庶子가 아니라 여전히 孝子입니다.

요며칠전서울면목동에있는한봉제공장엘다녀왔습니다.
온기가가신휑한공간엔생산설비들만덩그러니비닐커버를뒤집어쓴채잠자고있었습니다.
한때100여명규모로수출용니트웨어오더를받아만들던,꽤나견실한업체로입소문난곳이기도했습니다.
창문틈으로비집고들어온햇살은구겨진비닐커버에반사되어천정형광등갓에걸려있습니다.
지인이운영해온공장입니다.

잠정휴업중이라며,개략적인사연을맥없이토해냅니다.

“일감을주던원청사나바이어들은저렴한인건비와풍부한노동력을찾아중국이나동남아로물건너간지오랩니다.
그러다보니소량의일감이라도주어지는날이면앞뒤재지않고허겁지겁받아일했습니다.
그러나언제까지나가뭄에콩나듯하는일감에목을매고있을수만은없었습니다.
수출의류가아닌내수의류생산으로과감히전환했지요.
고부가가치제품생산에맞게끔생산라인도교체했고생산설비도대폭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수출제품에익숙해있던기존작업자들이고가품을소화해내기위해서는생산공정에대한이해는물론,
고가품에대한작업마인드가우선되어야한다는사실은한참후에야알았습니다.
어렵사리입소문자자한모숙녀복브랜드를받아작업을시작했습니다.
새로운일감에,밤을낮삼아열심히그리고꼼꼼하게미싱을돌렸습니다.
그러나이런저런트집을잡아가며일방적으로임가공비를무토막자르듯했습니다.
계속일을받으려면감수해야할것같아쓰린심정으로견뎌냈습니다.
그러나두번,세번작업이이어지면서애초토막친임가공비로굳어져버린것입니다.
그러는사이에이젠작업이까다롭다며인원들이썰물처럼빠져나갔습니다.객공을수소문했습니다.
일당이터무니없이높았고제때수급도되질않았습니다.손들었지요.

단한번의시행착오로인해호되게수업료만날렸습니다.”

그는이곳에선더이상버텨낼기운도의욕도잃었다며비록막차이긴하나

중국이든베트남으로든나가야겠다고했습니다.
비닐커버속에서잠자고있는재봉기들을멍하니응시하고있는그의눈빛은절망스러움이었습니다.
앞으로봉제기능승계가이루어지지않으면봉제의맥이언제끊길지도모른다고도그는말했습니다.
팔짱을낀채現狀을애써담담하게전해주던그의모습이자꾸만클로즈업되어옵니다.

이사진은작년12월,북개성공단을방문해찍은사진입니다.

그가주장하는‘봉제기능승계’란봉제한세대가저물고있는현싯점에서체계적인기술집적을통해

차세대에게손쉽게기술전수가될수있는시스템을마련하자는얘기로이해되었습니다.

1970년대‘봉제’는수출효자품목이라불리울정도로귀한대접을받기도했지요.
당시20대초반의나이로봉제품을박아내던고사리손들은이제50대중반을넘어섰습니다.
30대의생산관리자나봉제기계기술자들은60고개를넘어섰겠지요.
대부분현업을떠나손놓은지오래입니다.
고부가가치제품생산을위해서는고기능이반드시요구됩니다.

그러나지금어떻습니까?

작업자의고령화로인해기본적인봉제기능조차묻혀져가고있는형편입니다.

뛰어난생산기술로세계봉제시장을리드하며생산시스템을구축해온봉제1세대가
생산현장에서서서히사라져가고있다는얘기입니다.
인력난에,인건비파고에생산기반이송두리째흔들려가며숨가쁘게달려오는사이,
초창기봉제산업종사자들은장막뒤로사라져가고있는것입니다.
기술승계가절실한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는것입니다.
우리나라의봉제기술은아직까지단연세계에서톱이라고합니다.

지금까지는봉제현장에있어기술승계라는개념은없었습니다.
하지만지금사정은어떠한가요.

내수시장의침체로위기에몰린봉제산업에그누구도관심을두려하질않습니다.

급속도로성장한IT산업에묻혀왕년의효자품목대접받던‘봉제’는이제서자취급만당하고있습니다.
잘나간다는나으리들조차주워들은얘기는있어앞뒤재보지도않고

‘봉제는사양산업’이라고입버릇처럼얘기합니다.

그렇다면그들이입고(의류),신고(신발),쓰고(모자),들고(가방)다니는것은다무엇이란말입니까?
봉제란꿰맬縫에지을製로바늘로꿰매어지은모든제품을일컬어봉제품이라합니다.
주위를둘러보면봉제품이아닌게거의없습니다.
대외적으로폼잡기엔IT가좋겠지요.물론부가가치만따져봐도어디봉제품이가당키나하겠습니까.
그러나입맛에맞다고반찬하나로주구장창먹을수는없는노릇입니다.반드시건강에적신호가옵니다.
모든산업이골고루발전해야한다는생각이지요.

쌀개방으로외국쌀밀려온다고대대손손지어오던농사를팽개칠수없는것과다를바없다는생각입니다.
부가가치높은특수작물을재배한다거나영농법을개선하는등경쟁력을키워살길을찾아야할것입니다.
마찬가지로선배봉제인들의피와땀으로수출한국의초석을다진봉제산업을당장별볼일없다고

조강지처버리듯해서야되겠습니까?
지금까지의봉제노하우를살려부가가치높은봉제품으로업그레이드시켜경쟁력을높혀야합니다.

이러한고민은일본의경우도마찬가지입니다.

이미전세대로부터의봉제기술승계를위해오래전부터

자체직업훈련프로그램을활성화하는등움직임이분주하답니다.

일본의한언더웨어생산업체는봉제생산리더육성용,기능전승패키지를개발해활용하고있습니다.
기본적으로리더를육성하는것이지만그이상으로패키지가가지는의미는큽니다.

이패키지에담긴생산기술노하우는곧차세대작업자에게전승하는툴이될것입니다.

이기술전승교육패키지를들여다보니봉제기능과지식,관리기술의기초,지도법,IT에의한지원툴,

가동계측시스템,공정편성시스템등으로구성되어있습니다.
이회사가긴세월을공들여쌓아온귀중한노하우의집적인것입니다.
앞으로이패키지는더욱다양하게개선될것이라합니다.
자국내여타봉제공장을위해서도귀중한재산으로남게될것이확실합니다.

이제우리도격랑을헤쳐온전세대로부터노하우를철저히전수받아야할때입니다.
아이템별생산기술도,기계보전기술도,봉제수출시장을종횡무진하던생생한경험에이르기까지,
봉제의모든것을망라해차세대봉제종사자들에게체계적전수가이루어지도록

착실히준비해나가야할것입니다.

6 Comments

  1. 양송이

    2006년 3월 11일 at 4:55 오후

    급격한산업의변화를겪으면서
    우리사회가안게되는여러가지문제점중의하나입니다.
    현재저와친한사람하나가
    패션관련사업에종사하고있습니다만
    날로어려워지는현실앞에서몹시고전하고있는가봅디다.

    카스톱님말씀처럼건강한사회,건강한국가가유지되고발전하려면
    관련산업의다양한전승과계승이자연스럽게이어져나갈수있는
    기반이마련되어야하는데이것을이끌고리드해나갈수있는지도자가없는것도
    크나큰불운이라여겨집니다.

    정부에서관련관료들이올바른판단으로적절한정책대안을마련해야함에도불구하고
    하고다니는짓거리란겨우골프파동이나몰고다니는따위의…

    그런데,실제로중국등지의인건비가낮은국가에서관련제품을들여오는사람들은
    역시동종업에종사하던사람들로부터이루어지고있다는사실에대해서
    저는놀라움을금할수가없었습니다.

    가령중국의싸구려농산물수입을주도하는사람들이란다름아닌
    우리나라의농산물관련사업에종사하던사람이거나혹은심한경우농민자신들이
    중국산을들여와서국내시장에풀어놓고있다는것입니다.

    국내소비자들의인식도문제가있다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한때통상압력을받은수상이직접무게차를타고다니면서
    수입산오렌지를좀먹어달라고하소연을햇지만
    일본국민들은끝내오렌지를외면하고자국산밀감을택했었지요.

    우리나라는현재총체적인반성을해야한다생각을합니다.
    너남할것없이가슴에손을얹고
    조용히한번이나라의장래를생각해볼필요가있습니다.

       

  2. 은하수

    2006년 3월 11일 at 7:45 오후

    그많던섬유공장들이문을닫은현실을안타깝게생각합니다.
    수출드라이브정책을타고그렇게많이수출이되던섬유산업이
    지금임금이훨씬싼동남아로떠난것은어쩔수없는일입니다.
    다만상품의고급화를통해서만살아남을수있는데
    그러기위해서는낙후된기계를새기계로교체하는일이우선해야합니다.
    그런데섬유산업이매력이없어지니아무도고가의새기계에
    과감하게투자하려고하는사람이없다고하더군요.
    아직도우리나라의섬유기술은중국이나필립핀에서따라올수가
    없는데도요.   

  3. 그냥

    2006년 3월 11일 at 8:10 오후

    기술은무형의자산입니다.
    우리가개발한기술은삼성이나현대뿐만이아닙니다.
    지난30년우리의모든생산현장에서갈고닦은현장기술은
    그어느것이나세계정상급입니다.
    이것을금액으로환산한다면서울부동산의총합계보다많을것입니다.
    그엄청난우리의자산을지금그냥버리고있습니다.
    거대한國富의보이지않는소실이잊혀지고있습니다.

    국내의환경이여의치않다면
    외국으로끌고나가서라도지켜야합니다.
    눈물과피와땀으로개발해낸기술들이아닙니까.
    문제는외국경험이부족한개인들이영세한형태로나갈수밖에없으니
    나가는족족죽어버립니다.
    저는지난30년을홍콩에살면서20년을중국에서사업하지만
    중국으로끌고나와서제대로하는우리중소기업을본적이없습니다.
    그손실은아마삼성전자한개의시장가치는넘을것같군요.
    참으로안타까운일입니다.

    정부가중국,동남아국가들에우리중소기업을위한보호막을쳐주어야합니다.
    그것없이개인이그냥나오면백전백패가됩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라는것이뭐하러세금을물쓰듯하는지….
    우리중소기업들은지금길잃은양떼가되었습니다.

       

  4. 와암(臥岩)

    2006년 3월 11일 at 11:51 오후

    너무논리정연한글입니다.
    나라를이끈다는고위공직자들이나정치인등많은분들이읽어야할글이라고느꼈습니다.
    봉제기술의전수,
    그렇게절실한것인줄아직느끼지못했거던요.
    임의이글로소중하다는걸깨달았습니다.

    언제나임의방엔이렇게보물로가득하답니다.   

  5. 카스톱

    2006년 3월 12일 at 8:14 오전

    대구섬유산업을활성화시키겠다는기치아래
    1단계’밀라노프로젝트’가1999년에시작되어2003년에끝나고
    지금은2단계’밀라노프로젝트’로2008년까지진행중인걸로알고있습니다.
    1단계에서관련된~기술연구소에,~개발연구원등등에엄청난예산을배정했으나
    밑빠진독에물붓기였는지티도안납니다.
    그러나당사자들은재도약을위한하드웨어가마련되었으니
    2단계에서가시적결과가보여질것이라고합니다.
    2단계도중반에접어들고있는데여전히안개속인데말입니다.
    과연섬유산업이세계로비상할수있는틀이마련될것인가에대해
    관계된많은분들은상당한우려를보내고있는게현실입니다.

    양송이님,은하수님,그냥님,와암님,
    찾아주셔서,그리고함께고민하여주신점,깊이감사드립니다.

    오늘관악산은무지춥고바람도매서웠습니다.
    봄이오는길목에딴지를거는인간들이있어망설이나봅니다.ㅎㅎㅎ
       

  6. 청풍명월

    2007년 1월 17일 at 10:12 오후

    옳으신말씀이십니다.

    일본은워낙기술에대하여집착하고대대로하는일이많은곳이라고하는데,,거기도세대교체에따른기술전수가참으로문제가되는모양입니다.

    수십년의경험을말로설명하여서그기술을익히도록하는것.그것이참으로쉽지않다는것이지요.

    해서그들은새로운개념을만들었더군요.입체영화같은것을만들어서입체감을주어서그고공간에서영상으로연습을하더군요.같은동작을수십번,,실제에서는한번실수하면엄청난비용이드는데,이건사이버연습이라서몇번이고실패해도전혀부담이없는것이지요.

    참고민많이하고그고민을실천에옮기는나라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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