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산에서 원효를 보다

중백운대

소요산구절터

전형적회귀산행코스인동두천소요산의말발굽형산줄기를따라오르며

요석공주와원효대사를생각합니다.
원효가요석공주와의파격적스캔들?로파계한것은그의나이40세무렵이었다고삼국유사는전합니다.
즉태종무열왕재위시기인654년부터660년사이의일입니다.
원효는길거리로나와노래했습니다.
"누가자루없는도끼를내게빌려주면하늘을떠받칠기둥으로재목을낳을것이니"
누구도이노래에담긴뜻을알지못했으나태종은눈치를챘다합니다.
"저스님은부인을얻어아들을낳아큰재목을만들고자하는구나"라고생각한태종은
宮吏를시켜원효를찾아요석궁으로들게했습니다.

이렇게하여원효와과부였던김춘추의둘째누이요석공주의만남이이루어졌고부부의연으로이어졌습니다.

원효는요석공주에게자루없는도끼,즉옥문(玉門)을빌려달라고하여하늘을떠받칠기둥,
즉자신의‘물건’으로잉태하였으니그가바로’설총’입니다.
그러나부부의연은오래가지않았습니다.속가의연은늘부처님의가르침에걸림돌이었습니다.
결국홀연히속세를등지고수행의길을찾아나섰습니다.

심산유곡을돌고돌아둥지를튼곳이바로소요산이었습니다.

일주문을지납니다.곧억겁을두고눈·비·바람에깎인커다란바위벽이길을막아섭니다.
직벽을타고쏟아지는폭포수는커다란소로곤두박질치며포말을일으킵니다.
하얗게부서지는포말을보며또다시원효와요석공주를떠올립니다.

수행정진을위해요석공주와아들설총을경주에남겨두고길을나선원효,
다시못볼지도모르는원효를떠나보낸요석공주,그애틋함이바위벽에촉촉히녹아내립니다.
원효가떠난빈자리는너무나컷겠지요.얼마후요석공주는설총을데리고소요산으로찾아듭니다.
바위벽이내려다보이는건너편산중턱에별궁을지어원효가수행하고있는

바위벽쪽을향해조석으로절을올립니다.
그바위벽이원효대,그폭포가원효폭포로여전히우뚝솟아있으며쉼없이물줄기를쏟아붓고있습니다.
또한요석공주가머물던산봉우리는공주봉(526m)입니다.

원효가수행하던토굴로비에젖은여인이뛰어들었습니다.
젖은옷속에드러난뽀얀살결,그리고해맑은미소에원효의가슴은방망이질합니다.
옷이젖어서말려야겠다며아예저고리를벗고있었습니다.
눈을감습니다.날은이미저물어어둑해져오는데난감한일이아닐수없습니다.
"수도자를앞에두고그무슨행동이오?"
"수도자의눈으로여자를보면여자가아닌수도자로보인다하옵니다"
그리고선긴침묵이흐릅니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원효로서는가장긴밤이었습니다.

새벽녘까지좌선을하고있다가동이트자,차디찬폭포수에몸을던졌습니다.
여인도폭포수로뛰어듭니다.
원효는무심하게폭포수를맞으며말했습니다.

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種種法滅
自在無碍

마음이생김에온갖법이생기는것이며,
마음이사라지면온갖법또한사라지는것이요.
나에게는자재무애의참된수행의힘이있소이다.

자재암

그런데참으로기이한현상이벌어졌습니다.
방금전까지만해도실오라기하나걸치지않은맨몸으로살포시미소짓던여인이보이지않았습니다.
그제서야원효는무릎을탁쳤습니다.
그여인은원효의수행을시험해보기위해나타난관음보살이었던것입니다.
원효는그자리에절을짓고서슴없이자재암이라명명하였습니다.
이후더욱정진하여"모든일은마음이만들고마음에따라생긴다"는일성을남기기도하였습니다.
‘一切唯心造’는원효대사의깨달음의결정체라할수있습니다.

주먹밥

자재암에서하백운대까지는그야말로직벽을오르는느낌입니다.
숨이턱밑까지차오릅니다.하백운대에올라허기진배를채웁니다.
김가루를주물럭거려얼렁뚱땅뭉쳐만든주먹밥입니다.
금방지칠것만같았으나주먹밥몇알먹고나니뱃심이생깁니다.거짓말처럼힘이솟습니다.
중백운대를지나전망좋은바위에오르니건너편나한대,의상대,공주봉이한눈에들어옵니다.
가야할길입니다.

칼바위능선

소요산의상대

오밀조밀솟구친칼바위사이에뿌리를내린노송들은어쩌면원효나요석공주의화신이아닐까,
엉뚱한상상도해가면서나한대를지나의상대에닿았습니다.
구절터로내려가는길은위험표시와함께돌아가란글씨를써붙여놓았습니다.
의상대바위에틈이생기면서일부가아래로굴러흉한모습을하고있었으며보아하니진행형이었습니다.
뭐그리위험할것같지는않아보여예정대로의상대아래로내려디뎠습니다.
상당기간통제한탓에등산로가보이질않았습니다.

수북한풀숲을헤치며걷다가결국급경사면에서미끄러져두바퀴굴렀습니다.

다행스럽게도손바닥과팔목에경미한찰과상만입었을뿐말짱했습니다.

돌..돌…돌….

곧이어이번엔엄청난돌무더기가길을가로막습니다.길이온데간데없이사라진겝니다.
돌아가란말을들었어야하는건데…난감했지만별도리없는일입니다.
엉금엉금간신히돌무더기를벗어나공주봉에서내려오는길목과만나는구절터까지왔습니다.
이제길이확연해졌습니다.

돌무더기속에핀이름모를꽃

몇시간전,속세를떠나피안의세계로접어든다는속리교를건너

자재암-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칼바위능선-나한대-의상대-구절터로

유유자적하다가다시속리교를건넙니다.
지금건너는속리교는피안의세계에서노닐다가다시속세로되돌아오는다리입니다.

8 Comments

  1. 山 처럼.도연

    2006년 7월 12일 at 1:57 오후

    소요산…원효.요석공주…

    "누가자루없는도끼를내게빌려주면하늘을떠받칠기둥으로재목을낳을것이니"

    …이정도프로포즈에넘어가지않을이없겠지요^^*
    공주도…

    바위너덜길헤쳐나오시느라…..고생많으셨습니다.

    얼렁뚱땅김가루주먹밥…먹음직스럽습니다^^

    피안의세계에서속세로되돌아오는다리가휘청거리진않았겠지요~

    돌틈새이름모를꽃도장마철폭우에개화를잠시미루는듯합니다.   

  2. 거 당

    2006년 7월 12일 at 3:10 오후

    소요산산행을하시면서많은것은올려주셨습니다.
    원효와요석공주그리고설총…
    구도자의깨닫음의길이끝이있겠습니까?
    一切唯心造의깨닫음이보석처럼빛납니다.

    산행중에먹는주먹밥이꿀맛이었겠습니다.
    안전산행하시고건강하시기바랍니다.   

  3. 와암(臥岩)

    2006년 7월 15일 at 2:18 오전

    역시멋스런방입니다.
    우선크게다친곳없으시다니퍽다행입니다.

    전한수이북의산,
    전혀알지못하거던요.

    소요산,
    동두천에있었군요.

    원효대사와요석공주의설화,
    참재미있게읽었습니다.

    원효대사와설총얘기가나왔으니깐요.
    임께서경산을거쳐서울로올라가셨다고하셨죠?
    경산이바로원효대사와설총태생지랍니다.
    경산시남산면상대동엔삼성산(三聖山)이란곳이있습니다.
    이산의삼성은바로원효,설총,일연선사를말합니다.
    그산아랜상대온천이란물좋은온천도있습니다.
    이三聖山은해발이400여m에불과해두시간이면올랐다가내려올수있죠.

    다음경산이나대구를들릴땐꼭연락주세요.
    삼성산엘모셔가세성인의혼을만날수있도록해드리겠습니다.

    추천하고갑니다.   

  4. 은하수

    2006년 7월 15일 at 6:18 오전

    가만히앉아서좋은경치구경잘~했습니다.
    원효대새와요석공주의사랑의이야기도
    가물가물해지던이야기인데
    다시들으니좋습니다.

    카스톱님은사진솜씨가프로십니다.
    어떻게그리구도를잘잡으시는지요?
    디카로촬영하신거맞지요?

    주먹김밥도정겹습니다.   

  5. 박원

    2006년 7월 16일 at 2:23 오후

    원효와요석공주의전설은거기까지미치는군요.
    전국곳곳에는원효와의상대사가지은사찰과암자가있고
    이분들의이름을빌어지명을붙이더군요.

    소요산에관한얘기재미있게읽었습니다.
       

  6. 양송이

    2006년 7월 17일 at 9:23 오전

    부지런히산을타시는군요.ㅎㅎ…

    원효에관한이야기는제가아는불교의유일한이야기였는데
    어느새기억저편으로물러가있는것을다시불러내주셨습니다.

    설총이이두문자의원조가되고
    최치원이동학의창시자가된다는이야기를읽은적있는것같은데
    一切唯心造의사상은
    천축국을향하던원효가사막에서목말라마셨던해골속의썩은물에서나왔다는
    이야기를듣기도한것같습니다.ㅎㅎㅎ…]

    이나라의산들은모두골짜기마다봉우리마다저렇듯수많은이야기들을품고있어서혼자산행을해도전혀외롭지않은것인가합니다.

    장마철건강챙기시고요…^^*   

  7. 아별

    2006년 8월 19일 at 1:05 오전

    산을보는재미에읽는재미까지더해주시는군요두루다니시며대리만족할수있게부탁드립니다^^   

  8. 청풍명월

    2007년 1월 17일 at 9:54 오후

    일체유심조..유래를알게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

    글을참감칠맛나게잘쓰십니다.재미있는내용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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