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화원, 지리산 바래봉

바래봉에서.멀리반야봉도보이고…

지리산I.C.를빠져나와달오름마을에이르러등산화끈을조여맨다.
달을끌어당겨(引月)주위를밝혔다는유래가전해져내려오는
달오름마을,인월리는전북남원덕두산(1149m)지맥이잦아든곳인월면에있다.

고려우왕6년그믐날밤왜장아지발도(阿只拔都)와대치하고있던삼도도원수이성계장군은

칠흙같은밤이라적을분간하기어렵자하늘을올려다보며청했다.

"이나라백성을굽어살피시어달을뜨게해주소서"

그러자거짓말처럼두둥실보름달이떠올랐다.
이후스토리는역시전설의틀을비껴가지않는다.
왜장은비참한최후를맞고아장은대승을거둔것으로기록하고있으니.

하늘을올려다본다.

서울출발때잔뜩울상짓던하늘빛은다행히도많이옅어져있다.

달을끌어올린600여년전의신통력이지금도통할까?
그렇다면소생의청도들어줄지혹시모를일이다.

"안개구름을잠시거두어청명한날되게하여주시옵고
바래봉에철쭉이만개하도록기를몰아주시옵소서"

달을끌어올린氣가여전히서려있어서일까,
달오름마을사람들은달빛의신성한기운과지리산자락맑은공기를
무엇보다도소중히여겨氣체조를통해건강을다스리는데익숙해있다고한다.

덕두봉을앞에두고.여기서도멀리반야봉이…

멀리지리주능선이…

인월리에서덕두봉(1149m)까지는무척가파르다.
절집대웅전뒷뜰로발길을조용조용옮겨산길로접어든다.
산길이뚜렷치않다.아마도주등산로가아닌샛길인듯싶다.
잡목을헤쳐가며설핏드러나는길을따라버벅대길수분,이내뚜렷한등로와합쳐진다.

지리산태극종주의시작점으로도잘알려져진이등로는초입부터곧추서있어

오로지철쭉보겠다고나선분들은이코스를피해운봉을들머리로삼는게좋을듯싶다.

11시반에시작한산행,이른아침먹은김밥한줄이전부다.
가파른길을힘겹게걸어오른덕두봉에서잠시배낭을내린다.
방울토마토몇알꺼내허기진배를달랜다.

덕두봉에서조망되는지리산주능선은감동의파노라마다.
천왕봉에서반야봉까지능선이하늘에맞닿아파도처럼일렁인다.
이처럼지리산의능선들을육안으로훤히볼수있다는게덕두봉의매력이다.

초입인월리에서하늘보며간청한게먹혀든걸까?
그만큼날씨는좋다.

철쭉마저만개해있다면진짜로하늘과의소통에신통력이있다는게증명될텐데…

남원운봉넓은들판이…

남원운봉의넓은들판을오른쪽아래에두고왼쪽저멀리지리주능선을
바라보며바래봉을향해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어느새바래봉이뚜렷하게다가선다.
벌거숭이산에삿갓을씌워놓은듯한바래봉,

산객들의움직임이마치개미떼처럼곰실댄다.
아마도남원춘향제와연계해운봉이나수철리에서바래봉에오른이들이많아서일게다.

바래봉아래벌거숭이산비탈이…

햇살이따갑다.
인월에서덕두봉까지는숲길이어서몰랐다.
덕두봉에서부터는연녹색이파리들사이로파고드는햇살이한여름을무색케할정도다.
생명의기운을발산하는이파리들의몸짓이라모자챙에서땀방울이

연신흘러내려도기분만큼은상쾌하다.

바래봉(1167m)
저아래팔랑치,부운치로이어지는철쭉능선은산객들의발밑에서신음을토하고있다.
그래서때가되었는데도철쭉은깨어나지못하고있는건정녕아닐런지?
등로주변은속살을드러낸채흙먼지가날린다.
소생또한그무리중하나이니입이있어도할말이없다.

철쭉군락을이룬팔랑치산자락은아마도일주일뒤면철쭉이만개해

천상화원을이룰것으로보인다.
완만한산비탈초원에군데군데무리지어있는철쭉은두둥실떠다니는부초와도같다.
이것이바로지리산바래봉철쭉의묘미이기도하나
여기엔면양목장으로인한아픔이숨어있다.

원래바래봉철쭉군락지는고산으로숲이울창하였다.
그러나1971년한국·호주시범면양목장을설치,운영하면서2,067천평의규모에

면양을방목하자,초식동물인면양이철쭉만남기고잡목과풀을모두먹어버려

자연적으로철쭉만남아초원에둥글둥글철쭉군락이형성된것이라고한다.

이파리보다꽃이먼저피는진달래와는달리철쭉은이파리와꽃이같이핀다.
그래서꽃망울만으로도충분히아름답고환상적이다.


철쭉이군락을이룬팔랑치.그러나아직은…

팔랑치(1010m)에서다시한번지리능선을조망한다.
지난해가을주능선종주길이머릿속을스친다.
팔랑치를지나부운치로향하며생각했다.
터질듯부풀어오른꽃망울을보면서일주일후붉게물들여져있을

산비탈을상상해보며못내아쉽지만서둘러발길을재촉한다.

산길은뭐니뭐니해도밥심이있어야걷는데…
다리가후들거린다.허기진탓이다.

부운치에이르자,거꾸로올라와일행을기다리던등반대장이
종이컵가득소주한잔을건넨다.
목젖을타고내장으로흘러드는쏴한느낌,굿이다.

부운치이정표는곧장가면세동치,세걸산,
오른쪽으로수철리,왼쪽은부운계곡으로빠진다고표시되어있다.
샛길이지만등로가뚜렷하다.

부운치에서부운골로내려딛는등로역시인월에서오를때처럼경사면이만만치않다.
가파른토사면이라한발한발딛는데신경이곤두선다.

이어너덜지대가이어지고5부능선쯤에이르자계곡물소리가반갑게들려온다.
바위틈에서뿜어나오는물줄기에머리를들이댄다.
시원함도잠깐,어찌나차가운지바늘로찌르는듯따갑다.

두릅전의특별한맛에…

부운골반야봉산장들마루에걸터앉아두릅전에하산주로,5시간의산행을마무리짓고,
(인월리-덕두봉-바래봉-팔랑치-부운치-부운계곡-부운골)

달궁계곡과뱀사골계곡에서합수된계곡을따라함양을거쳐……………집으로~


덕두봉에서바래봉가는길에만난…

8 Comments

  1. 종이등불

    2007년 5월 7일 at 8:58 오후

    지리산바래봉산행기.
    지금읽을시간이없는것이참안타깝네요.
    점심시간에찬찬히읽겠습니다.

    맨마지막사진.
    덕두봉배래봉에가는길에서만난꽃이
    얼레지인가요?
    이쁘네요.   

  2. 山 처럼.도연

    2007년 5월 7일 at 9:55 오후

    지지난주만났던바래봉이삼삼히떠오릅니다^^
    치마조각을머리에걷어올린얼레지도….아직..이쁘고신비롭게피어있고..

    인월덕두봉으로오른산행길이인상적입니다.
    그리고뱀사골초입반선마을위쪽부운골로하산길을잡은것도…
    신선하고좋은산행길을선택하셨네요.
    고생했습니다^^   

  3. 와암(臥岩)

    2007년 5월 7일 at 11:29 오후

    ‘달오름마을’,
    ‘인월(引月)’이라고만늘알고있다가우리말’달오름마을’이라니,
    얼마나정겨운지모르겠습니다.

    "덕두봉에서조망되는지리산주능선은감동의파노라마다./
    천왕봉에서반야봉까지능선이하늘에맞닿아파도처럼일렁인다./
    이처럼지리산의능선들을육안으로훤히볼수있다는게덕두봉의매력이다.//",
    이담담한필치,
    임의산행기읽을때마다감동이이는것은이것때문이아닐까요?
    정말멋진산행기입니다.

    늦은밤인월에서맥주와소주가득사차에싣고,
    칠선계곡아래추성리로들어간것이어제같은데,
    벌써20여일이가까워옵니다.

    바래봉,
    다시오를수있을까?라는생각이언듯스쳤습니다.

    추천올립니다.
       

  4. 아별

    2007년 5월 8일 at 12:22 오전

    두릅전먹고파요……여전히봄을산과함께보내시는군요ㅎㅎㅎ감상잘했습니다^^   

  5. 전방욱

    2007년 5월 8일 at 9:29 오후

    카-스톱님의산행기를읽고있노라면한폭의수채화를감상하고있는듯합니다.사진보다글에서배어나오는그날의느낌이넘좋습니다.몽블랑에서퍼갑니다   

  6. 양송이

    2007년 5월 9일 at 3:25 오전

    산을오르시되
    무심히발로밟아그냥오르심이아니고
    한걸음한걸음호흡하듯오르시는카스톱님이심을알겠습니다.

    가장먼저산심과더불어숨을들이키시고
    이어서하늘을불러들이시고
    꽃을부르고계곡을부르고사람들을부르고…
    이윽고두릅전에다하산주까지불러들이셔서함께산을오르십니다.

    뿐만아니라
    아미산외진골짜기쓸쓸하게살고있는촌부양송이도불러주셨으니…ㅎ~

    그런데산에서그냥사시지않으시고왜또집으로돌아가셨단말이십니까.하하하…

    카스톱님의산행기는여늬사람들의것과는차원을달리하는의미가실려있습니다.
    혼자오르시되혼자오르시지아니하시고
    함께오르시되함께또한오르시지아니하시는
    신묘한그어떤눈길이있는것같습니다.언제나그것을느끼게됩니다.

    그것이무엇일까…
    언제한번만나서그것을확실하게알아봐야할것같습니다.^^*

       

  7. 裵 泰潤

    2007년 5월 15일 at 8:55 오전

    다걷어치우고카스톱님따라베낭메고나서고픈마음간절합니다.
    틈만나면달려가던지리산이그립습니다.   

  8. 아바단

    2007년 5월 16일 at 1:34 오후

    지리산바래봉산행기를읽고나니
    다음산행은지리산으로정했습니다.
    그때는산객들의걸음에신음하는
    철쭉을피해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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