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가을 끝자락에 오르다

비오고바람이심할것이라하여우의에바람막이까지챙겨넣었다.
산간지방엔눈내리고기습한파도예상된다하여아이젠에방한모까지도.
새벽녘,눈을비비며창밖을내려다보니웬걸,
언제나처럼일기예보를비웃듯,날씨는또한번예보를비껴간다.
외등에비친포도위엔바싹마른낙엽만이이리저리흩날릴뿐
밤사이비가내린흔적이라곤어디에도없다.
배낭을끌러우중산행대비해챙겨넣었던물품들을도로꺼내놓는다.
혹시몰라넣었던아이젠과방한용품도함께.

서울을벗어나중부내륙도로를지나며올려다본하늘은높고푸르기만하다.


가야산(해발1430m)은경북성주군과경남합천군의경계를이룬다.
합천쪽산자락은부드러우나성주쪽은가파르고험하다.
산세가가파르다는성주군백운동매표소를들머리로택했다.

구들장같은돌이깔린완만한길을따라산행이시작된다.
백운동-서성재-칠불봉-상왕봉–해인사-홍류계곡-주차장까지5시간코스이다.

지도를보니인근매화산,수도산으로이어지는종주코스가욕심났으나다음으로기약하고…

설명위해빌려온사진입니다^^*

완만한구들장길이끝나자이번엔길고긴나무계단길이다.
계단이라하기엔무색할정도로너무나나지막하다.
잦은발길로토사유출이심해이를막기위한방편으로
비싼돈들여설치한것은알겠는데맨땅딛는즐거움은무엇으로보상받나?

서성재까지는비교적코스가완만하다.
서성재에서부터칠불봉까지는너덜지대도가파른철계단도바위기어오르는재미도있다.
"서성재까지각자체력의30%만쓰고,칠불봉까지50%를소진하라"
차내에서코스를설명하던등반대장의알쏭달쏭한주문이다.
게이지가달려있는것도아닌데,오버하면잠글수있는밸브도없는데…
모두들진지하게듣고있다.그렇다면모조리인조인간(?)이란말인가.

너덜지대를지나자암봉들이모습을드러낸다.
까마귀가암봉위를비상(飛翔)한다.

까마귀의비상(사진가운데까만점)

흔히까마귀가용마루에서울면누군가죽을전조(前兆)라하여흉조로알고있다.
그러나이는일제가우리민족정기를말살하기위해조작한것이란
주장이나와점차설득력을얻고있는모양이다.
이처럼까마귀는흉조가아니라길조로재해석되어지고있는듯하다.
대하사극’주몽’과’연개소문’에등장하는세발달린까마귀즉三足烏는왕권의상징이다.
三足烏문양이새겨진티셔츠와목걸이가인기만점인게요즘이다.
이들에게선더이상까마귀는흉조가아니다.
그런데도왠지그울음소리는여전히음울하게들린다.

웬십자가?

정상부근에이르자기묘한형상의바위들이여기저기불뚝불뚝솟구친다.
밥그릇을엎어놓은듯봉긋하기도,톱날처럼거칠기도한암봉들은
적절한거리를유지한채조화롭다.
잠시바위에걸터앉아숨을고르며바위를둘러본다.
금방이라도굴러내릴듯불안정하게놓인바위지만제자리불평을않는다.
노적가리처럼안정되게자리잡은바위또한제자릴뽐내지않는다.
억겁을지나며만고풍상을견뎌낸바위앞에,절로고개가숙여진다.

바위를휘감아설치해놓은철계단은무척가파르다.
계단폭또한좁아절대방심해선안될구간이다.
철심을박아가며기어이철계단을설치해야만옳았을까,글쎄다.
덕분에(?)암봉인칠불봉까지어렵잖게오르질않았는가.

표지석엔’伽倻山頂上七佛峰1,433m’로음각되어있다.
그렇다면가야산주봉으로알려져있는상왕봉은?
그랬다.가야산을놓고경남합천군과경북성주군사이에
어처구니없는지리한싸움이이어지고있었다.내용인즉,
합천군에속한해발1430m의상왕봉이지금까지가야산정상으로알려져왔으나
국립지리원의최근측량결과2백미터건너성주군에속해있는칠불봉이
3m더높은것으로확인되자,성주군에서잽싸게정상표지석을만들어세운것이다.
이에합천군은’봉우리가높다고정상이아니라산의중심에서가장높은곳이정상’이라며
백주에가야산을뺏어가려한다며발끈해하고있는모양이다.

소백산비로봉에는정상표지석이두개다.
하나는충북단양에서,또하나는경북영주시에서세워놓은것이다.
봄이되면철쭉제도소백능선에서등돌린채따로갖는다.

바위도산도웃는다.정말웃기는일이다.

칠불봉에서내려서자곧바로상왕봉이가로막아선다.
경북을떠나수분만에경남으로넘어온셈이다.
곧추선철계단을부여잡고바위벽을숨가쁘게오른다.

이곳정상표지석엔’伽倻山牛頭峰1,430m陜川郡’으로음각되어있다.
모든산행안내자료에가야산주봉을’상왕봉’으로표기하고있는데
뜬금없이牛頭峰이라니.궁금하면자료뒤적여각자알아보라는것과진배없다.

가야산은국립공원이다.답답한노릇이다.

이좋은곳에까지와서속끓이다니,마음속을텅비우자.
저멀리덕유산이한눈에들어온다.
이름모를수많은산들이어우러져아스라히하늘과맞닿아출렁인다.
발아래드넓은산자락은솜이불을펴놓은듯푹신해보인다.
두팔벌려몸을던지면사뿐히안아줄것만같다.

솜이불을펼쳐놓은듯…

기암봉에서눈길을거두기가아쉬우나내려서야한다.
정상에서내려서면서부터산길은해인사까지완만하게이어진다.
해인사경내를스치듯지나쳤다.아쉬움이크나도리없다.
나홀로산행이었다면법보사찰로유명한이곳을놓칠리만무하다.

나무통을따라물줄기가…

깊은산속에서해는짧아금새어스름저녁이다.
땀에젖은옷속으로한기가스민다.
후미일행을기다리며주차장바닥에둘러앉아국밥으로허기를채우며
으스스떨리는몸둥아리는소주잔에맡긴다.

합천해인사의가을빛


7 Comments

  1. 느티나무

    2006년 11월 14일 at 1:36 오전

    저도나무계단길싫어요-.-;;;
    그런데많은사람들이다녀서와해할위험이있는곳에는
    저렇게나무계단이꼭있더라구요.이곳에도그래요.
    첫번째사진과두번째사진을보면서가슴이콩당거렸어요.
    가고싶어서…정말고국산천은아름다워요^^

    늦가을산행멋지게하시고
    하루의피로를국밥과소주잔으로푸신것…넘좋아요.
       

  2. 山 처럼.도연

    2006년 11월 14일 at 1:38 오전

    날씨가좋아전망도좋은가야산…
    능선상의잎떨어진나무들은벌써겨울채비에들어간듯합니다.

    한때수도산에서가야산종주를벼르기도하였는데…
    아직도실천에옮기질못했습니다.

    합천해인사의가을빛을바라보노라니…
    가야산호랑이성철큰스님의포효가들리는듯합니다.
    작금의엉망진창나라꼬라지에…
    큰스님의죽비휘몰아치는소리를듣고싶었는데….   

  3. 박산

    2006년 11월 14일 at 1:59 오전

    ‘정상싸움’이있네요
    그거참아무려면어떨라고요
    지방자치단체끼리의주도권싸움이네요

    중앙정치가개판이되더니
    신선들이노는’산’까지어지러워졌군요

    그래도카스톱님이그려주신산행일지가사진과함께
    정겹습니다
       

  4. 아별

    2006년 11월 14일 at 4:13 오전

    헉!!!1430…….

    제가올랐던산중에가장높은것은운길산이었는데요

    겨우600언저리맞나요

    그것도전얼마나헉헉거리고갔는데요

    나중에허리춤좀빌려주시죠?

    붙잡고가게요ㅎㅎㅎㅎ

    정말애쓰셨습니다

    산의정기를듬뿍받아오셨을테니

    이곳으로좀보내십시요

    저는대신점심후드시라고

    이과수커피한잔보냅니다^^   

  5. 토담

    2006년 11월 14일 at 6:13 오전

    님의산행기를읽다보면
    너무또릿또릿하고생생하여마치제발끝이툭툭채이는듯합니다

    아이젠..
    아벌써계절이거기까지갔나요?
    산행을접은지가꽤되어무딜대로무디어진제가
    이곳에와서야계절의변화를다시금읽게됩니다..^^

    너덜지대를지나는건웬만한산객들도짜증(?)스럽고답답하다하여
    수도정진하는구간이라말들하지요
    어차피산행이그러한데도말입니다..^^

    만고풍상의세월을이겨내고
    기기묘묘한형상으로우뚝솟아있는바위끝벼랑아래
    위태롭게달려있는소나무의의연한자태앞에선
    숙연한마음에옷깃이절로여며지기도합니다

    삶이무미하고팍팍해질때
    시끄럽고어지러운도심을떠나
    흙의감촉과냄새와향기를맡으러산을찾는데…
    굳이철심을박고차가운계단을놓아야하는지조금은서글퍼집니다   

  6. 曉靜

    2006년 11월 16일 at 12:29 오전

    이번엔가야산이었군요.
    경남과경북의경계,합천과성주의경계
    매화산까지이어진암벽도무지좋은데…
    매화산청량사로내려오시믄너무멀지요?
    여전히함께산행을한기분인데
    다만땀이흐르지않은걸보니게으른몸뚱아리는여전한가봅니다.하하하~~
    두정상의싸움은지자제가되고나서부터심해졌는데
    사실소백산은서글프더이다.
    함께할수도있구만…..

    사진이멋집니다!

    날씨가점점추워오는데
    이제답사길에옷둘둘감고
    콧물찔끔거리며다니려생각하니
    쬐메움추려지네요^^*

    선배님화이팅입니다~~!   

  7. 종이등불

    2006년 11월 19일 at 8:32 오후

    깔끔한글과함께
    깔끔한사진.
    샘물에서막떠운차가운물을한사발마신듯
    상큼합니다.

    덕분에가야산의풍광.
    잘감상하였습니다.
    오랜만에방문해주신카스톱선생님.
    그간잘계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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