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城에서의 가슴 답답한 하루

기상예보대로라면진눈개비로아침출근길이어수선했어야맞다.
06시30분,여명의경복궁은아주간간히눈비가흩날린뿐이다.
뭐전혀엉뚱치는않았지만기상예보란게늘이모양이다.

고려박물관내남자판매원.여성판매원의호기심어린눈빛이…

경복궁주차장엔8대의대형버스가줄지어서있고이른새벽부터사람들로부산하다.
버스엔"M기업개성공장준공식"이란플랭카드가나붙어있다.
모여드는이들은개성공단시범단지입주업체인M사준공식에초대받은손님들이다.
나또한이회사초대로두번째개성행을위해새벽잠설쳐가며이곳까지왔다.
첫개성방문은지난6월,1박2일일정으로제한된공단건설현장만둘러본적이있다.

버스안지정좌석엔행사일정과함께개성시내일정을적은안내지가준비되어있다.
서울광화문에서개성시내까지는약70km거리라당일일정으로도충분하다.
개업식참석후개성시내로이동한다음오찬을한뒤선죽교를비롯해몇몇군데를돌아보는일정이다.
개성시내는시범관광이란이름하에지난8월어느날,몇몇분들이공식적으로다녀온바도있으나
지금은다시변덕이죽끓듯하는북측사정으로제자리서맴돈다.
그외공단건설관계로현지에상주하는인원들이제한적으로외출하기도하는곳이다.

07시30분,경복궁동문주차장을벗어난버스행렬이자유로를접어들때쯤창밖은스산한겨울비가내리고있었다.
동승한M사직원은걱정이태산이다.작심하고준비한행사인데…그것도야외에서진행되는행사인데…하며
연신하늘만올려다본다.

성균관내응달진곳엔눈이그대로.

09시00분,일행은도라산남측출입사무소에닿아간단한입북수속을마친뒤다시차에올랐다.
경의선육로를달려군사분계선을넘을때,창밖엔어느틈엔가비가눈으로바뀌었다.
마치얇고흰부직포를포도위에깔아놓은듯금새도로는하얗게덧칠되어지고있다.
예의M사직원은瑞雪이라며조금전수심가득하던얼굴빛은온데간데없다.
서울의첫눈은며칠전새벽에온것으로기록되었다하나그누구도인정하려들지않는다.
특히연인들일수록애써외면한다나.아직첫눈은오지않았다고…
그렇다면나는12월1일09시20분쯤DMZ을넘으며첫눈은만난셈인데,
어찌하여첫눈을맞닥뜨린곳이하필이면북을넘으면서라니…기분또한요상스럽다.

개성공단내M사에들어서자우려했던비는커녕눈발조차도싹걷히고하늘은파란빛을드러냈다.
쌀쌀한날씨를생각해의자마다방석과1회용손난로까지꼼꼼하게도챙겨놓았다.
모든행사가그러하듯기념사에이어각계각층의축사가길어늘어진다.
진행담당직원들의표정은연신노심초사하는모습이다.
지리한줄줄이축사를끝으로현지인근로자들이일하는모습을둘러보기위해

우르르옷을만드는작업현장으로몰려갔다.
생산현장을가득메운인력들은어깨에개인식별명찰을달고봉제라인에앉아고사리손을바삐움직인다.

개성공단내M기업의류생산현장

월급은우리돈6만원에조금못미치는수준이다.
단순비교로만볼때경쟁력면에서여러해외생산기지중그어느곳보다도뛰어나다.
말통하지,제품이송거리가깝지,인건비싸지…등등
그러나단순비교만으로모든걸판단하면큰코다친다.
우선복잡하고도특수한남북관계는차치하고라도골치아픈변수는산더미다.
숙련자와비숙련자에대한임금의차이가없다.다시말해잘하든못하든머리수대로월급이계산된다.
백번양보해거기까지도좋다.그월급이라도일한당사자에게직접건네줄수있어야하는데그렇질못하다.
듣기로는현지인의총월급을담당부서에서일괄하여챙긴뒤5달러만당사자에게지급된다고도한다.
사정이이러하니어찌앞으로높은생산성을기대할수있겠는가?
이부분은아직까지도양측이협상중이라고는하나북측의현실상쉽지않은문제다.

개성공단에서개성시내로가는길옆풍경

12시00분에오찬이마련되어있는개성시내자남산려관으로서둘러이동했다.
시내로이동하면서차창밖으로비친주민들의남루한모습에애처로움을넘어서분노가치밀어오른다.
그들모습이특별히새삼스러울것은없지만단편적이나마직접두눈으로똑똑히목격한실상은

말그대로유구무언이다.
숨이탁탁막힐것같이착가라앉은잿빛도시,거기엔놀랍게도5~60년대풍경을재현해놓은

드라마세트장이들어앉아있을뿐이다.
공동우물에서두레박으로물을길러올리고,개울가엔찬물에맨손으로빨래하는아낙네들,
땟국물이줄줄흐르는어린아이들이삼삼오오담벼락에기대어호기심어린눈빛으로응시하고,
노동복차림으로길을걷는사람들은휘적휘적기운이없어보인다.
탄창이삽입된총을맨군인들이열댓명씩무리지어시내보도를활보하는모습도심심찮게눈에들어온다.
도로위를달리는차라곤오직우리일행을실은버스뿐이다.
오가는자전거와나다니는몇몇사람들만그자리에멈춰서면말그대로정지된도시,유령의도시이다.

동행한외교부,통일부고위관리라는분들의눈에는저런모습이어떻게각인되었을까?

성균관

선죽교

불과몇시간전,대한민국을부정하고자유민주주의체제를전복하려한간첩과빨치산출신자가미화되는

세상에서아침식사를했다.

그리고곧바로군사분계선을넘어그들이오매불망노래하는지상낙원이라곳으로와점심상을받았다.
반주로머루주와소주도곁들였다.술기운이오장육부를스친다.머리속이무척혼돈스럽다.
상다리가휠정도로거나한점심상을대하면서,언뜻언뜻남루한실상들이오버랩되어가슴은더욱콱막혀온다.

달러를받아쥐고흐뭇해하는…

그리고멍한상태로마치수학여행온학생들처럼메가폰을든안내원의발길을쫓아따라다니며막힘없이

잘훈련된유적지설명에귀기울인다.선죽교,고려박물관,그리고성균관까지…
유적지마다펼쳐놓은임시판매대엔곱상한여성판매원들이제법호객에이력이붙은듯열성적이다.
글쎄,이들에게는판매수당이있을까?달러를받아쥔한판매원은흐뭇한미소로돈을센다.

잘훈련된유적지안내원

11 Comments

  1. 은하수

    2005년 12월 2일 at 5:48 오후

    드디어육로로개성을다녀오셨군요.
    자세한일정을읽으니제가개성에다녀온기분이들었습니다.
    근로자들에게지급되는임금이중간에서또한손을거치게된다니
    그들이받는돈은과연얼마일지요?
    가깝고도먼곳,어찌보면먼미국보다더멀어보이는북한땅입니다.
       

  2. 느티나무

    2005년 12월 2일 at 6:27 오후

    사진으로보는북한의여러곳들…특히선죽교…
    그리고우리와같은동포들의모습들..
    괜시리가슴이뭉클하여집니다.

    잘다녀오셧군요.
    덕분에제가다녀온것처럼글도잘읽고사진으로나마그곳의풍경을보았습니다.

    이블러그가감사하단생각이문득듭니다.
    여기서서울까지갈려면좁은비행기좌석에서벌서듯이14시간을가야하는데
    클릭한번해서는올리신글을다읽을수있다니…

    온라인상의극치일까요?
    암튼대단한세상에서살고있단느낌입니다^^

    좋은주말맞이하시길…
       

  3. 박원

    2005년 12월 2일 at 10:11 오후

    개성의모습이저같은일반인의눈을통해서묘사되는것같아
    처음으로신뢰감을느낄수있었습니다.

    이땅한귀퉁이에는아직도이렇게몰이성적인상황이지배하고있다는것이
    가슴을짖누르는것같아가까스로글을읽을수있었습니다.
    언제그곳에도사람이사람답게살수있으려는지요..   

  4. 카스톱

    2005년 12월 3일 at 12:42 오전

    은하수님,
    북한주민들의드러난모습만보아도
    실제생활상이어떠할것이란게짐작이가가슴아팠습니다.
    선장이일기에순응치않고객기부리면배가난파됩니다.

    느티나무님,
    동토북에서꼿꼿함을잃지않고온갖풍상을이겨내고있는
    한그루의느티나무를선죽교옆에서보았습니다.
    온라인,좋은세상인것만큼은틀림없습니다.
    그러나변화의속도가너무빨라따라가기가숨이찹니다.

    박원님,
    가끔남쪽사람들을만날수있는개성의실상이그러한데
    북의다른지방이나시골은어떻겠습니까.
    흑백필름넣고보이는것무엇이든찍어인화해놓으면영락없이
    빛바랜5~60년대사진으로보일것입니다.
    가슴이마이~아팠습니다.
       

  5. 와암(臥岩)

    2005년 12월 3일 at 1:10 오전

    참부럽습니다.
    북녘의현실을그대로볼수있었다니말예요.

    좌익또는급진세력들이그곳을보면서어떻게느낄지가퍽궁금하군요?
    잿빛도시말예요.
    6만원의월급도일한노동자에게돌아가지않는현실,
    어떻게받아드려야할찌?

    많은이들이그곳에가서보고느끼고올수있었으면좋으련만~~~~~.
    이런생각만가득합니다.   

  6. 山 처럼.到衍

    2005년 12월 3일 at 1:57 오전

    북녘땅개성을다녀오셨군요.
    남한과북한의이념차이를떠나
    주민의생활상을보더라도
    엄청난차이가있군요.
    카스톱님의열정대단하십니다.산으로…또북으로…
    와암님말씀처럼부럽네요.

    즐거운주말되시길~   

  7. 양송이

    2005년 12월 3일 at 9:12 오전

    눈에비친실상앞에
    가슴답답하셨다는카스톱님의말씀이
    제가슴에도와서닿습니다.

    언제쯤우리민족은저악랄한정치건달들로부터자유로워질수있는것인지…
    한반도우리민족이수많은외침에시달렸다고는하지만,
    김일성김정일김대중노무현만큼이나이민족을괴롭혔을까…그런생각이듭니다.

    자신들의영달을위해서민족을입에팔고사는건달들이척결되는날
    저가난한사람들은비로소사람다운삶을영위할수있겠지요.

    직접노동한대가마저착취당하고사는북한동포들의어려운실상을외면한채
    조직폭력배같은김정일집단에뒷돈을대준인간들이누구였는지요.

    가슴이답답합니다.
    죄진자들은반드시벌을받아야할것입니다.

    그리고,

    이민족에게도언젠가는꼭좋은날이오리라는희망만은지켜야한다고생각합니다.   

  8. 東西南北

    2005년 12월 3일 at 5:44 오후

    아주귀중한글입니다.마치제가개성에직접다녀온것같은생생함이있네요.
    어쨋든같은민족이라부디잘되길빌따름입니다.

    한시빨리현인이나타나서남북이통일되어같이잘살수있게만들어야하는데요….   

  9. 형사콜롬보

    2005년 12월 4일 at 2:43 오전

    말로만듣던북녘의땅개성의모습잘봤습니다.
    특히성균관의모습과정몽주가이방원이보낸자객에의해피살됐다는선죽교의모습은역사의부침을확인할수있어귀한자료라생각합니다.

    사진에보이는이북사람도동포이긴한데왜낯설게만보이는지~!   

  10. 카스톱

    2005년 12월 5일 at 1:29 오후

    어두컴컴한박물관내로안내원을따라들어갔습니다.
    유물을전시해놓았으나뭐가뭔지구분키힘듭니다.
    전깃불을켜지않은채설명을합니다.
    “불을켜야보일것같습니다”라고누군가말했습니다.
    “경제가어려운걸알지않습네까?”라고안내원은맞받아칩니다.

    와암님,
    산처럼.도연님,
    양송이님,
    동서남북님,
    형사콜롬보님

    전깃불이없어서캄캄한것보다도더더욱가슴아픈것은
    지구촌돌아가는사정에주민들은너무도캄캄해있다는사실이었습니다.
       

  11. parkynim

    2005년 12월 5일 at 1:41 오후

    우리의흑백사진같은5.60년대의모습….
    그것이북한의실상이란얘긴가서보고온사람들이
    한결같이말하는내용입니다.
    그럼에도일인독재를인정하면서퍼주기를해야하는우리의모습이
    분노를일게하네요.

    그리고정당한노력의댓가도못받는거같은그들의인권에
    침묵하는자들은누구입니까?

    반갑고,답답하고,묘한기분으로다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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