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에서 서리산까지

5월숲은하루가다르다.
여린연녹이파리들은어느새짙푸르러있다.
축령산초입에서올려다본山景은햇살을받아싱그럽다.
그래서5월을계절의여왕이라했던가.

마석에서현리가는362번국도를따라가다보면수동면외방리에이르러
우측으로축령산휴양림이정표가나온다.
원점회귀산행코스라모처럼승용차를몰고나섰는데,아뿔싸!

국도에서이정표가리키는대로우회전하여채100m나진입했을까,
차량진입을통제한다.그냥도로가에세워두고걸어가란다.
산아래주차장까진2km도더남았는데…
주차장은협소한데차량들은넘쳐나니도리없단다.

산행의기본이안된스스로를탓할수밖에…

산에오르기도전에포도2km를걸어들머리에이르니벌써등어리가축축하다.

자연휴양림매표소를지나오른편통나무데크사이로난길을오른다.
수리바위,남이바위를지나곧장축령산으로오르는길이다.
울창한잣나무숲길을벗어나자물기흠뻑머금은암벽이막아선다.

암벽틈새여기저기서물이새어나오긴하나참새눈물만큼씩만떨어진다.
이’암벽약수’한모금마시려면’기다림의미학’을알아야한다.
성미급한사람들은그냥지나치는게좋을것이고.
금쪽같은약수한모금으로기운을모아축령산서릉인수리바위능선에올라선다.


능선이정표는수리바위0.32km,남이바위1.27km,정상1.99km를알린다.
능선에올라동쪽으로방향을틀어10여분능선길을따라오르다보면

울창한나무들사이로잘생긴바위가길을가로막는다.

독수리형상을닮았다하여’수리바위’로불리는이바위엔
실제로독수리가많이날아들었다고한다.
천마산을향해금방이라도날개짓을할것만같다.
바위아래는천길만길아찔한낭떠러지다.


수리바위에주저앉아이마의땀을훔치며멀리천마산을담는다.
바위가좋아팔베개를하고드러누워하늘을우러러본다.눈이시릴정도로찬란하다.
햇볕에달궈진바위면이온돌처럼따스해눈꺼풀이스르르내려앉는다.
땀을식혀주던능선바람은이내서늘해져등을떠민다.
바위에서어서일어나라고,입돌아간다고…

나홀로산행은이래서좋다.
쉬다가걷고,걷다가주저앉아마시기도하며,
헥헥거리며쫓아가야할일행도기다려서보폭맞춰야할사람도없다.
신문지로돌돌말아배낭속에챙겨넣은막걸리한통이있으니
세상부러울게없다.조금더참았다가캬아~

수리바위를지나면서부터오밀조밀한암릉구간이심심찮게등장한다.
수리바위에서10여분진행하면능선삼거리가나온다.
삼거리이정표엔0.63km를가면남이바위,축령산정상은1.35km라표시되어있다.


산비탈길은매우질척거려늘어뜨려놓은밧줄은온통흙범벅이다.
간간히휴대한산지도를펴가며진행방향을확인하는것도잊지않는다.
산길,만만하게봤다가여러번산속에서헤맨적이있는터라
오늘처럼나홀로걸을땐버릇처럼지도를살핀다.

남이바위(840m).
움푹패여편안한의자처럼생긴남이바위에오르면가슴이탁트인다.
발아래수동면일대가아늑하고천마산과운길산능선이너울거린다.
세조의총애로승승장구하던남이장군,이후예종이즉위한지얼마안되어
평소그의재능을시기하던유자광이반역을꾀한다고아뢰어스물여덟나이에주살됐다.
그남이장군이자주이바위에올라앉아호연지기를길렀다하여
‘남이바위’로불리워지고있다한다.


그렇다면저아래가평남이섬은?

남이장군의무덤이있어’남이섬’이라고도하던데
경기도화성에있는남이장군의무덤은또무엇인고?
또남이장군집터표지석은서울혜화동길가에쓸쓸히서있던데…

남이바위에서축령산정상으로향하는길,주로우측산비탈암릉이다.
밧줄을잡고암릉을오르내리길30여분,

비로소축령산정상(880m).
비좁은정상엔자그마한돌탑,그리고태극기가바람에펄럭인다.
지도를펼쳐놓고사위를둘러산세를살핀다.
운악산,명지산,연인산,삼악산,중원산,운길산,천마산..
올라본산들이라,지도에서방향을찾아산세를확인해보는맛도쏠쏠하다.

물통속얼음이반쯤은녹은모양이다.발걸음을옮길때마다달그락거린다.
이건뱃속을채워뱃심을모은다음이동하라는신호다.
산정에서몇발짝내려오니노송그늘아래바위가널찍하다.
소풍나온것처럼모처럼도시락도준비했다.
맨밥에반찬은달랑버섯볶음과깻잎조림이나,
그맛은진수성찬이부럽지않다.
여기에막걸리한통이온전하게대기하고있으니.

축령산에서북쪽능선을타고사거리안부절고개로향한다.
아랫배가빵빵하다.뱃심이올랐다는얘기다.
산비탈을내려서면서우측은잣나무군락이다.
절고개지나서리산오르는완만한능선길이오롯하다.


절고개안부에서서리산정상까지는2.7km거리다.
축령산행만한다면이곳에서왼쪽길로빠져2.8km내려서면
들머리주차장이나온다.


서리산오르는길양편엔아름드리잣나무고목이장관이다.
이좋은잣나무숲을,그리고서리산철쭉터널을포기한채
샛길로접어들어하산할수는없는일,

서리산능선좌우로완만한산비탈엔가던길멈추고산나물캐느라여념이없다.
두릅을,취나물을한움큼씩캐들고좋아라한다.


억새밭사거리를지나40여분올라서니서리산정상(825m)이다.

현리방향은가파른절벽이나남쪽은완만해자생철쭉이군락을이루고있다.
들머리에서부터서리산철쭉제를알리는현수막들은보았다.

정작철쭉동산엔철쭉은지고없고생뚱맞게도대형현수막만나부낀다.
바로전날서리산철쭉제를가졌다는데개화시기를잘못잡았나?
조용한산아래마을에선도지사방문환영현수막이펄럭이더니
웬걸,이높고깊은서리산철쭉동산에조차환영플랭카드가커다랗게내걸렸다.

전망데크에서산경을카메라에담던많은사람들,한결같이혀를끌끌찬다.

철쭉동산을지나화채봉삼거리에서왼쪽길로내려선다.
날머리까지는약2km거리다.


계곡물흐르는소리가가깝게들린다.다내려와간다는것인데,
아!그러나또2km넘게포도를걸어차를세워둔외방리국도변까지가야한다.

봄의끝자락,룰루랄라~가벼운마음으로찾은축령산은
욕심이발동하여서리산까지이어졌고,예상치못한차량진입통제로
4km남짓포도를걸었으니이래저래옹골지게걸었다.

11 Comments

  1. 은하수

    2007년 5월 24일 at 5:53 오후

    우와~
    엄청걸으셨네요.
    사진을곁들인산행기,
    재미있게읽었습니다.

    사진찍으시는솜씨가대단하십니다.
    글솜씨야이미소문난바이고…   

  2. 와암(臥岩)

    2007년 5월 24일 at 10:49 오후

    "수리바위에주저앉아이마의땀을훔치며멀리천마산을담는다./
    바위가좋아팔베개를하고드러누워하늘을우러러본다.눈이시릴정도로찬란하다./
    햇볕에달궈진바위면이온돌처럼따스해눈꺼풀이스르르내려앉는다./
    땀을식혀주던능선바람은이내서늘해져등을떠민다./
    바위에서어서일어나라고,입돌아간다고…//",

    언제나임의산행기를대하면햇살받은연록색이파리처럼싱그럽게느껴집니다.
    사진은물론,
    담박한글솜씨에늘주눅이들곤한답니다.

    "축령산에서북쪽능선을타고사거리안부절고개로향한다./
    아랫배가빵빵하다./
    뱃심이올랐다는얘기다./
    산비탈을내려서면서우측은잣나무군락이다./
    절고개지나서리산오르는완만한능선길이오롯하다.//",

    정말멋진표현들입니다.
    말장난이아닌글귀들~~~.

    추천올립니다.

       

  3. 느티나무

    2007년 5월 25일 at 6:37 오전

    30여년전에두어번가을에만가본축령산이라서
    님의글을읽으면서도…사진을보면서도기억에서가물가물합니다.
    그래도처음부터읽어내려오는데마치제가산행을한기분이듭니다.ㅎㅎ..

    나홀로산행…그래서좋지요.
    쉬다가걷다가…보폭맞출이없어좋은풍광에서는잠시시선을빼앗겨도좋고…
    가끔씩디카를찍어대도나무랄사람없고…^^

       

  4. 山 처럼.도연

    2007년 5월 25일 at 7:36 오전

    경기도마석역에서가까워도시민들이즐겨찾는축령산…
    가벼운코스인데…서리산을엮어서즐거운하루의산행이되셨네요.
    남이바위를보니생각나는데…옛날함께산행했던산우가남씨였지요.
    그래서자기할아버지바위라꼬^^

    암릉구간에역시나불필요한안전시설이…

    잣나무숲길로하산해서먹거리음식점이즐비한곳에서
    얼큰하게취했던생각이납니다.

    깻잎에막걸리한사발하고갑니다.푸르른축령산에서~   

  5. 양송이

    2007년 5월 26일 at 7:32 오전

    산행이수행같으신카스톱님

    평생을그리도종횡으로산행을계속하시다보면

    득도하실것입니다.ㅎㅎ…

    그런데축령산이라하셔서

    저는합천에있는청량산인가를얼핏생각하였는데

    경남합천군황매산자락에있는축령산도혹여아시는지요?

    작년유월에다녀가셨으니과연세월이쏜살같단생각이듭니다.^^*

       

  6. 운정

    2007년 5월 26일 at 8:04 오전

    안전한산행을하셔서다행이군요,

    그높은곳에있는산,
    그누가올라오라고하는것도아닐진대.
    건강하신님은자주오르시니부럽습니다.

    시간은잡아둘수,없어요.   

  7. 박산

    2007년 5월 28일 at 4:50 오전

    가본산이라더정겹고
    나홀로산행이라하시니
    더욱더좋아으리라는생각입니다   

  8. 曉靜

    2007년 5월 29일 at 11:37 오후

    숨가쁘게함께돌았습니다.
    여전히산으로발길을하시는모습이
    눈에그려집니다!

    산정상에서서큰숨한번쉬고나서
    올려다보는하늘은누구나비슷한느낌이겠지요.
    바위위에팔벼게하고누워올려다본하늘….
    그렇겠지요,눈이시릴만큼파란하늘…..
    호연지기.참오랫만에생각나는단어라생각이드는걸보니
    저도참어지간한장똘뱅이로전락(?)하고있다는생각입니다!

    맞아요,바위에서잠들면입돌아가요^^*..

    문득뵙고싶다는생각이듭니다!   

  9. 아별

    2007년 5월 31일 at 2:55 오전

    오호~첫화면소나무멋지군요..
    지난번은좀아쉬웠나이다카스톱님^^좋은날이오겠지요살다보면…건강하세욤^^   

  10. 매운고추

    2007년 5월 31일 at 5:11 오후

    여전하시군요..카스톱님!올만에들려서좋은글잘읽고갑니다건강챙기시고…
    다음에또올께요..   

  11. 이종수

    2007년 6월 12일 at 7:21 오전

    약수한사발마셨으면가슴이시원해지겠네요.
    비탈길에서밧줄을타고힘겹게올라가바위에
    누워하늘을보고있으면부러울게무었이있을꼬….
    잘보고갑니다.수고가많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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