4대 희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슬픔이나 즐거움에도 그 셋은 여전히 개입되었던 셈이다.

권력은 원래 뻔뻔해야 그걸 잡을 수 있으니 나처럼 뱃짱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거리가 있고, 죽음 역시 재천명(在天命)이라 했으니 각자의 life span이 다하는 날 언젠가는 떠나게 되어 있다.

그 셋 중에서 남은 건 사랑이다. 신문에서 은퇴한 60대 부부가 60일간 차로 전국을 일주한 기사를 읽었다. 도전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고 부부 둘 다 자기 취향에 맞는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고 한다.

그럴 듯한 외국이 아니라 그들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 간 그곳을 여행하면서 자신을 다시 찾아 보았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었다.

노년에는 여생(餘生)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남은 인생, 사실 그게 지나간 인생보다 더 중요한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그걸 더 멋지게 설계하고 실천하기란 말처럼 단순한 건 아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효도계약이라는 것을 읽으며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 물론 평범한 일이 아니니 기사가 되었겠지만 거기엔 변호사들의 선동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가 부모에게 효도를 했었다면 내 자식들 역시 효자가 되겠고, 아니면 그 반대가 되니 그게 내 DNA가 그런 것이다. 때문에 자식들의 효/불효에 대해서는 누구를 탓할 바가 아니다.

부모란 게 뭔가? 우선은 자식들보다 인생의 경륜이 더 많다는 사실적인 게 있다. 다행히 재력이 있다면 자식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밀어 주어서 빨리 일어 날 수만 있다면 밀어 줘야 한다. 거기에 무슨 계약서가 필요한가?

시은(施恩)이어든 물구보(勿求報)하고 여인(與人)이어든 물추회(勿追悔)하라
은혜를 베풀었거든 그 보답을 바라지 말고, 남에게 주었거든 후회하지 말라.
명심보감에 있는 말이다. 남에게도 그럴진대 하물며 자식에게야..

그러나 다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달 빛이 깨우쳐 주니 이래서 철이 드는 게 아닌지 그 섭리를 다시 한번 가슴에 간직한다. 8/17/16


세개의 보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