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담(Quidam)과의 만남

드디어막은오르고…

읍내가가까운공터에대형천막이들어서고나팔소리가울려퍼집니다.
오매불망기다리던서커스단이찾아온것이지요.
해거름이되면신이난아이들은단숨에천막까지내달립니다.
뒤따르는어른들도신이나긴매한가지라얼굴가득화색이돕니다.

초등학교2학년때쯤,당시서커스입장료는5원으로기억됩니다.
50환짜리(5원)동전이생기면언제올지모를서커스볼요량으로
돌담틈에숨겨뒀던기억이지금껏또렷하네요.

접시돌리고,외줄에서자전거타는것보며
‘으악’소리가절로터져나오던그시절이생각납니다.

곡마단을알리는선전대…(추억의사진첩에서)

연신콩닥거리는가슴으로아슬아슬한묘기에빠져들던
어린시절의유랑서커스공연을떠올리며
잠실벌에들어선원형천막극장’빅탑씨어터’를찾았습니다.

환상적인서커스예술로입소문이자자한캐나다‘태양의서커스팀’이내한해
장기공연중인’퀴담(Quidam)’을보기위해서이지요.

평소대로라면山行중이었을시간대인토요일오후,
모처럼아내와함께공연장을찾은겁니다.

연간5억달러매출을올린다는거대엔터테인먼트그룹답게
태양의서커스팀은단순묘기위주의서커스가아니었지요.
음악과빛,그리고연기가환상적으로어우러진한편의뮤지컬이었습니다.
서커스에대한고정관념이확사라졌다고나할까요.
아무튼단순기교를뛰어넘어시공을넘나드는듯한신비감이
무대전체를휘감고있었습니다.

우울한표정의여인과신문을펼쳐든무심한신사,
그리고몹시무료한듯한소녀가무대에등장합니다.
이들은한가족이지요.

이어무대저편에서한손에중절모를,또한손으로우산을받쳐든
머리없는사나이,퀴담(익명의행인이라는뜻)이등장하면서
으시시한분위기속에서공연은전개됩니다.
초현실주의화가르네마그리트의작품이연상되는대목입니다.
뚜벅뚜벅걸어와소녀앞에중절모를남기고퀴담은무대뒤로사라집니다.

그리고선두시간넘게상상의세계가펼쳐지죠.

그렇게두시간이지난뒤,퀴담이두고간중절모를가지러올때
이들가족은바뀌어있었습니다.

소녀는더이상무료하지않아보이고여인의표정은이미밝아있습니다.
신사와여인과소녀는부둥켜안고화해합니다.
상상의세계가이들가족들의마음에온기를불어넣었기때문입니다.

‘퀴담’을소개하는…


상상의세계두시간은눈깜짝할사이에지나가버립니다.

첫등장하는수레바퀴곡예는동전을마루바닥에던져굴리면
제혼자돌다가뒤뚱거리며멈춰서는것에서아이디어를얻은듯
연기자가사지를이용해초대형휠을자유자재로가지고놀지요.

이어중국의앳띤소녀4명이펼치는디아볼로공연,
거듭된훈련의결과이겠지만인간이해낼수있는한계가참으로
무한하다는걸느끼는동작에감탄의박수가터져나옵니다.
물론어린연기자들이라긴장한탓에두번의실수도있었으나
기계적인완벽함보다오히려인간적이어서더욱가슴에와닿습니다.

계속해서선계에서나있을법한줄넘기,금발미녀의공중밧줄묘기,
공중으로던져진사람이제자리에돌아오고,서로교차하고
붉은천에매달린여자의묘기,그리고남녀가천천히온몸으로빚어내는
아름다운조각상의神技에이르러서는탄성이절로새어나왔습니다.

공연중간중간,관객을무대로불러내엉뚱한상황을설정,
연기를주문하여포복절도하게끔하는것또한감칠맛을더합니다.

세계투어중인퀴담은동물이등장하고,공중그네의아찔함만을강조하던
기존서커스의틀을벗어나예술로승화시켰다는극찬을받고있지요.

국내막강S그룹이전계열사홍보,광고담당자들에게‘퀴담’을
창조경영의대표작으로소개하며‘발상의전환’을강조해
더욱화제가되고있기도합니다.

또한L전자도‘퀴담’이서커스를예술로승화시킨것처럼TV에서도
기술과디자인을통해TV혁명을이뤄보자는의미에서마케팅에활용하고
있습니다.

공연내용을소개한책자도…

공연음악을담은CD도…

이처럼잠실벌을뜨겁게달구고있는’퀴담’은
전세계수많은서커스의전통과테크닉을수용하면서자신들만의독창적인
주제의식과표현방식으로섬세하게구현해냈다는게
국내공연관계자들의한결같은평이기도하더군요.


모처럼만의토요일공연나들이,
참으로즐겁고유익한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래그림처럼아련한정취를느낄수있는

추억속의서커스도그립습니다.

동춘서커스자료사진

4 Comments

  1. 山 처럼.도연

    2007년 5월 15일 at 9:20 오후

    서커스…가설극장…
    모두그립지요.
    50환짜리하얀동전이그립듯이…
    오랜만에가족봉사길에나선듯합니다^^   

  2. 은하수

    2007년 5월 17일 at 8:24 오전

    서커스하면
    아슬아슬한곡예때문에
    심장이떨려아예볼생각도못하는저입니다.

    그런데카스톱님이소개하신이’퀴담’은
    스토리가있고신비하며
    창의성이뛰어난작품이군요.

    좋은공연을소개하셨습니다.

       

  3. 박산

    2007년 5월 21일 at 5:51 오전

    가보지는못했지만
    카스톱님덕분에간접관람잘했습니다   

  4. 와암(臥岩)

    2007년 5월 24일 at 10:56 오후

    ‘퀴담과의만남’,
    어쩜그렇게눈에보듯묘사할수있나요?

    지방에살고있는늙은이도임의글보곤한번봤으면~하는충동일었습니다.

    토요일,
    모처럼내외분의나들이가의미깊었다니축하드립니다.

    추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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