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산행, 백덕산(白德山)

추적추적내리는겨울비로이른새벽이을씨년스럽다.
단잠유혹을뿌리치고배낭챙겨길을나선다.초겨울새벽한기에귓볼이얼얼하다.

"토요일강원도평창백덕산으로눈꽃산행"

M산악회로부터날아든문자메세지다.

그렇지않아도강원산간지방눈소식을접하고눈산행지를물색하던터라냉큼이름을올렸다.

토요일(12/9)새벽,버스는빗물잔뜩머금은도로를무섭게내달린다.

빗길을달리는차륜의마찰음이찢어질듯이어진다.
밤새내린비는지금껏그칠줄모른다.눈꽃산행은커녕뻘밭산행이되지나않을까,걱정스럽다.
그러나영동문막휴게소부근을지나면서부터거짓말처럼빗줄기는눈송이로변했고,

걱정은환희로바뀌었다.

새말인터체인지를벗어나국도로접어든버스는안흥을거쳐문재터널을빠져나와

곧바로우측도로변에일행을내려놓는다.


눈발은다소약해졌으나하늘은여전히잔뜩찌푸려있다.
이번산행들머리는백덕산정상북쪽인이곳문재터널입구다.
산간지역에밤새내린눈으로사위는이미설국을이루고있다.


스패츠를착용하고등산화에덧버선신듯체인을건다.
여기서잠깐,큰눈에는체인형아이젠은무용지물이다.
산행내내미끄러지고구른다음,하산해서야터득한사실이다.
산을좋아만했지,관련된상식은꽝인게여지없이들통난것이다.
무식하면몸이고생한다했다.괜한말아니다.

백덕산은강원도횡성,평창,영월군의경계를이룬다.
유난히적설량이많아겨울철으뜸산행지로손꼽힌다.
초입부터가파른데다가발목이묻힐만큼눈이쌓여있어만만치않은산행을예고한다.
앞서간발자국을따라가파름이센능선눈길을오른다.
500여미터나올랐을까,지도상에표시된925봉전망대다.

잔뜩흐린날씨라눈덮힌능선이흐릿하게조망된다.

사자산(1,160m)에서오는길과합쳐지는당재삼거리에이르자온몸이땀으로흥건해져온다.

귀를감싼방한모도접어올리고재킷도벗어배낭에걸친다.

법흥사에서올라오는길은러셀(russell)이되어있지않다.
아마도눈이그치고난내일이면길이나있을것이다.

능선길은당재를지나오르내림을한참반복한뒤비네소골안부에닿는다.
북쪽으로비네소골,남쪽으로내려서면관음사와법흥사가나온다.

법흥사는규모는작지만신라선덕여왕12년자장율사에의해흥녕사라는이름으로창건된
천년고찰이자오대산상원사,함백산정암사,양산통도사,설악산봉정암과함께
우리나라5대적멸보궁의하나로꼽히는대표적인불교성지다.

비네소골안부를지나면제법가파른오름길이시작된다.
이정표를보니이제백덕산정상이그리멀지않다.
약20분여오르면묵골방면능선이갈라지는삼거리봉(1282)이다.
이제남쪽능선을따라불과5백여미터만오르면백덕산정상이다.

먹골재갈림길에배낭을내려놓고정상을향한다.
다시이곳까지내려와비네소골로내려서야하기때문이다.
이곳서부터정상까지는곳곳이너덜지대와급경사면이다.
봉긋봉긋솟구친눈(雪)더미속은대개너덜지대이다.
유혹에이끌려잘못디뎠다간…조심조심엉금엉금이상책이다.
그러다보니시간도더걸리고체력소모도많다.
진이빠질때쯤숨을몰아쉬며고갤들어올려다보니…눈꽃천지다.

백덕산정상(1350m).
가히환상적이다.탄성이절로새나온다.
잠시도상고대에눈을뗄수가없는,경이로움그자체다.
굴러가며,미끄러져가며천신만고끝에오른겨울산.

욕심조금부린다면,
파란하늘,햇빛에반짝이상고대,그리고저멀리하얀능선들의너울거림까지…
한주뒤에도이처럼나뭇가지에눈꽃들이살아있을까.

하산하여뒤돌아본백덕산.그러나눈구름에가려정상은보이질않는다.

비네소골로내려와뜨끈한김치찌개에하산주일잔으로토요일(12/9)의백덕산눈꽃산행을접다.

7 Comments

  1. 와암(臥岩)

    2006년 12월 12일 at 1:37 오전

    비경(秘景)이군요.

    임의산행기중가장멋진작품이라고혼자만느켜봅니다.
    나목에핀상고대,
    정말오랜만에아름다움보았습니다.

    법흥사엔가봤습니다만백덕산이라는이름은처음입니다.
    아랫녘에사니깐윗쪽산은알수가없습니다.
    또아랫녘엔러셀할정도의적설은좀처럼없으니깐요.

    언제나처럼임의산행기는감동을줍니다.
    처녀지를밟듯,
    그런흥분을일으키게하지요.

    정말멋진작품,
    감동을주는산행기였습니다.

    추천올립니다.   

  2. 山 처럼.도연

    2006년 12월 12일 at 2:12 오전

    겨울산행지로즐겨찾는백덕산…
    역시강원도의겨울빛이곱습니다.
    저정도눈이면아마도러셀이되어있지않았을듯한데…
    앞서가며러셀하는분들이가장힘들지요.
    그래서교대로러셀을하던생각이납니다.

    하얀눈세상…태고적신비스러움을만나고오시느라수고많았습니다.
    수통의물은아마한방울도줄지않고그대로였을겁니다.^^*
       

  3. 토담

    2006년 12월 12일 at 5:57 오전

    지난1월..
    님께서산행하신코스대로백덕산행을하엿습니다
    그러니까그곳이두번째산행이었네요
    한번은봄산행이었구요..

    설경하면덕유산설경을빼놓을수없지만백덕산행도꽤인상적이었습니다
    무릎밑까지채이는눈밭을헤치며뚫고나가는러셀의묘미는
    겨울산행이아니면맛볼수없는최고의매력이지요^^
    체력이떨어지면잠시뒤로물러섰다가또다시치고나가는맛그리고멋!~
    상쾌!통쾌!~러셀없는산행을어찌겨울산행이라할수있겠습니까?

    맨위조형물처럼생긴기이한나무와당재삼거리먹골재비네소골..
    이어지는능선과골짜기가생생히살아납니다^^*
       

  4. 박산

    2006년 12월 12일 at 7:19 오전

    눈그림이보는이가풍성합니다

    ‘백덕산’이란산이름도아마도덕이많은산인가합니다   

  5. 은하수

    2006년 12월 12일 at 1:11 오후

    눈꽃이너무아름답습니다.
    러셀이무엇인지스패츠가무엇인지
    통무식한은하수는알수없는단어이나
    아무튼눈쌓인산의사진으로도
    좋은감상이됩니다.   

  6. 曉靜

    2006년 12월 15일 at 5:49 오전

    여전히멋집니다!
    눈덮힌백덕산이이토록아름다울줄은…..
    아마도선배님의발길을따라서그랬나봅니다.

    저는이번겨울에딱한번의산행만계획하고있는데….
    눈덮힌태백산에오를예정입니다.
    비료포대가져가서눈썰매한번타볼라꼬ㅎㅎㅎ

    별고없으시죠?
    저는요즘돈번다꼬정신이없나이다!
    그나저나돈이나될려나모르겠습니다^^*

    한번씩모습이떠올라술잔이그리워집니다!   

  7. 양송이

    2006년 12월 15일 at 4:21 오후

    그리고또산으로…그리고또산으로…그리고또산으로…ㅎㅎㅎ….

    순백의산정에서면
    순백의산정에설수만있다면
    나는이미거기사라져없어지고
    산만남으리산만남으리하얗게눈이부신산만남으리

    그렇게멋이있어보입니다.

    건강하시고얼마남지않은이한해더욱보람차게결실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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